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이 머물렀던 카타르 도하 르메르디앙 시티 센터 2701호. /사진=뉴시스 |
월드컵 16강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른바 ‘2701호 논란’이 축구계를 흔들고 있다. 손흥민(30·토트넘)의 전담 트레이너로 이번 월드컵에 동행한 안덕수 씨가 SNS를 통해 대한축구협회와 대표팀 의무팀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는 게시글을 잇따라 올렸기 때문이다. 기자들의 연락을 기다리겠다던 안 씨는 이후 돌연 침묵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구체적인 폭로 내용과 시기를 두고 그의 입에 축구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안 씨는 지난 7일 SNS에 대표팀 주요 선수들과 함께 찍은 단체 사진을 올리며 “이 사진은 포르투갈과의 예선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이대로는 끝내지 말자며 2701호에 모여 했던 2701호 결의”라며 “2701호에선 많은 일들이 있었고 2701호가 왜 생겼는지는 기자님들 연락 주시면 상상을 초월한 상식 밖의 일들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손흥민을 비롯해 황의조(30·올림피아코스), 김민재(26·나폴리), 황희찬(26·울버햄튼) 등 대표팀 핵심급 선수들이 사진에 담긴 데다, 안 씨가 “부디 이번 일로 반성하시고 개선해야지 한국축구의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이면서 추가 폭로에 대한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정작 안 씨는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취재진의 연락을 받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안 씨가 침묵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SNS에 올린 게시글들을 종합하면 대한축구협회, 그리고 대표팀 의무팀을 향한 불만이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대표팀 공식 의무팀으로 추정되는 대상을 향해서는 ‘삼류’, ‘루저’ 등 과격한 표현을 서슴지 않았을 정도다. 그는 “당신의 직업이 의사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나는 당신이 그 싸구려 입으로 판단할 분이 아니다”, “손에서 열이 빠지지 않을 정도로 니들이 할 일을 해주는데 뭐? 외부치료? 안샘이 누구냐고? 축구판에서 나를 모른다고 그러니까 니들은 삼류”라는 내용을 적었다.
안 씨와 동행한 송영식 트레이너 역시 SNS에 “대표팀 옷 입고 일하는 분들 반성과 자기성찰을 좀 하시길”이라고 적거나, 댓글을 통해 “(의무팀과) 공조가 1도 안 된다”며 협회와 대표팀 의무팀을 향한 불만을 한목소리로 냈다.
안덕수 트레이너(아래 흰 옷)와 대표팀 선수들./ 사진=안덕수 트레이너 SNS 캡처 |
안 씨는 오랜 기간 K리그에서 활동하며 실력만큼은 정평이 나 있는 인물이다. 지금은 손흥민 전담 트레이너로 일하고 있고, 전·현직 국가대표와도 친분이 깊다. 다만 이번 월드컵엔 대표팀 공식 의무팀이 아니라 손흥민 개인 트레이너로 동행했다. 월드컵 기간 대표팀 선수들을 두고 공식 의무팀과 개인 트레이너가 함께 선수들을 관리하다 보니 이 과정에서 갈등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실력이 있는 트레이너인 만큼 협회 차원에서 정식으로 고용하는 방안도 있었지만, 안 씨의 자격증이 갱신되지 않아 고용 자체가 불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개인 트레이너의 현지 활동까지는 제한하지는 않고, 오히려 숙박 비용 등을 제안했지만 안 씨 측이 거절했다는 게 협회 측의 설명이다. 이후 안 씨가 대회가 끝난 뒤 SNS를 통해 공개적인 ‘저격’을 했으니 협회는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협회는 우선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의무팀을 중심으로 빠르게 진상을 파악한다는 계획이다. 관계자는 “어제(7일)자로 월드컵 공식 일정이 마무리됐다. 이제 사실을 확인하는 게 가장 먼저이고, 확인된 내용들에 따라 당사자 의견을 청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안덕수 씨와) 접촉할 예정”이라며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확인하고, 협회의 공식 입장을 내야할 부분이 있다면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안 씨가 언급한 ‘상상을 초월한 방식’이나 ‘직접 겪고 봤던 모든 부조리와 말도 안 되는 일들’을 직접 나서서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는 게 축구계의 목소리다. 스스로 언급했듯 한국축구의 미래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한 축구 관계자는 “월드컵 16강에 기뻐해야 할 시기에 안타까운 일이다. 그래도 현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으니 그 정도로 불만을 표출하지 않았을까 싶다”며 “문제가 심각하다면 협회에서도 반드시 책임을 지거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 대표팀의 16강 성적과 협회의 지원은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만약 대중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개인적인 불만이라거나 자기들끼리의 기 싸움 정도라면 한국 축구에 찬물만 끼얹는 꼴이 될 수 있다”며 “자칫 앞으로 의무팀 구성에도 악영향이 생길 수 있다. 누가 삼류 소리를 들어가며 대표팀에서 일하고 싶겠나. 선수들에게도 좋지 않은 일이다. 결국 본인이 나서서 입장을 표명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안덕수 트레이너가 SNS에 올린 게시글. / 사진=안덕수 트레이너 SNS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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