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연합뉴스 |
한국 여자축구의 ‘전설’ 지소연(31·수원FC 위민)은 여자실업축구 WK리그 13년 사상 처음 개최된 연말 시상식을 누구보다 기꺼워했다.
한국여자축구연맹은 2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 올림피아 홀에서 제1회 현대제철 2022 WK리그 시상식을 열고 득점·도움상을 비롯해 포지션별 최고 선수 등을 뽑았다.
이는 2009년 리그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열린 연말 시상식이다.
2014년부터 잉글랜드 여자슈퍼리그 첼시에서 뛰다가 올해 5월 수원FC 위민에 입단한 지소연도 이날에는 유니폼이나 트레이닝복이 아닌 베이지색 정장을 입고 시상식을 찾았다.
리그 최고 미드필더로 선정돼 ‘올해의 미드필더상’ 수상자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지소연은 시상식 후 취재진과 만나 “역사적인 날”이라고 기뻐했다.
그는 “선수들이 이런 시상식을 정말 기다려왔다”며 “내년에도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펼치면 (오늘처럼) 파티를 열어 수상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간 여자축구 선수들은 남자 선수들이 K리그 시상식 등을 통해 연말 활약과 공로를 인정받는 광경을 부러움 섞인 시선으로 바라봐야 했다.
공격수상을 받은 최유리(인천 현대제철)도 “한해 노고를 보상받은 기분”이라며 “항상 우승한 선수들끼리 축하하고 끝났다. 우리끼리만 기뻐하는 정도였다”고 반색했다.
여자축구 간판으로 수많은 시상식에 참여해 단상에 올랐던 지소연도 이날 떨리는 심정을 감출 수 없었는지 소감을 말할 때 여러 번 더듬었다.
지소연은 “원래 떨지 않는데 오늘은 많이 기다렸던 날이라 떨었다”며 “WK리그 선수들이 고생한 보람을 얻는 시간이지 않나. 항상 고생했지만 시상식 없이 마무리해 밖에서 보는 입장에서도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이같이 기뻐하는 와중에도 받지 못한 수상에 대해 아쉬움을 완전히 감추지는 못했다.
한양여대 졸업 후 바로 일본 무대로 진출한 지소연은 올해 처음으로 WK리그를 밟았다. 우리나라 최고 선수지만 리그 차원에서 보면 ‘신인’이다.
올해의 신인상은 지소연의 팀 동료인 권희선에게 돌아갔다.
지소연은 “내가 신인은 맞는데, 권희선 선수가 1년 내내 정말 잘해줬다. 내가 와서 5개월을 지켜봤지만 성실한 선수”라며 “나는 외국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사실 (신인상이) 조금 탐나긴 했다”고 웃었다.
실력이든, 인지도든 한국 여자축구의 ‘선봉’ 역할을 맡은 지소연은 언론 인터뷰나 공식 석상에서 여자축구가 더 발전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해왔다.
이날도 지소연은 “한국에 들어온 지 몇 개월이 됐다. 그간 돌아보면 나 혼자서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며 “선수들이 힘을 합쳐 목소리를 내야 WK리그가 더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들 열심히 해주고 있지만, (리그 발전을 위해) 피하지 말고 목소리를 내줬으면 한다”고 했다.
지소연이 전 소속팀 첼시(잉글랜드)와 현 소식팀 수원FC 모두 남자, 여자팀을 동시에 운영하는 구단이다.
지소연은 이같이 두 개 팀을 동시에 운영하는 구단이 더욱 많아지길 바랐다.
그는 “WK리그 인천 현대제철 같은 경우 K리그1 전북 현대, 서울 시청은 FC서울과 함께 운영하면 좋을 것 같다”며 “지역에도 이렇게 운영하는 팀이 더 많이 생겨나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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