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포수들이 1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베로비치에서 진행 중인 스프링캠프에서 이재원(왼쪽에서 3번째)이 코끼리코를 도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사진=김동윤 기자 |
정상호(41) SSG 랜더스 1군 배터리코치가 시도한 이색 훈련에 고된 포수조 훈련에 웃음꽃이 피었다.
이재원(35), 이흥련(34), 김민식(34), 조형우(21)로 이뤄진 SSG 포수들은 1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베로비치에서 열린 스프링캠프에서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했다.
훈련 자체는 다른 구단 스프링캠프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포수 팝 플라이 적응 훈련이었다. 피칭 머신을 하늘로 조준해 공을 높게 쏘아 올리고, 떨어지는 그 공을 포수들이 캐치한다. 이때 포수 마스크도 착용해 현실감을 더 높였다.
하지만 이날 훈련은 조금 달랐다. 처음에는 피칭 머신을 위로 쏘다가 갑자기 자신의 차례가 된 포수가 코끼리 코를 돌기 시작했다. 이럴 경우 순간적으로 균형감각을 잃게 돼 평범한 뜬 공도 더욱 어렵게 느껴진다. 물론 안전을 위해 코끼리 코는 5바퀴만 진행했고, 떨어지는 공을 못 잡을 것 같으면 큰 소리로 외쳐 혹시 모를 부상 위험을 차단했다.
균형이 순간적으로 흔들린 데다 훈련 막바지에는 바람도 꽤 불어 포구가 쉽지 않았고 재미있는 장면도 몇 차례 나왔다. 발이 꼬여 엉덩방아를 찧는 슬랩 스틱 같은 장면이 나오는가 하면 낙구 지점을 잘 포착해 다이빙으로 잡아내는 허슬 플레이도 나왔다. 약 15~20분간 진행됐고 내기를 걸어 김민식-조형우가 팝 플라이 타구를 많이 못 잡은 이재원-이흥련 페어에 승리를 거뒀다. 결국 이재원, 이흥련은 곧이어 진행된 불규칙 바운드 훈련에서도 추가로 15개씩 펑고 벌칙을 받았다.
승자가 된 조형우는 “잡긴 잡았는데 잡은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면서 “실제 게임에서는 다양한 상황이 나오니 어려운 상황에서 조금 더 쉽게 잡게 하기 위해서 (코끼리 코를) 시도하신 것 같다. 코끼리 코를 해보고 그다음에는 (정상적으로) 잡아봤는데 정말 편하고 좋았다”고 웃었다.
정상호 SSG 랜더스 1군 배터리 코치./사진=김동윤 기자 |
다른 포지션에 비해 포수들은 훈련 프로그램이 많다. 불펜 피칭 때는 공을 받아주면서 투수의 습관, 구종을 익히고 틈틈이 캐칭 스킬도 가다듬는다. 이후에도 블로킹, 도루 저지, 홈 태그 등 익혀야 할 기술이 많다. 그러나 프로 데뷔 3년 차 포수는 몸이 힘들지언정 다양한 훈련을 게임 퀘스트를 깨는 것처럼 즐기고 있었다.
정상호 코치의 꼼꼼하면서도 흥미를 유발하는 훈련 프로그램 덕분이다. 2021시즌을 끝으로 현역 생활을 마무리한 정 코치는 지난해 재활군 코치를 거쳐 1군 배터리 코치로 보직을 이동하면서 SSG의 우승에 기여했다. 사실상 올해가 배터리 코치로서 나서는 첫 시즌이다.
조형우는 “솔직히 할 과제가 많다는 것은 내가 포수 포지션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많은 스킬이 필요하지만, 그 말은 내가 다양한 부분에서 잘할 수 있다는 뜻도 된다. 그래서 재미있다”면서 “(이번 스프링캠프에서도) 지금까지 똑같은 훈련이 거의 없었다. 매일매일이 달랐고 할 것도 많아서 지루할 틈이 없었다”고 느낀 바를 전했다.
이렇듯 군말 없이 힘든 프로그램을 따라와 주는 조형우에게 정 코치는 오히려 대견하다는 뜻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자신 대신 차세대 SSG 안방마님이 될 조형우의 인터뷰를 먼저 권했다. 뭐든 열심인 제자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주고 싶은 스승의 마음이었다.
정 코치는 “오늘 한 훈련도 내가 개발한 것이 아니라 다른 팀에서도 종종 하는 것이다. 코끼리 코든 내기든 훈련에 재미를 더할 의도였을 뿐”이라고 웃으면서 “(조)형우는 지난해보다 올해, 올해보다 내년, 이렇게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선수다. 나중에는 (이)재원이를 뛰어넘을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고 생각한다. 많이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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