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경현 기자] 역사에 남을 열정이다.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도루를 줄일 수밖에 없는 환경에 직면했지만, 슬라이딩 방식을 바꾸며 주루 플레이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다.
오타니는 지난 3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시범경기에서 ‘새로운 슬라이딩’을 선보였다. 4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오타니는 안타를 치고 1루로 나갔다.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의 3루 땅볼 때 2루로 향했는데, 왼손을 가슴에 붙인 채 베이스로 슬라이딩을 시도했다.
일본 ‘스포니치 아넥스’는 5일 크리스 우드워드 다저스 주루코치와의 인터뷰를 소개했다. 우드워드 코치는 “우리는 오타니를 건강하게 유지하고 싶다. 작년에 어깨를 다쳤지만, 이제는 어깨와 손목에 더 안전한 슬라이딩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2차전, 오타니는 7회 말 도루를 시도하다 어깨 부상을 당했다. 벤트 레그 슬라이딩을 시도했는데, 왼손으로 땅을 짚다가 어깨에 큰 충격이 가해졌고, 이는 왼쪽 어깨 아탈구로 이어졌다. 다행히 오타니는 큰 문제 없이 월드시리즈 전 경기에 출전했지만, 시즌 종료 후 어깨 수술을 받았다.

수술 부위를 보호하기 위해 슬라이딩 방식을 바꿨다. 이전처럼 손으로 땅을 짚는 대신, 상체는 최대한 정면을 바라보고 다리와 엉덩이 위주로 슬라이딩 충격을 흡수하는 것. 왼팔은 최대한 가슴 쪽에 고정시키려 한다.
우드워드 코치는 “접전 상황에서는 손을 뻗으려는 경향이 있지만, 그러면 안 된다. 오타니는 너무나도 중요한 선수이기 때문에 다치게 할 수 없다. 그도 그 점을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불가피하게 손을 뻗어야 할 상황이 나올 수 있다. 우드워드 코치는 “야구를 하는 이상 슬라이딩하거나 몸을 던지는 등 위험한 순간은 있을 수밖에 없다. 다만, 2루나 3루로 슬라이딩할 때 더 직립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면 더 안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5시즌 오타니는 ‘이도류’ 복귀를 선언했다. 5월쯤 투수로 복귀할 전망이다. 피칭을 시작한다면 오타니의 신체는 더욱 큰 부담을 지게 된다. 자연스럽게 체력 소모와 더불어 부상 위험까지 있는 도루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우드워드 코치는 “오타니는 바보가 아니니까 계속 뛰면 리스크가 따른다는 걸 알고 있다. 작년에는 등판할 가능성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도루 개수를 늘릴 수 있었다”며 “다른 일을 다 하면서 도루까지 반복하면 체력 소모가 크다. 타격을 하고, 자주 출루하고, 주루 플레이를 하고, 도루를 하고, 투구까지 한다면 너무 과한 것이다. 신중해야 하며, 지속적으로 소통해 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다만 도루를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우드워드 코치는 “로버츠 감독, 트레이너 팀과 논의한 후, 등판 후 며칠은 도루하지 않을 수도 있다. 동점인 9회처럼 특별한 상황에서는 도루할 수도 있겠지만, 그 외에는 뛰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상대 팀이 그가 뛰지 않는다는 걸 알게 하고 싶지는 않다. 상대가 그가 베이스 위에 있을 때도 위협적으로 느끼길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 시즌 오타니는 전무후무한 업적을 썼다. 54홈런 59도루로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의 50-50클럽에 가입한 것. 말 그대로 최고의 타자이자 최고의 주자였다. 홈런은 내셔널리그 전체 1위였고, 도루는 엘리 데 라 크루즈(67개·신시내티 레즈)에 이어 2위였다. 성공률은 93.7%로 4위에 위치했다.

다저스의 의중은 명확하다. 도루의 감소는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오타니의 ‘주루’ 재능을 썩히지는 않겠다는 것. 우드워드 코치는 “오타니는 분명히 도루를 원하겠지만, 작년만큼 많이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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