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구일행(一球一幸). 공 하나하나에 행복을 느끼는 아이들이 있다. 드넓은 운동장에서 공을 던지고 치고 달리며 건강하고 올바르게 자라는 소년들. 바로 대한유소년야구연맹(회장 이상근) 소속 유소년야구 선수들이 주인공이다. ‘공부하는 야구, 행복한 야구, 즐기는 야구’를 지향하는 대한유소년야구연맹은 2011년 문을 열고 한국 야구 유망주 육성 산실이 됐다. 두산 베어스에서 활약 중인 왼손 투수 최승용을 비롯해 여러 프로 선수들을 배출하며 한국 야구 저변 확대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한국 야구를 넘어 스포츠 전체에 좋은 모범사례가 되는 대한유소년야구연맹을 이끌어 나가는 사람들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눠 본다. (편집자 주)


[마이데일리 = 순창팔덕야구장 심재희 기자] 일구일행 인터뷰 스무 번째 주인공은 보령시 유소년야구단의 신창호(38) 감독이다. 인구 10만 명이 채 되지 않는 소도시 보령에서 어린 아이들과 함께 7년째 야구 열정을 함께 불태우고 있다. 2019년 창단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며 시나브로 성장했다. 올해 첫 대회인 제10회 순창군수배 전국유소년야구대회에 참가한 신 감독은 “도전이 곧 성장의 밑거름이다”이라고 강조한다.
◆ 류현진만큼 큰 기대를 받았던 기대주
신창호 감독은 서울남정초등학교, 서울중앙중학교, 경동고등학교를 거쳐 2006년 LG 트윈스에 입단했다. 2006년 KBO리그 신인 드래프트 2차 1순위(전체 2순위)로 지명됐다. 학창 시절 투수와 포수를 소화했던 그는 투수로서 가능성을 인정받고 프로 무대에 입성했다. 몇몇 전문가들은 시원시원하게 공을 뿌리는 스타일에 좋은 점수를 주면서 같은 해 한화 이글스에 둥지를 튼 류현진과 비교하기도 했다.
‘루키 시절’에 대해 이야기하자 신 감독은 “이미 다 지난 일이다”고 손사래를 쳤다. 이어 “LG에 입단해 부상을 입었고, 결국 팔꿈치 수술을 했다. 2군에서 노력했지만 별다른 활약을 보여줄 수 없었다. 결국 2009년에 현역으로 입대했다”고 밝혔다. 아픔이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제대 후 신일고 인스트럭터로 잠깐 활약했고, 2011년 일본 독입야구팀 서울 해치에 입단했다. “일본 독립리그 무대에서 8개월 정도 뛰었다. 평균자책점, 탈삼진, 다승 3관왕에 올랐다. 국내 여러 팀들의 영입 제의를 받았고, KIA 타이거즈에 새 둥지를 틀게 됐다”며 과거를 돌아봤다.
2012년부터 5년 동안 KIA 1, 2군을 오가면서 뛰었다. 2017년 한국 독립야구팀인 연천 미라클에서 6개월 정도 활약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유소년야구 지도자의 길에 접어들었다. 그는 “선수 시절 계속 도전하고 또 도전했다. 그래서 후회는 없다”며 “연천미라클에서 선수로서 마지막 도전을 하면서 레슨 아르바이트 등도 병행했다. 어린 선수들을 가르치는 경우가 생겼고, 유소년야구 감독의 기회가 찾아왔다. 선수로서 계속된 도전을 지도자로서 이어가게 됐다”고 밝혔다.

◆ ‘야구불모지’ 보령시를 바꾸다
신 감독은 2018년부터 유소년야구 지도자 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2019년 또 다른 도전에 놓이게 됐다. 둘째 출산으로 처가인 보령으로 거처를 옮길 수밖에 없었다. ‘야구불모지’였던 보령에서 또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2019년 보령시 유소년야구단을 창단했다. 당시 5명으로 시작했다”며 “코로나19 등으로 구단 전체 선수 인원이 4명으로 줄기도 했다. 포기하지 않았다. 보령시체육회와 학부모님들의 지원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전했다.
현실적으로 유소년야구단 운영이 불가능한 위기에 놓였다. “팀 해체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았나”는 질문에 “그래도 제가 구단을 이끌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보령시 근처에 야구를 할 수 있는 학교 등이 없다. 만약 구단을 해체하면 야구만 바라보는 아이들이 야구를 완전히 접어야 했다”며 “보령시가 소도시지만, 야구를 할 수 있는 구장은 세 개나 갖추고 있다. 적은 인원으로 다른 팀과 단일팀을 이뤄 전국유소년야구대회에 참가했다. 2020년부터 단일팀으로 대회에 나설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선수 시절 ‘후회 없는 도전’을 펼친 탓에 감독이 돼서도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4명까지 떨어졌던 구단 선수 인원은 이제 21명으로 늘어났다. 신 감독은 “현재 저희 구단은 선수반, 육성반, 취미반으로 나눠 운영한다. 육성반에 가장 큰 초점을 맞춘다”며 “나이가 어린 새싹리그(만 9세 미만)와 꿈나무리그(만 11세 미만) 선수들이 중심을 잘 잡고 있다”고 알렸다. 또한 “어느덧 구단을 창단한 지 7년째에 접어들었다. 보령시에 인조잔디가 깔려 있는 야구장 3면이 있다. 지난해에는 새싹리그 선수들이 전용으로 쓸 수 있는 구장도 생겼다. 더이상 보령시는 야구불모지가 아니다”고 힘줬다.

◆ 진인사대천명
지도자 철학에 대해서 물었다. ‘도전의 아이콘’다운 답이 돌아왔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신 감독은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을 다 하고 나서 하늘의 명을 기다린다’는 한자성어를 떠올렸다. “선수 시절부터 어려운 상황을 많이 극복하면서 교훈을 많이 얻었던 것 같다. 도전이 성장의 밑거름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선수들에게 가장 크게 강조하는 것이 ‘꾸준함’이다. 어린 선수들에게 꾸준하게 기본기를 갈고닦고 노력하는 자세가 정말 중요하다. 아이들이 열심히 잘 따라와 줘서 저도 큰 힘이 난다”고 털어놨다.
어려움을 겪으며 성장하면 성과가 따라오기 마련이다. 보령시 유소년야구단은 이제 단일팀으로 전국유소년야구대회에 참가하면서 좋은 성적을 곧잘 내고 있다. 2020년 크린토피아배 전구유소년야구대회 유소년리그 백호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꾸준히 입상권 성적들을 만들었고, 지난해에는 꿈나무리그 우승 1번과 새싹리그 준우승 3번을 이뤘다. 그리고 2월 26일부터 3월 3일까지 순창 일원에서 펼쳐진 올해 첫 대회 제10회 순창군수배 전국유소년야구대회 새싹리그에서 정상 정복에 성공했다.
신 감독은 지난해 꿈나무리그 우승을 차지한 순창강산배 전국유소년야구대회를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꼽았다. 당시 보령시 유소년야구단 꿈나무리그 팀은 ‘가장 어린 선수들’로 구성됐다. 꿈나무리그 주축을 이루는 11세 선수가 3명밖에 포함되지 않았다. 대부분이 새싹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었다. 그는 “지난해 순창강산배 전국유소년야구대회에서 우승한 꿈나무리그 팀 선수들은 올해 더 성장했다. 그때 아이들이 다른 팀 형들을 상대로 선전하면서 정상에 올라 특히 기억에 남는 것 같다”며 “꾸준함을 강조하며 열심히 훈련하니 성장과 성과가 따라왔다. 역시 ‘진인사대천명’이라는 말이 확실히 맞다”고 웃었다.

◆ 즐기는 야구, 행복한 야구
이제 신 감독은 스스로 “보령시 유소년야구단이 안정기에 접어들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인다. 창단부터 현재까지 끊임없는 도전을 벌였고, 선수들의 성장과 좋은 성적이라는 성과가 확실히 보이기 때문이다. “어린 선수들이 계속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어 기대가 된다”며 “구단 창단과 함께 노력했던 선수들 가운데 2명은 고등학교에서 선수 생활을 잘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선수들이 목표를 이룰 것으로 본다”고 뿌듯해했다.
앞으로 목표에 대한 질문에는 “즐기는 야구와 행복한 야구를 계속 펼치겠다”고 답했다. “개인적으로 어린 아이들과 함께 야구를 하면서 추억을 계속 쌓고 싶다.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면서 얻는 에너지를 잘 알고 있기에 계속 도전하고 도전할 것이다. 또한, 야구 외적으로도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도록 더 노력할 것이다”며 “사실 제 아들 둘도 저희 구단에서 선수로 뛰고 있다. 보령시 유소년야구단에서 지도자로서 계속 즐기는 야구와 행복한 야구를 실천할 것이다”고 약속했다.
신 감독은 어려운 시절부터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은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구단 창단 초기부터 큰 도움을 계속 주고 있는 보령시와 보령시체육회에 진심으로 감사하다. 연합팀 시절부터 계속 좋은 기회를 열어준 대한유소년야구연맹 임직원들께도 고맙다”며 “특별히 선수들과 학부모님들께도 정말 고맙다. 보령시 유소년야구단은 즐기는 야구와 행복한 야구를 목표로 계속 열심히 전진할 것이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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