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왼쪽)과 나성범./사진=SSG 랜더스, KIA 타이거즈 |
과거 한국 야구국가대표팀이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둔 국제대회에서는 늘 결정적일 때 한 방을 해주는 해결사가 있었다.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베테랑들에게 그 역할이 기대된다.
이순철(62) SBS 스포츠 해설위원은 최근 스타뉴스와 인터뷰에서 키플레이어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한 방에 경기를 끝낼 수 있는 파워 히터가 타선의 중심을 잡아주면 좋을 것 같다”며 불펜의 역할과 함께 거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예로 든 것이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의 김태균(41·은퇴), 추신수(41·SSG)였다. 당시 김태균은 일본과 1라운드 예선 투런포, 순위결정전 결승타, 베네수엘라와 4강전 투런포를 포함해 타율 0.345, 3홈런(공동 1위), 11타점(1위)으로 맹활약했다. 추신수 역시 베네수엘라와 준결승전 쓰리런, 일본과 결승전 동점 솔로포 등으로 함께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한국의 WBC 최고 성적인 준우승을 합작했다.
이 위원은 “2009년에는 김태균, 추신수 등 결정적일 때 한 방씩 터트릴 수 있는 선수들이 있었다. (홈런이 나오면) 경기가 굉장히 쉽게 풀리고 팀 분위기도 상당히 좋아진다. 이정후(25·키움)처럼 안타로 앞에서 풀어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심 역할을 제대로 해줄 수 있는 타자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18일 발표된 WBC 조직위원회에 제출한 관심 명단(Federation Interest List) 50명을 살펴보면 꾸준히 20홈런 이상이 기대된 자원은 오재일(37·삼성), 양의지(36·두산), 최정(36·SSG), 김현수(35·LG), 나성범(34·KIA) 등 5명 정도다. 평균 35.6세의 이들이 엔트리 초안에 포함된 사실은 최근 젊은 거포가 눈에 띄지 않는 한국야구의 현실을 말해준다.
왼쪽부터 삼성 오재일, 두산 양의지, LG 김현수. /사진=OSEN, 두산 베어스 |
물론 모두 대표팀에 가는 것은 아니다. 세대교체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이들 중 몇몇은 최종 엔트리(2월 초 발표)에서 제외될 수 있다. 하지만 분위기를 한 방에 바꿔줄 장타력을 갖춘 젊은 타자가 없다는 점에서 이들의 승선 가능성은 남아있다. 그런 의미에서 새 WBC 해결사 역할은 여전히 노장의 활약에 달렸다는 뜻도 된다.
가장 기대되는 해결사 후보는 최정과 나성범이다. 최정은 지난 시즌 121경기 타율 0.266, 26홈런(리그 3위) 87타점, 출루율 0.386 장타율 0.505 OPS 0.891로 통산 8번째 3루수 골든글러브를 품에 안았다. 함께 후보에 오른 3루수들과 비교해도 공·수에서 단연 돋보인다.
최정과 함께 2022년 골든글러브 수상자가 된 나성범은 조금 더 정교한 타격과 함께 홈런 생산을 기대해볼 수 있는 타자다. 지난해 144경기 전 경기에 출장해 0.320의 고타율을 유지하면서 21홈런 97타점, 출루율 0.402 장타율 0.508 OPS 0.910으로 거포로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최지훈(26·SSG), 이정후 등 젊은 외야수들이 콘택트 능력이 돋보이는 가운데 김현수와 함께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자원으로 분류된다.
사실상 마지막 국제대회가 될지 모를 이번 WBC는 그동안의 아쉬움을 떨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최정은 2009년, 2013년 WBC,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9년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 12 등 총 4번, 나성범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 2015 WBSC 프리미어 12 등 총 2번 태극마크를 달았다. 두 사람 모두 아시안게임에서는 좋은 활약을 펼쳤으나, 전 세계 강호들을 상대로 나설 기회가 많지 않았다.
꾸준히 국가대표로서 활약했던 양의지와 김현수는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인다. 2015년 WBSC 프리미어 12 때 첫 발탁 이후 5번이나 안방을 지킨 양의지는 타격보단 안정적인 수비로 대표팀을 이끌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의 주역인 김현수는 꾸준히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보여주며 총 9번의 대표팀을 경험했다.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첫 태극마크를 달았던 오재일은 두 번째 대표팀 승선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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