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회는 ‘역대 최고 월드컵(best World Cup ever)’이었다. 전 세계인들이 카타르에 와 아랍 세계를 발견했다.”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2022 카타르월드컵 결승전과 3·4위 결정전 등 두 경기 만을 앞둔 지난 16일(현지시간) 이번 대회를 이렇게 평가했다. 중동에서 열린 첫 월드컵으로, 모로코를 비롯한 ‘언더독(약자)의 반란’이 이어지고 역대 최다 골이 터지는 등 이슈가 쏟아지며 흥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18일 종료된 이번 대회는 여러 논란을 이끌며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대회로 평가받는다. 시작 전부터 논란이 지속됐던 카타르 내 이주노동자와 성소수자(LGBT+) 차별 등 인권 문제 등은 이번 월드컵의 오점으로 남았다. 또 유럽연합(EU)에서는 ‘카타르 뇌물 스캔들’이 터져 조사가 진행되는 것은 물론 법적 문제로 이어진 상태다.
◆ 261조원 투입한 국가 브랜드 ‘카타르’의 성공
FIFA가 지난 16일까지 집계한 카타르 월드컵의 총 관중 수는 327만명이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총 관중 수인 330만명에는 뒤쳐지지만 FIFA의 발표 이후 3·4위 전과 결승전이 치러진 만큼 2018년 관중 수를 넘었을 가능성이 남아있다. 카타르 국영 QNA통신은 이날 월드컵 기간 중 카타르 방문객이 140만명이었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인 수치는 다시 집계가 필요하겠지만 이틀 전 대회 준비 위원회 측이 발표한 방문객 수가 100만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관중들이 추가로 몰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대회는 이변이 잇따라 발생하며 이슈를 몰고 다녔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2일 주요 스포츠베팅 업체 정보를 모아 제공하는 웹사이트 ‘오즈포털’에서 2002년부터 올해까지 6번의 월드컵 베팅 자료를 분석한 결과 총 10대 이변 중 5번이 카타르 월드컵에서 나왔다고 보도했다. 아프리카 최초로 4강에 진출한 모로코가 대표적이다. 한국,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시아 국가의 선전도 한 몫했다.
이를 바탕으로 카타르 월드컵은 역대 최다 득점 월드컵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치러진 아르헨티나와 프랑스의 결승전에서 킬리안 음바페(프랑스)의 해트트릭을 비롯한 6골이 한꺼번에 터지면서 이번 대회의 총 득점이 172골로 집계됐다. 이로써 1998년과 2014년 세운 최다 득점 기록인 171골을 넘어섰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6번의 무득점 무승부가 있었지만 스페인이 코스타리카를 7대0으로 꺾고, 잉글랜드가 이란을 상대로 6대2 승리를 거두면서 총 득점을 끌어올리는 데 영향을 줬다고 외신은 평가했다. AP는 “2026년 월드컵에서는 48개 팀이 80경기 또는 104경기를 치르는 것으로 확대돼 신기록이 세워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1998년부터 이번 대회까지는 32개 팀이 조별 예선을 치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카타르 내에서는 이번 대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카타르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최근 주요 외신에 “카타르는 성공했다고 느낀다. (카타르의 대회 개최를) 의심하는 사람들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했고 이 지역을 자랑스럽게 여기게 했다”면서 “‘브랜드 카타르’에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카렌 영 컬럼비아대 박사는 카타르가 이번 대회를 준비하며 2000억달러(약 261조원)를 사용한 것을 언급하며 “카타르에게는 그만한 가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작은 국가인 카타르가 지역(중동)의 도움 없이 오롯이 홀로 해냈다. 그 점이 눈에 띈다”고 분석했다.
◆ ‘성공’이라고만 하기엔…뇌물·인권침해 논란 지속
하지만 카타르 월드컵은 뇌물 의혹이나 인권 침해 등 가볍지 만은 않은 논란들 속에 치러졌다. 흥행에 성공한 이번 월드컵을 단순히 ‘성공을 거뒀다’고만 평가할 순 없는 이유다.
우선 월드컵 개최지 선정 과정부터 시작된 로비 스캔들은 대회가 끝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개최지 선정 당시 FIFA 집행위원들의 표를 뇌물로 매수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준결승을 앞두고는 유럽의회 부의장 등이 뇌물 수수 혐의로 벨기에 검찰에 기소됐다. 카타르는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벨기에에서는 수사당국이 유럽의회 로비전에 연루된 인물 4명을 대상으로 기소를 한 상태다.
인권 문제는 카타르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 가장 주목받은 이슈였다.
인구가 280만명에 불과한 카타르가 월드컵에 필요한 경기장 등 인프라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인도, 파키스탄, 네팔 등에서 이주노동자가 다수 입국했는데, 최근 10년간 건설 현장에서 65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열악한 노동 환경이 문제였다. 인권 단체에서 여러차례 문제제기를 했으나, 카타르 측은 이를 인정하지 않으며 노동자 사망 사건에 대해 “죽음은 삶의 일부”라고 표현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주 노동자와 함께 성소수자에 대한 인권 탄압 문제도 불거지면서 잉글랜드와 독일 등 유럽 7개 팀이 인권 차별을 반대한다는 의미로 ‘무지개 완장’을 착용하려 했다가 FIFA가 이를 막아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인판티노 회장은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축구와 정치를 거리를 둬 월드컵 팬들이 축구 만을 즐기도록 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월드컵 공식 후원사와 국가간 충돌도 있었다. 중동에서 열리는 첫 월드컵이었던 만큼 음주 문제를 둘러싸고 개최국과 후원사가 올해 내내 갈등을 벌여왔다. 심지어 대회 수일 전에는 카타르 측이 갑작스럽게 경기장 내 맥주 판매를 금지하면서 후원사가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카타르는 월드컵 개최권을 확보한 뒤 논란이 이어졌던 토너먼트를 거쳐 전 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다”면서 “결국 카타르는 원하는 것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NYT는 “스포츠가 또 다시 그러한 가능성이 희박한 주최국을 보게 될 가능성은 낮다”면서 “카타르는 월드컵 규모의 토너먼트 경기에 가장 부적합한 개최국 중 하나였지만 막대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점을 이용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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