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롱코리아에서 활약 중인 장재영. (질롱코리아 제공) |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지난 2시즌 간 아쉬움만 남겼던 ‘9억팔’ 장재영(20·키움 히어로즈)이 ‘호주 유학’을 통해 서서히 잠재력을 발산하는 모습이다. 고질병이던 제구 난조를 잡을 수만 있다면, 키움 입장에서는 올 시즌 MVP급 투수로 성장한 안우진(23)과 함께 ‘영건 원투펀치’를 이루는 꿈같은 일도 현실이 될 수 있다.
장재영은 올 시즌을 마친 뒤 현재 호주프로야구리그(ABL) 질롱 코리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2018년 창단한 KBO리그 연합팀 질롱코리아는 정규시즌이 끝난 뒤 각 구단의 유망주 선수들을 파견 받아 경험을 쌓게 하고 있는데, 올해 현재까지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은 바로 장재영이다.
덕수고 시절 150㎞ 중반대의 강속구 투수로 이름을 날린 장재영은 2021년 키움의 1차 지명을 받아 입단했다. 계약금만 무려 9억원, 2006년 한기주(KIA·10억원)에 이어 역대 신인 계약금 2위에 해당하는 금액을 받았다. 그에게 거는 기대가 어느 정도였는 지를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다.
키움은 그를 개막 엔트리에 포함시키며 즉시 전력으로 여겼지만 장재영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그는 입단 첫해인 2021년 19경기 17⅔이닝을 던지며 1패에 평균자책점 9.17을 기록했다. 2년차인 올해도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고 14경기 14이닝동안 승패없이 평균자책점 7.71이었다.
문제는 제구였다. 150㎞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가지고 있어도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없다면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었다. 입단 첫해 17⅔이닝동안 사사구 27개, 2년차에도 14이닝동안 사사구 8개. 좀처럼 영점이 잡히지 않았다.
레벨이 한 단계 낮은 2군에서도 제구 불안은 여전했다. 2021년엔 16경기 32⅓이닝을 던지며 43사사구를 남발했고, 올해도 42이닝동안 48사사구를 기록했다. 이닝보다 많은 사사구를 내주는 턱에 2시즌 동안 2군에서의 평균자책점도 6.42였다.
프로무대에서 제구 난조에 고전한 장재영(왼쪽). /뉴스1 DB ⓒ News1 이재명 기자 |
시즌 후 질롱코리아 파견은 장재영에겐 중대한 결심이었다. 좀처럼 제구가 잡히지 않으면서 ‘투타 겸업’까지 고려할 정도였다.
그리고 이어진 호주리그. 장재영은 투수에 전념하며 다시금 힘을 냈고, 질롱코리아의 실질적인 에이스 노릇을 해내고 있다.
현재까지 6경기에 등판해 1승2패 평균자책점 3.30. 무엇보다 30이닝을 소화하면서 탈삼진은 37개인 반면 볼넷은 9개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지난 18일 멜버른 에이시스와의 경기에선 파견 후 가장 인상적인 투구를 보이기도 했다.
키움 히어로즈 장재영. /뉴스1 DB ⓒ News1 이재명 기자 |
선발로 나선 장재영은 8이닝동안 115구를 던지면서 5피안타(2피홈런) 2사구 10탈삼진 2실점의 역투를 펼쳤다. 몸 맞는 공 2개가 있었지만 볼넷은 없었고 삼진이 10개에 달했다. 모두가 바라던 장재영의 모습이다.
아직 호주리그는 끝나지 않았고, ‘본게임’인 2023시즌까지는 시간이 남았기에 설레발은 금물이다. 하지만 2군에서도 좀처럼 잡히지 않았던 영점이 실전에서 잡히는 경험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장재영에겐 큰 경험과 자산이 될 것은 분명하다.
올 시즌 MVP급 활약을 펼치며 리그 최고의 투수로 거듭난 안우진도 첫 2시즌동안은 평균자책점 5점대 이상을 기록하며 불안감을 노출하곤 했다. 그러던 그가 본격적으로 활약하기 시작한 것이 3년차이던 2020년이었다.
안우진과 상황이 다소 다르긴 하나 장재영 역시 3년차 시즌을 앞두고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장재영이 호주리그에서의 모습을 KBO리그에서도 보여줄 수 있다면, 키움은 150㎞대 강속구를 지닌 영건 선발을 두 명이나 보유할 수 있다. 장재영의 2023년이 기대되는 이유다.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