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빈·미나야 전 단장 가세로 스카우트·육성 분야 힘 얻을 듯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는 올 시즌 수비 시프트를 못 하도록 규정을 변경했다.
시프트는 특정 타자가 즐겨 치는 방향으로 내야수를 몽땅 몰아넣어 안타성 타구를 땅볼로 원천 봉쇄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타자의 타구 데이터를 면밀하게 분석한 시프트는 데이터 야구의 총아로 떠올라 확률 분석이 야구에서 차지하는 엄청난 비중을 여실히 입증했다.
시프트가 MLB에서 대세를 이루자 타자들은 차라리 공을 띄워 장타를 노려보자는 ‘뜬공 혁명’으로 맞불을 놨다.
진일보한 수비 전술인 시프트는 그러나 여러 비판을 낳았다.
타자들이 때려서 점수를 내야 이기는 야구에서 안타성 타구가 늘 그물 수비에 걸리다 보니 재미가 없어졌다는 평가가 이를 뒷받침한다. 수비수들은 타구 길목만 지키면 되므로 과거의 역동적인 호수비 등 볼거리가 사라졌다는 볼멘소리도 줄을 이었다.
3루수 또는 외야수가 시프트에 따라 요리조리 옮겨 다니다 보니 경기 시간이 길어졌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비판이 비등해지자 MLB는 투수와 포수를 제외한 내야수들이 2루를 기준으로 양쪽에 2명씩 서 있어야 하고 내야 흙으로 된 부분을 벗어날 수 없도록 해 사실상 시프트를 금지했다. 안타성 타구를 잡으려면 내야수들은 예전처럼 기민하게 움직여야 한다.
MLB는 시대에 따른 야구의 또 다른 진화를 추구하면서도 비판을 경청해 수비만큼은 과거로 돌아가기로 했다.
MLB 최고 명문 구단인 뉴욕 양키스의 최근 행보도 ‘과거 회귀’와 관련 있다.
양키스는 지난 25년간 팀을 이끈 브라이언 캐슈먼에게 2026년까지 4년 더 임기를 보장하면서 브라이언 세이빈 전 샌프란시스코 단장과 오마르 미나야 전 뉴욕 메츠 단장을 자문으로 영입했다.
세이빈과 미나야의 MLB 이력은 합쳐서 75년이 넘는다.
샌프란시스코 단장을 20년간 지내며 월드시리즈 우승을 세 번이나 일군 세이빈과 몬트리올 엑스포스, 메츠에서 단장을 지낸 미나야는 나란히 1985년에 야구단에 발을 들여 명성을 쌓아왔다.
선수 스카우트와 육성에서 탁월한 성과를 낸 둘은 예전 야구 트렌드를 상징하는 전형적인 ‘올드 스쿨’에 속한다. 이들은 스카우트, 육성 파트의 현장 목소리를 중시한다. 미국 언론은 요즘 MLB의 주류인 ‘분석·통계 야구’의 대척점에 있는 단어로 ‘올드 스쿨’을 주로 사용한다.
선수 영입에 엄청난 돈을 투자해 ‘악의 제국’으로도 불린 양키스는 분석·통계에도 공을 들인다. 양키스는 2018년 현재 MLB 30개 구단 중 다저스와 더불어 가장 많은 20명의 데이터·분석 인원을 고용했다.
미국 온라인 스포츠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이 7일(한국시간) 소개한 내용을 보면, 전 양키스 슈퍼스타 출신인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뉴욕 지역 언론인 잭 커리는 세이빈과 미나야의 양키스 합류를 두고 ‘분석과 유능한 야구인의 완벽한 균형’이라고 극찬했다.
커리 기자는 특히 “데이터 분석과 선수 스카우트 정보의 혼합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하다”며 “세이빈과 미나야 전 단장이 양키스 구단의 의사 결정에 다른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해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내셔널리그 챔피언으로 이끈 데이브 돔브로스키 운영 부문 사장과 2019년 워싱턴 내셔널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인도한 마이크 리조 단장 역시 대표적인 ‘올드 스쿨’로 꼽힌다.
2009년을 끝으로 월드시리즈 우승에 목마른 양키스가 올해 세이빈과 미나야의 영입으로 대성공을 거둔다면 ‘올드 스쿨’의 화려한 귀환이 MLB의 새 유행이 될 수도 있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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