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끝내기 주루사에 울었는데…
KIA 타이거즈 외야수 박정우(27)는 작년 5월22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서 2-4로 뒤진 9회초 1사 만루서 결정적 실수를 범했다. 3루 주자였다. 김선빈이 우익수 뜬공을 쳤다. 박정우는 태그업을 했으나 롯데의 기민한 중계플레이에 3루로 돌아가다 런다운에 걸렸다. 우여곡절 끝에 홈으로 파고들어봤지만 아웃. KIA로선 허무한 패배였다.

결과론이지만, 처음부터 본인의 빠른 발을 믿고 태그업을 했다면 세이프 될 수도 있었다. 이후 박정우는 팀에 너무 미안한 나머지 펑펑 울었다는 후문이다. 훗날 삼성 라이온즈와의 대구 원정에서 오승환을 상대로 결정적 한 방을 날리고 수훈선수 인터뷰를 하면서도 그날의 죄책감에 눈물을 보였다.
박정우는 2023년 퓨처스리그 도루왕 출신이다. 그러나 2024년엔 단 1개의 도루도 시도하지 못했다. 이범호 감독은 도루를 자제시킨 적이 없었다. 레드라이트를 딱 한 번 줬는데, 그때 도루를 시도하다가 아웃됐다. 그래도 발 빠르고 수비는 정말 잘 한다. 어깨가 매우 좋다. 그러나 ‘사직 주루사’ 사건에서 보듯 간혹 판단 미스로 결정적 실수를 하는 스타일이다.
그래도 이범호 감독은 박정우를 지난해 거의 계속 1군에 데리고 있었다.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도 넣었다. 김호령과의 경쟁서 이겼지만, 사실 공수주를 갖춘 외야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66경기서 타율 0.308 11타점 17득점 OPS 0.733 득점권타율 0.421을 기록했다.
그런 박정우는 야구를 잘 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는 듯하다. 어바인 스프링캠프의 모습을 담은 구단 유튜브 채널 갸티비를 보면, 박정우가 박찬호의 도움으로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는 모습도 보인다. 과거 박찬호처럼 ‘뼈말라’ 스타일이었지만, 이젠 몸에 힘도 제법 붙었다.
타격 자질이 있다는 평가는, 이번 오키나와 연습경기 시리즈서 다시 한번 확인됐다. 박정우는 5경기서 12타수 5안타 타율 0.417 1도루 2볼넷 3삼진을 기록했다. 수비는 여전히 발군이었다. 홈 보살도 한 차례 있었다. 빗맞은 타구에 대시할 때부터 송구하기 좋은 자세를 만들었다는 SPOTV 이대형 해설위원의 디테일한 칭찬도 들었다.
김호령과의 엔트리 경쟁은, 어쩌면 무의미할 수 있다. 박정우는 앞으로 주전을 노려봐야 할 외야수이기 때문이다. 당장은 쉽지 않다. 올해도 작년처럼 대수비, 대주자 롤이다. 그러나 적은 타격 기회를 잘 살리면 영역이 확장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KIA는 올 시즌을 마치면 최원준이 FA 자격을 얻는다. 최악의 경우 떠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나성범과 이창진은 30대 중반에서 후반으로 간다. 외야로 돌아온 이우성도 30대 초반이다. 20대의 젊은 기수가 필요하다. 박정우가 제격이다. 올해 1군에서 좀 더 경험을 쌓고 좋은 실적을 내면, 훗날 주전 도약의 찬스는 열릴 전망이다. 구단은 스프링캠프 MVP 중 한 명으로 박정우를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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