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혹한 경쟁 시대. 어쩌면 누군가의 불행을 빌어야 하는 기구한 상황까지 몰린 것인지도 모른다.
좀처럼 자리가 나지 않는 상황. FA 선언 이후 넉 달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불러주는 곳은 없다.
원소속 구단인 키움이 몸값을 대폭 낮춰 주겠다고 선언했지만 진전되는 구단은 없었다. FA 미아 위기에 놓여 있는 투수 정찬헌(33) 이야기다.
사람 일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것이지만 현재 상황상 정찬헌의 계약이 갑자기 이뤄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손을 내밀 만한 구단이었으면 진작에 움직였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스프링캠프는 각 팀마다 희망이 넘치는 시기다.
선발을 8명, 9명씩 준비하겠다는 구단도 있고 불펜 필승조를 두 배로 늘리겠다는 구단도 나온다.
젊은 피의 약진은 스프링캠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희망 요소다. 모든 팀이 가을 야구를 꿈꾸고 준비하는 시기가 스프링캠프다.
스프링캠프에서 팀의 약점을 찾기랑 쉬운 일이 아니다. 어느 팀이건 2중 3중의 준비를 마치며 시범 경기에 들어간다.
정찬헌에게는 절망적인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모자란 구석을 찾는 팀이 나와야 협상도 가능할 텐데 지금은 시기가 너무 안 좋다.
그러나 완전히 가능성이 사라졌다고 볼 순 없다. 어느 팀이건 언제든 전력 공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일반적인 상황은 부상자가 나오는 것이다. 선발이 유력했던 선수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 누군가는 충원해야 한다.
선발 가능 자원을 많이 확보하는 이유도 부상자가 생길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어느 팀이건 부상 공백이 생긴다면 정찬헌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구단이 나올 수 있다.
정찬헌은 선발과 불펜 모두 경험이 풍부한 투수다.
프로야구에서 12년간 뛰며 48승53패46세이브28홀드, 평균 자책점 4.80을 기록한 베테랑 투수다.
어느 보직에서건 공을 던질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고질적인 허리 통증이 문제가 될 수는 있지만 현재 정찬헌은 허리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조금 더 시간이 걸릴 수는 있지만 선발 자원들이 줄 부진에 빠지는 경우도 정찬헌에게는 찬스가 될 수 있다. 역시 경험 많은 투수를 찾는 손길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A구단 고위 관계자는 “정찬헌이 시장에서 인기가 없는 것은 샐러리캡 영향이 크다. 적지 않은 팀들이 지난겨울 샐러리캡 때문에 적잖은 고생을 했다. 아낄 수 있는 부분은 어떻게든 아끼고 가자는 분위기가 만들어져 있다. 몸값(연봉 2억8000만 원)이 적지 않은 정찬헌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다만 선발 요원이 급하게 필요해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그런 팀이 나온다면 기적적으로 살아남을 수도 있다. 샐러리캡도 중요하지만 당장의 성적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올 시즌처럼 10개 구단 모두가 가을 야구를 꿈꾸는 시즌에는 마음이 급해지는 상황이 언제든 생길 수 있다. 정찬헌에게는 잔인한 말이 될 수 있지만 누군가의 불행을 기다리고 있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정찬헌의 의지와 상관없이 누군가의 부상이나 부진이 나오기 전까지는 새 팀을 구할 가능성이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냉정한 승부의 세계를 온 몸으로 느끼고 있을 정찬헌이다.
정찬헌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 있을까. 팀이 전략적으로 크게 흔들리기 전에는 어려운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butyou@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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