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만에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그는 옛 제자와 함께 흥국생명의 V5를 쓸 수 있을까.
지난 1월, 권순찬 감독 경질 이후 흥국생명은 거의 한 달 반 없이 감독 없이 리그를 치러야 했다. 권순찬 감독이 경질된 이후 이영수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직을 맡았으나 한 경기만 치르고 떠났다.
이후 빠르게 팀을 정비하기 위해 김기중 선명여고 감독을 데려왔지만, 끊이지 않는 논란 속에 부담감을 느낀 김기중 감독은 지휘봉을 잡지 않기로 결정했다. 팀 내 세 번째 코치였던 김대경 코치가 현재 감독대행으로 팀을 이끌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외 지도자를 모두 알아본 흥국생명은 유럽에서 화려한 커리어를 쌓은 명장과 계약을 체결했다. 그 이름은 이탈리아 출신인 마르첼로 아본단자. 전 소속팀이었던 튀르키예리그 튀르키예항공과 계약을 해지했다는 소식이 현지 언론을 통해 나왔고, 이후에는 흥국생명과 접촉하고 있다는 소문이 전해졌다.
흥국생명 역시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이며, 아직 정해진 건 없다. 세부적인 사항이 남아 있다”라며 아본단자 감독 선임 가능성을 보였다.
결국 19일 흥국생명은 아본단자 감독과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아본단자 감독은 18일 입국해, 계약을 마무리하였고 비자 등 등록 관련 절차가 완료되는 대로 경기를 지휘할 예정이다.
흥국생명은 “아본단자 감독은 유럽 유수의 리그에서 활약한 최정상급 감독이다.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유럽식 훈련 시스템을 도입하여, 흥국생명 배구단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해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또한 앞으로 선수, 코칭스태프와 화합하여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아본단자 감독은 1996년 본격적인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2003년 자국리그 스카볼리니 페사로에서 처음 감독직을 맡았다. 이후 자국리그에서 감독직을 이어오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는 불가리아 국가대표팀 감독직도 맡았다.
특히 2013년부터 2017년까지는 튀르키예리그 페네르바체에서 김연경과 함께 했다. 2014-15, 2016-17시즌 리그 우승, 2015-16시즌에는 유럽배구연맹(CEV)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합작했다. 2013-14시즌에는 CEV컵 우승컵도 들어 올렸다. 이후에도 캐나다 국가대표팀, 폴란드리그, 이탈리아리그를 거쳤다.
최근에는 튀르키예리그 튀르키예항공 팀과 그리스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직을 겸해왔다.
유럽에서 수많은 우승컵과 경험을 쌓은 아본단자 감독을 두고 많은 팬들의 기대감이 큰 것도 사실이며, 페네르바체에서 함께 했던 김연경과 재회한 부분도 눈의 띄는 부분.
아본단자 감독이 아시아리그 지휘봉을 잡은 건 당연히 처음이다. 27년 만에 유럽을 떠나 아시아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 아본단자 감독이 흥국생명과 우승을 합작할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주목한다.
흥국생명이 선장이 없는 상황에서도 코칭스태프의 헌신과 김연경, 김해란, 김나희, 김미연 등 베테랑들이 투혼을 발휘하며 순항하고 있다. 현재 승점 63점(21승 7패)으로 1위를 달리고 있으며, 19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GS칼텍스전에서 승점 3점을 가져오면 2위 현대건설(승점 62점 21승 8패)과 승점 차는 4점 차가 된다.
최근 분위기는 좋다. IBK기업은행에 일격을 당했지만 난적이었던 현대건설과 KGC인삼공사를 모두 제압했다. 김연경이 공수의 중심을 잘 잡고 있으며, 불혹의 디그여왕 김해란도 투혼을 발휘하는 중. 최근 기세가 꺾인 GS칼텍스에 우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흥국생명은 2018-19시즌 이후 4시즌 만에 우승에 도전한다. 2020-21시즌에 챔프전에 올랐으나 GS칼텍스 벽에 막혀 웃지 못했다. 지금이 좋은 기회다. 팀의 중심을 잡아줄 선장이 온 만큼, 이제 앞으로 나아갈 일만 남았다. 흥국생명과 명장은 V5를 함께할 수 있을까.
한편 아본단자 감독은 “흥국생명의 감독이 되어 영광이고, 한국 배구 팬들에게 인사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 흥국생명 강점과 한국 팬분들이 배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고 있다. 이 가족의 일원이 되어 행복하며, 제 인생의 새로운 도전과 모험을 시작하게 되어 매우 기대된다”라며 각오를 밝혔다.
이정원 MK스포츠 기자(2garde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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