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결정 못 했다. 좀 더 시간을 갖고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이승엽 두산 감독이 베테랑 투수 장원준의 1군 스프링캠프 합류 여부에 대해 한 말이다.
보통 1군 캠프 명단은 1월 초.중순에 결정된다. 아직 합류를 결정하지 못했다는 건 그만큼 고민이 깊다는 뜻이다.
이승엽 감독은 팀을 맡자마자 장원준과 면담을 가졌다. 구단은 장원준의 은퇴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던 상황. 하지만 이 감독과 면담 이후 다시 한번 도전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당시 이 감독은 “떠밀리듯 은퇴하면 미련이 너무 크게 남는다.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고 했었다.
팀을 위해 많은 공을 들였던 베테랑에 대한 예우 차원의 결정이었다.
하지만 이 감독이 약속한 건 기회였지 자리가 아니었다. 장원준이 1군에서 던지기 위해선 1군에서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증명해야 한다.
장원준은 올 시즌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시속 138km에 그쳤다. 전임 김태형 감독은 “좌투수가 좌타자를 효율적으로 대처하려면 못해도 140km는 던져줘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때문에 김태형 감독 아래선 많은 기회를 얻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감독이 바뀌며 분위기가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결국 장원준이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는 사실만은 변함이 없다. 이승엽 감독도 장원준이 1군에서 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1군에 불러올릴 수 있다.
일단은 자신이 준비한 것을 실전에서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1군 캠프에 합류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2군 캠프에서 출발하게 되면 아무래도 1군 감독의 시야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장원준에게도 기회는 있다. 두산의 좌완 불펜진이 그리 강하지 않기 때문에 경쟁력을 가질 기회는 주어져 있다.
장원준이 1군에서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만 한다면 나이 때문에 기회를 잃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승엽 감독이 아무 편견 없이 실력만으로 선수들을 평가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약속을 천금같이 여기는 이승엽 감독인 만큼 의도적으로 장원준을 배제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장원준이 그에 걸맞은 실력을 보여줘야 이 감독도 그를 쓸 수 있다. 쓰지 못하는 선수에게 자리를 만들어줄 만큼 여유 있는 상황은 아니다.
그래도 장원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변화는 있었다. 자신의 마지막 전성기를 함께 했던 포수 양의지가 돌아온 것이다.
자신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투수 리드에 있어서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 포수가 돌아온 만큼 숨통이 트일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고 볼 수 있다.
이제 모든 것은 오롯이 장원준에게 달렸다. 양의지의 도움도 일단 공에 힘이 있어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여전히 힘 있는 공을 던질 수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 감독이 허용한 것은 기회였지 자리가 아니었다. 자리는 장원준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현재 장원준의 위치는 지난 4년간 1승도 거두지 못한 투수에 불과하다. 자기 자신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준비를 해야 한다. 장원준이 스스로 증명해내지 못한다면 이승엽 감독이 약속한 기회도 날아가 버릴 것이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장원준의 도전이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butyou@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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