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 대표팀 감독이 6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 돔에서 열린 오릭스 버팔로스와 평가전에서 패배한 뒤 나카지마 사토시 오릭스 감독과 인사 후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스1 |
“시간 관계상 마지막 질문을 받겠습니다.”
6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 돔. 한국 대표팀의 공식 기자회견이 막바지로 향하는 순간, 한 일본 기자가 손을 들었다.
그는 “이강철 감독한테 질문을 하겠다”면서 2가지 답변을 요청했다. 첫 번째 질문은 “김하성의 주 포지션은 유격수인데, 3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원래부터 계속 맡아왔던 포지션에서 선발로 나서는 게 좋다고 보는데, 3루수로 바꾼 의도가 무엇인가”였다.
이날 한국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은 오릭스 버팔로스와 공식 평가전에서 2-4로 무릎을 꿇었다.
8회까지 단 한 점도 뽑지 못한 대표팀은 0-4로 뒤진 9회초 2점을 만회하며 수모를 면할 수 있었다.
한국은 토미 현수 에드먼(2루수)과 김하성(3루수)이 테이블 세터진을 꾸렸다. 일본 취재진의 말대로 김하성의 주 포지션은 유격수다. 그러나 김하성이 3루수로 출전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으니, 아직 최정의 컨디션이 완전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또 김하성은 소속 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3루수로 출장,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여준 바 있다.
김하성이 3루를 맡으면서 자연스럽게 KBO 리그 최고 유격수로 자리매김한 오지환이 선발 유격수로 출장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오지환은 2회말 2연속 실책을 범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이날만큼은 최정의 부상이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킨 셈이다. 오히려 김하성마저 3루가 아닌 6회 유격수로 포지션을 이동하자마자 포구 실책을 범하기도 했다.
역시 한국은 최정이 핫코너를 책임지고 김하성과 에드먼이 키스톤 콤비를 구축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일 것이다. 다행히 최정은 이날 6회말 수비 때부터 교체 투입되며 향후 정상 출전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이 감독은 이 일본 취재진의 질문에 “최정이 선발로 나가지 못해 김하성이 먼저 3루수로 출전했다”면서 “혹시 (김하성이) 3루를 맡을 경우가 생길 수 있으니까 대비 차원에서 그렇게 기용했던 것”이라고 답했다.
오지환이 2회 두 번째 실책을 범하는 순간. |
문제의 질문은 또 나왔다. 이 일본 기자는 “오릭스 선수들은 주력 선수들이 아닌, 2군 또는 그 이하 수준의 선수들이었다”고 언급한 뒤 “그런데 이런 선수들을 상대로 졌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숙명의 한일전을 눈앞에 둔 상황. 앞서 감독의 고유 권한인 선수 기용에 대해서도 의문을 가졌던 그였다. 이 일본 기자의 사령탑을 향한 의도된 도발성 질문으로도 읽힐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아무리 2군이라고 해도 어떤 팀을 만났을 때 투수 한 명이 잘 던지면 그 경기에서 이길 수 있는 게 야구”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WBC 역시 단기전이다. 어떤 투수가 나와도 투수 공략에 실패해 점수를 못 내면 지는 게 야구다. 상대 투수들이 좋았다. 변명하고 싶지는 않지만 서로 모르는 상황에서 경기했다. 상대를 조금 안다면 다음에는 저희가 이길 거라 본다”고 강조했다.
비록 경기도 내주고, 고우석이 목 근육통을 호소하며 마운드를 내려갔지만, 예방주사를 제대로 맞은 평가전이었다. 오히려 모의고사에서 이런 패배를 당하는 게 더욱 정신을 차리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이 감독 역시 “투수들의 컨디션이 많이 올라왔다. 타자들도 정면 타구가 많았지만 타이밍이 괜찮았다. 마지막에 집중력을 보여준 점 역시 좋았다”면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제 한국은 7일 낮 12시 한신 타이거즈를 상대로 최죙 평가전을 치른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 도쿄로 이동하는 대표팀은 8일 훈련 후 9일 호주와 1라운드(B조) 첫 경기에 임한다.
대표팀 선수들이 6일 오릭스전에 패한 뒤 3루 쪽에 자리한 한국 응원단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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