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두산 감독이 최근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모른다”다.
스프링캠프를 전체적으로 총괄 관리를 하고 있는 감독이지만 선수들에 관해 물으면 “아직 모른다”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답이 돌아온다.
선수에 대해 모를 리 만무하다. 그는 스프링캠프서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고 있다. 어떤 스타일의 선수인지 어느 정도 기량을 가졌는지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그런 그가 왜 선수 평가를 부탁하면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일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코치 책임제’라 할 수 있다. 담당 분야의 코치에게 선수 지도에 대한 모든 것을 일임해 놓고 감독은 총괄 관리만 하는 자리라는 것이 이 감독의 지론이다.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감독이 참지 못하고 뛰어나가 이런저런 조언을 하는 모습을 우리는 자주 목격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감독은 선수에게 기술을 가르치지 않는다. 물어오는 선수가 있으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해주기는 하지만 앞장서서 선수를 고치려 하거나 손을 보려 하지 않는다.
이 감독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너무 잘 따라와 주고 있어서 할 말이 없다. 그저 지켜보며 응원을 하고 있다. 코치들과 역할 분담이 잘 돼야 한다. 코치들이 해당 분야에서 마음껏 지도할 수 있도록 뒤에서 힘을 실어주는 것이 감독이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아무 불만 없이 캠프가 잘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할 말이 없을 리 만무하다. 적어도 타격 분야라면 더욱 그렇다.
한.일 통산 홈런이 600개가 넘어서는 이승엽 감독이다. 타격에서는 나름의 분명한 노하우를 가진 지도자다.
그런 그가 타격 훈련을 보며 모든 것이 마음에 들 수는 없다. 하지만 이 감독은 먼저 선수에게 다가가지 않는다. 정규 타격 훈련 시간에는 타격 코치가 훈련을 이끌 수 있도록 맡겨둔다.
간혹 한 선수씩 잡고 지옥의 배팅 훈련을 시키는 장면이 목격되지만 기술적으로 조언을 하기보다는 훈련 강도를 높여 집중력을 키우기 위한 액션으로 볼 수 있다. 기술적인 부분은 사실상 전부 타격 코치에게 맡겨 놓았다.
그에게 다시 물었다.
“타격 훈련을 보면서도 말할 거리가 진짜 없는가?” 이 감독은 “다들 너무 열심히 하고 있어서 내가 끼어들 틈이 없다”는 답을 내놓았다.
스프링캠프는 아직 초반이지만 나름 만족스러운 성과를 보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타격에서 신의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았던 이승엽 감독. 그를 침묵 시킬 정도로 두산 캠프는 짱짱하게 굴러가고 있다. 언제 위기가 닥칠지는 모르지만 아직까지는 모자란 부분을 찾기 어렵다고 이 감독은 말했다.
호주에서 불어오고 있는 꽃바람이 한국에 봄이 왔을 때 꽃을 피울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butyou@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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