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떠나 나도 바빠져”…김기동 감독, ‘대체 방안’ 고심
‘후임 주장’ 김승대 “시즌서 맞대결 시 축구가 뭔지 보여주고파”
‘대체자’ 김종우 “내가 더 잘하는 부분도 있어…’포항의 왕’ 되고파”
(제주=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지난 6일 오후 ‘2023 K리그 동계 전지 훈련 미디어 캠프’가 진행된 제주 서귀포칼호텔 연회장.
단상에 올라 마이크를 잡은 프로축구 포항 스틸러스의 김기동 감독이 가장 먼저 받은 질의는 ‘신진호의 대체 방안’이었다.
김 감독은 “(신)진호는 계약이 올해까지여서 팀에서도 같이 갈 것으로 생각했는데 갑작스럽게 떠나 나도 많이 바빠졌다”며 아쉬움부터 전했다.
이날 포항 감독, 선수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이름은 ‘신진호’였다.
신진호는 지난 시즌 포항을 이끌며 리그 정상급 미드필더로 등극했다.
32경기에서 4골 10도움을 올려 K리그1 베스트11 미드필더 부문에 이름을 올리는 등 명실상부한 포항의 간판이었다.
포항 유니폼을 입고 K리그1 최우수선수(MVP) 최종 후보로도 올랐던 그는 지난달 돌연 인천 유나이티드로 적을 옮겼다.
포항과 협상 과정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누군가가 빠지면 당장은 힘들어진다”면서도 “순간 힘들어도 결국 우리 축구가 나온다”고 말했다.
신진호의 이탈에 개의치 않고 팀을 꾸려가겠다는 것이다.
‘포스트 신진호’ 시대를 준비하겠다는 건 김 감독뿐만이 아니었다.
2023시즌을 앞두고 주장으로 임명된 김승대도 회견 내내 신진호를 의식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진호는 지난 시즌 주장이었다.
‘올해 주장’ 김승대는 “상황이 변하면 사람들은 전과 비교를 하게 된다. 나도 나만의 장점이 있어 선수들이 그걸 보고 잘 따라와 주면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포항은 워낙 좋은 성적을 내왔다. 올 시즌과 비교될 수 있다”며 “특히 진호 형이 워낙 잘하는 선수였다. 비교가 안 될 수 없다”고 했다.
팀을 옮긴 신진호와 맞대결을 예상하면서 투지도 불태웠다.
신진호는 역시 포항 출신 미드필더 이명주와 인천의 중원에서 합을 맞추게 됐는데, 김승대는 처음에 “함께 좋았던 선배님들이 다 그리로 갔다. 두 분 다 더 잘되셨으면 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그러더니 돌연 “그런 생각도 있지만, 시즌 때 한 번 잡아보겠다. 포항은 두 선수가 힘을 합쳐도 안 되는 팀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다”며 “축구가 무엇인지 보여줄 수 있는 상황이 나와서 어떻게 보면 좋다”고 힘줘 말했다.
신진호의 존재감을 가장 크게 느끼는 선수는 ‘대체자’로 영입된 미드필더 김종우일 터다.
김 감독은 “진호가 떠나면서 어떤 선택이 옳을까 생각했다. 영입 0순위 선수들은 몸값 등 문제가 있었다”며 “우리 입장에서는 (김종우가) 최선의 선택”이라고 했다.
이어 “진호는 넓게 공을 뿌려준다면, 종우는 좁은 공간에서 치고 나가면서 연결고리가 돼주는 스타일”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종우는 한발 더 나아가 ‘신진호 대체자’라는 꼬리표 자체를 지우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김종우는 “‘신진호 대체자’ 이야기가 나와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그걸 지우는 게 내 역할”이라며 “어떤 면에서는 (신진호보다) 내가 더 잘 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포항의 왕, 팀에서 제일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작년 진호 형처럼 포항이라는 팀을 생각하면 딱 떠오르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신진호와 얽힌 김종우의 인연은 등번호에서도 드러난다.
김종우가 받은 6번은 신진호가 쓰던 번호다. 이 번호는 김 감독의 현역 시절 번호이기도 하다.
김종우는 “감독님께서도 6번인데 잘하라고 하셨다”며 “나를 진호 형의 자리에 쓰려고 하실 것 같다. 나도 그쪽 포지션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신진호와 같은 포지션에 설 김종우는 자신도 전임자 못지않은 역량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종우는 “경기만 많이 뛰면 공격 포인트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자신감이 있다”며 “지난 시즌 세트피스 키커를 진호 형이 맡아서 어시스트를 많이 올렸는데, 올해 내가 (킥을) 잘 연습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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