‘체코전 유력 선발’ 박세웅, 콜드 게임 패배 막으려고 소모
(도쿄=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한 수 아래로 생각하던 호주에 패하고, 라이벌이라고 믿었던 일본에 콜드게임을 당할 뻔한 한국 야구는 수모를 당했다.
한국은 10일 일본 도쿄 도쿄돔에서 벌어진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과 조별리그 경기에서 4-13으로 대패했다.
중국과 함께 나란히 2패씩 떠안은 한국은 B조 최하위가 됐다.
세부 성적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나쁘다.
먼저 대회를 시작한 A조와 B조 10개국 가운데 팀 평균자책점은 11.12로 단연 꼴찌다.
출전국 중 가장 많은 4개의 홈런을 맞았고, 14개의 무더기 사사구로 제구력도 흔들린 데다가 피안타율마저 0.343이었다.
타자들은 2경기 합계 11점을 냈어도, 짜임새 있는 모습은 절대 아니었다.
양의지가 홈런 2개로 5타점, 박건우가 홈런 1개로 1타점을 내 선수 개인 기량이라고 할 수 있는 홈런으로만 6점이 났다
3점은 호주전 8회에 상대 마운드의 ‘6사사구’ 제구 난조에서 나온 것이었고, 적시타는 박병호와 이정후가 각각 낸 1점이 전부였다.
팀 타율(0.200)과 팀 OPS(0.697) 모두 10개국 가운데 9위다.
처참한 경기력으로 ‘도쿄 참사’를 빚은 한국 야구대표팀에 아직 만회할 기회는 남았다.
희박한 확률이긴 해도, 8강에 진출할 경우의 수가 있어서다.
이강철호가 희망하는 건 어떻게든 1라운드를 통과한 뒤 8강에서 모든 걸 걸고 한판 대결을 벌이는 것이다.
열쇠를 쥐고 있는 건 체코다.
자국 세미 프로리그에서 뛰는 선수가 주축인 체코는 중국을 8-5로 꺾고 첫 번째 WBC 출전에서 승리를 챙겼다.
구원투수 마르틴 슈나이더는 소방관, 외야수 아르노슈트 두보비는 고등학교 지리 교사, 마리크 미나리즈크는 부동산 중개인으로 일하는 등 대부분의 선수가 생업을 위한 직업을 갖고 있다.
체코 야구 리그 최고의 스타 선수 출신인 파벨 하딤 감독도 뇌외과 전문의가 본업이다.
체코가 호주를 잡아주고, 우리가 체코와 중국을 연달아 꺾으면 한국과 호주, 체코가 나란히 2승 2패로 동률을 이루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 순위 산정은 승률∼승자 승∼팀 실점∼팀 자책점∼팀 타율 순으로 한다.
3개국이 2승 2패가 되면 서로 승패가 맞물려 승자 승으로 순위를 가릴 수 없으니 3개국 간 경기의 팀 실점이 적은 팀이 조 2위로 2라운드에 올라갈 수 있다.
혹은 호주가 체코와 중국에 모두 패해 1승 3패가 될 수도 있는데, 그러면 나란히 2승 2패를 거둔 한국과 체코 중 한국이 승자 승으로 2위가 된다.
이 모든 가정은 우리가 체코를 잡았을 때 의미가 있다.
그것도 큰 점수 차로 이겨야 한다.
한국은 체코와 12일 정오에 경기를 펼친다.
수억 원의 연봉을 받는 선수가 수두룩한 한국 대표팀이 선수 대부분 ‘투잡’으로 뛰는 체코전 승리를 걱정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한국 야구의 현주소다.
한국 벤치는 일본전에서 콜드게임 패배를 당할 위기에 몰리자 체코전 선발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박세웅을 투입해 불을 껐다.
박세웅은 1⅓이닝 무실점으로 일본전에 등판한 한국 투수 중 유일하게 한 명도 누상에 내보내지 않았다.
그나마 대표팀에서 몇 안 되는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콜드게임을 피하기 위해 소모한 셈이다.
11개만 던진 박세웅은 체코전에도 등판이 가능하지만, 긴장감이 극대화한 일본전 등판으로 피로가 누적됐을 거라고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체코 타선에는 힘 있는 타자들이 대거 분포했다.
중국전에서도 마테이 멘시크, 마르틴 무지크가 홈런포를 가동했다.
호주와 일본전을 돌아보면 제 컨디션이 아닌 데다가 자신감마저 상실한 우리 마운드가 체코 타선을 봉쇄할 수 있을지 의문 부호가 붙는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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