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빈, 몇 년 안에는 좋은 세터가 될 거라 보고 있다.”
후인정 감독이 지휘하는 KB손해보험은 지난 시즌 아름다운 역사를 썼다.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비록 대한항공의 벽에 막혀 우승까지는 가지 못했으나, 그래도 그들의 여정은 눈부셨다.
그러나 올 시즌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두 시즌, 팀의 공격을 책임졌던 노우모리 케이타(등록명 케이타)가 떠나면서 전력이 약화된 게 가장 큰 요인이다. 케이타를 대신해 팀 공격을 이끌어주길 바랐던 니콜라 멜라냑(등록명 니콜라)은 1라운드 MVP를 받는 등 호성적을 예고했지만 2라운드부터 갑작스러운 공격력 저조를 보였고, 결국 KB손해보험과 이별을 택했다.
현재 KB손해보험은 승점 12점(4승 11패)으로 최하위에 처져 있다. 물론 6위 삼성화재보다 두 경기를 덜 치른 상황이긴 하지만, 지난 시즌 봄배구를 함께 했던 1위 대한항공(승점 39점 13승 2패)과 3위 우리카드(승점 24점 9승 6패)의 순항을 비교하면 아쉬운 성적.
또한 외인이 빠진 부분 외에도 국가대표 세터 황택의 마저 부상으로 세 경기 연속 결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황택의의 복귀 시점은 미정이다.
그렇지만 KB손해보험도 희망을 찾아야 한다. 그들에게 작은 한줄기 희망이 되어주는 존재가 나타났다. 바로 만 18세 신인 세터 박현빈이다. 박현빈은 성균관대 1학년을 마치고 올해 신인 드래프트에 얼리로 참가했다. 1라운드 6순위로 KB손해보험 지명을 받았다.
박현빈은 빠르면서도 안정적인 토스가 일품인 선수다. 속초고 시절부터 경기 운영 또한 나쁘지 않다는 평을 들었다. 서브에도 일가견이 있다. 성균관대 신입생 시절부터 주전 세터로 뛸 수 있었던 이유다. 연령별 대표로도 차출되는 등 국제 대회 경험도 쌓았다. 지난 8월에는 제21회 아시아청소년남자U20선수권대회 국가대표로 뽑혀 나라를 빛내기도 했다. 참고로 흥국생명 아웃사이드 히터 박현주의 친동생이다.
사실 박현빈은 드래프트 동기들보다 데뷔가 늦었다. 그는 드래프트 참가 신청 당시 제출한 서약서 내에 ‘품위 손상 행위’ 사실을 기재했다. 그래서 KOVO는 “학교폭력 조치사항으로 전학 등의 조치를 이행한 점, 자진신고한 점, 행위 사실이 4년 전 중학생 시절 발생한 점 등을 감안해 신인 선수 드래프트 참가 자격을 제한하지는 않았다. 단, 드래프트 지명 시 2라운드 출전 정지 징계를 내린다”라고 전한 바 있다. 박현빈은 1, 2라운드는 건너 뛰고 3라운드 두 번째 경기부터 팀과 동행하고 있다.
물론 많은 경기를 소화한 건 아니지만, 수장의 눈에 보이는 무언가가 있다. 22일 대한항공전 3세트는 선발로 나서 한 세트를 풀로 지휘했다. 패했지만 대담하면서도, 실점을 허용하더라도 기죽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후인정 감독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몇 년 안에는 좋은 세터가 될 거라 보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무리를 해서라도 뽑았다. 지금도 경기장에 들어가면 뭘 해야 되는지 알고 있다. 어린 나이지만 배포가 있다. 세터가 가져야 할 자질은 다 가지고 있다”라고 칭찬했다.
또한 후인정 감독은 “대한항공전 3세트 경기도 생각보다 잘해줬다. 물론 정신이 없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토스 패턴이나, 토스 질이 나쁘지 않았다. 잘 다듬으면 좋은 세터로 성장할 거라 본다”라고 말했다.
KB손해보험은 주전 세터 황택의가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 후 감독은 “경기도 중요하지만, 선수 건강이 더 중요하다. 된다고 할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다”라고 했었다.
수장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만 18세 신인 세터가 국대 세터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이정원 MK스포츠 기자(2garde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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