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이적을 가로막는 최대 장애물은 보상 선수다. 20명의 보호 선수 외 1명을 내줘야 한다. 1군에서 1.5군 급 선수 중 한 명을 잃게 된다.
FA 영입을 하려는 팀은 보상 선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리빌딩을 시도하는 팀은 더욱 그렇다.
이런 폐해를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FA 등급제다. 연차, 연봉 등을 고려해 선수들의 등급을 나눴다. 그 중 C등급으로 분류된 선수는 보상 선수 없이 팀을 옮길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시장엔 C등급 선수가 두 명이나 남아 있다. 투수 강리호와 외야수 이명기가 주인공이다.
그중 이명기는 나쁘지 않은 성적을 냈음에도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이 보장된 C등급 선수가 왜 이리 시장에서 인기가 없을까.
기록을 따져보면 미스터리에 가까운 일이다.
이명기는 2008년 SK에서 데뷔해 지난해까지 통산 타율 0.307을 기록했다.
지난해 타율이 0.260으로 부진했지만 직전 해인 2021시즌에만 해도 0.293의 고타율을 기록했다. 나이가 36세로 다소 많기는 하지만 최소 2년 정도는 믿고 쓸 수 있는 선수라 할 수 있다.
그런 선수가 보상 선수가 필요 없는 C등급임에도 전혀 움직임이 없다. 원소속 구단인 NC의 냉대 속에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뚜렷이 관심을 두고 있다는 구단도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유가 뭘까.
복수의 단장들은 샐러리캡의 영향을 이야기 했다. 이명기가 아주 필요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샐러리캡에 걸릴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꼭 필요한 지출이 아니면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A구단 단장은 “현재 어렵게 샐러리캡을 맞춰 놓은 상태다. 문제는 이 금액이 2년 간 더 유지 된다는 점이다. 매년 자연 인상분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지금 조금 여유가 있다고 해도 내년 이후 상황이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추가 지출은 어렵다고 봐야 한다. 이명기가 처음부터 관심을 끌었던 선수라면 모르겠지만 뒤늦게 관심을 갖고 뛰어들기엔 위험 부담이 크다고 생각한다. 샐러리캡에 영향을 받지 않고 영입할 만큼 꼭 필요한 선수인지에 대한 회의가 있다. 그런 선수라면 일찌감치 계약이 이뤄졌을 것이다. 지금까지 별 움직임이 없다는 건 샐러리캡에 대한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영입할 만한 선수는 아니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B구단 단장도 결국 샐러리캡에 대한 부담이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B 구단 단장은 “이명기는 타격에 확실히 재능이 있는 선수지만 수비가 약해 전천후로 기용하기 어려운 선수다. 외야 수비가 특히 더 강조되는 흐름 속에서 이명기의 자리를 찾기는 대단히 어려워졌다. 그런 것을 감안하고 영입할 수는 있지만 그러기엔 샐러리탭이 너무 아깝다. 어떻게든 여유분을 만들어 놓아야 하는 것이 각 팀의 숙제다. 이명기가 그 정도 선수인지에 대해선 좀 더 생각을 해봐야 한다. 모두들 샐러리캡 떄문에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로운 제도의 수혜자가 또 다른 제도의 희생양이 되고 있음을 뜻한다.
샐러리캡의 위력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 그 이상이었다. 그 장벽이 3할이 보장된 안정감 있는 외야수의 발목까지 잡고 있다.
샐러리캡 이라는 장벽을 넘어 이명기에게 손을 내밀 구단이 나올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그리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butyou@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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