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제가 나가면 할 사람이 없어요”
지난 8일 오전, 한국배구연맹(KOVO)은 공지를 통해 “흥국생명이 감독 선임업무를 마무리하는 관계로 8일 IBK기업은행과 흥국생명과의 경기에는 김대경 코치가 감독대행으로 나설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이 날은 흥국생명에 신임 감독으로 선임된 김기중 선명여고 감독의 데뷔전으로 예정된 날이었다. 그러나 해당 공지를 마지막으로 끝내 김 감독은 나타나지 않았다.
앞서 지난 2일 흥국생명은 권순찬 전 감독 경질 파동으로 배구계에 큰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동반사퇴한 김여일 전 단장이 문자를 통해 권 전 감독의 선수 기용권한에 개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문제는 일파만파로 커졌다. 구단은 “개입이 없었다”며 해명했지만 이에 분노한 김연경과 김해란이 총대를 메고 나서 구단의 해명이 거짓임을 입증했다.
이에 구단에서 부랴부랴 새 사령탑으로 선임한 김기중 선명여고 감독까지 “현 상황이 부담스럽다”며 지난 10일 최종적으로 사퇴의사를 밝혔다.
현재 비어있는 감독 자리는 기존 코치였던 김대경 감독대행이 도맡고 있다.
지난 8일, 기업은행전부터 얼떨결에 상대편 감독과 악수를 시작하게 된 김 대행은 11일 현대건설전에서도 선수단을 이끌었다. 사실상 이끈다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나이 어린 감독대행이다. 김연경보다 고작 1살이 많고 김해란보다는 3살이 어리다. 벤치를 본 경험 또한 한번도 없다. 노련한 사령탑이나 수석코치처럼 구체적인 전략전술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동안 선수들과 어깨를 비비며 어려운 길을 가야한다.
현재 흥국생명에 남아서 선수들에게 볼을 던져줄 코치는 1987년생 김대경 대행과 1992년생 최지완 코치 단 둘 뿐이다. 특히 최 코치는 올 시즌부터 흥국생명에서 처음으로 코치 생활을 시작했다. 김 대행은 지난 2013-14시즌부터 KGC인삼공사에서 코치 커리어를 쌓기 시작해 이제 10년 차를 맞이했다.
김 대행은 이 날도 사령탑 자리에서 선수들을 지켜보며 경기 전후로 볼을 던져주는 모습을 보였다.
경기 전 인터뷰를 통해서는 “제가 나가면 배구를 할 코치가 없다”며 공백이 메워질 때까지 빈 자리를 최대한 수습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물론 구단 측에도 신임 감독을 하루 빨리 세워야한다고 전달한 상황이다.
‘대행의 대행의 대행’까지 가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겨우 면했지만 해당 시스템으로 시즌을 마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김 대행은 필요할 경우 올스타전(1월 29일)에도 본인이 나서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빠른 구단 정상화를 위해서는 신임 감독에 앞서 일단 코칭스태프 추가 영입이 필요하다.
구단 측에서도 “김 대행이 계속해서 선수들을 보살피면서 볼까지 던져주긴 너무 어렵지 않겠느냐”며 김 대행에게 코치 추가 영입을 꾸준히 권유하고 있다.
하지만 김 대행은 이에 대해 “외부 인원을 더 들인다고 해도 팀 분위기가 좋아진다는 보장이 없으므로 신중하게 고려하겠다”는 의견을 표했다. 또한 “쉽지 않겠지만 이겨내야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현재 상황으로 미뤄보았을 때 권순찬 전 감독, 이영수 전 수석코치가 다시 돌아올 확률은 0%에 가깝다.
게다가 해당 사태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김여일 전 단장은 흥국생명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사과문 어디에도 이름을 찾아볼 수 없다. 지금까지 입장 한 줄 알려지지 않고 모든 사건을 뒤에서 관전하고 있다. 책임감 ‘빵점’의 어른이 쏟고 도망간 찬물을 아이들이 묵묵히 닦아내고 있는 모양새다.
어려운 싸움 끝에 현대건설에게 아쉽게 패한 흥국생명은 오는 15일(일), 페퍼저축은행과의 원정경기를 치른다. 페퍼저축은행은 시즌 중 김형실 전 감독이 물러나며 현재 이경수 대행이 팀을 이끌고 있다. 감독대행끼리의 첫 만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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