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현만 보였던 MVP 레이스에 변수가 생겼다.
2022-23 SKT 에이닷 프로농구가 막바지에 접어든 현재, 1라운드부터 4라운드까지 MVP 레이스에는 오로지 전성현(캐롯)만 존재했다. 그런데 조금씩 격차를 줄이더니 이제는 전성현의 옆에 선 남자가 있다. 바로 변준형(KGC)이다.
지난 4라운드까지 MVP 후보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그 누가 되었던 전성현을 언급했을 것이다. 이견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는 1, 3라운드 MVP에 선정됐으며 KBL의 3점슛 기록에 모두 자신의 이름을 새겨놓았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변준형의 존재감이 엄청나게 커졌다. ‘호화군단’ KGC의 에이스로 우뚝 서며 팀의 단독 1위 질주를 이끌고 있다.
변준형은 2022-23시즌 41경기에 모두 출전, 평균 14.5점 2.5리바운드 5.2어시스트 1.0스틸을 기록 중이다. 세부 지표만 보면 사실 MVP 경쟁에 플러스가 될 특별한 부분은 없다. 그러나 리그 최고 수준의 동료들을 진두지휘, 클러치 상황에서 언제든지 해결사로 나서는 그의 플레이를 보면 가장 가치 있는 선수라는 것을 부정할 이는 없을 것이다. 김상식 KGC 감독 역시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한다면 변준형이 MVP가 될 것”이라며 자신했다.
지난 11일 안양서 열린 울산 현대모비스전은 변준형이 왜 강력한 MVP 후보로 올라섰는지 알 수 있는 경기였다. 현대모비스의 빠른 템포에 고전한 KGC였고 무너질 수 있는 위기가 수차례 다가왔다. 그러나 변준형이 매 순간 득점과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균형을 지켰다. 또 승부의 추가 기운 상황에서 쐐기를 박는 멋진 패스까지 선보였다. 공격이 풀리지 않을 때 여지없이 성공시킨 스텝백 3점포 역시 잊기 힘들었다.
하이라이트는 4쿼터 배병준의 3점슛을 도운 킬 패스였다. 왼쪽 코너에 서 있는 배병준을 향해 현대모비스의 수비를 정확히 가르는 패스를 전했다. 배병준은 3점슛 성공 후 자신에게 기가 막힌 패스를 보낸 변준형을 향해 놀란 표정을 보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건 변준형 스스로 경기 흐름을 읽고 템포를 조절했다는 것이다. 현대모비스의 빠른 농구에 팀이 고전하자 템포 바스켓을 통해 경기 속도를 줄여버렸다. 현대모비스는 천천히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걸 인지한 가드가 없었고 결국 변준형은 후반을 완전히 자신의 페이스로 만들었다.
동세대 최고였던 고교, 대학 시절의 변준형은 「슬램덩크」의 서태웅과 같았다. 본인이 볼을 쥐고 득점까지 마무리해야만 했던 선수였다. 프로 데뷔 이후 초기까지만 하더라도 플레이 스타일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조금씩 동료를 보기 시작하더니 경기 흐름까지 조절하는 경지에 올랐다. 이제는 리그 최고의 포인트가드가 된 것이다.
지금 MVP 투표를 한다면 변준형이 전성현을 넘어 가장 많은 표를 획득하는 건 어려울 수 있다. 하나, 5라운드가 절반 이상 남았고 6라운드도 있다. 변준형의 현재 퍼포먼스가 그대로 이어져 KGC의 정규리그 1위를 이끈다면 MVP는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팀 성적이 적지 않은 지분을 차지하는 MVP 투표이기에 변준형이 왕이 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민준구 MK스포츠(kingmjg@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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