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프로 무대를 밟은 뒤 단 한 번도 상대편으로 맞붙지 않았던 ‘절친’이 가장 높은 무대에서 만났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와 LA 다저스 김혜성이 모두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였다.
이정후와 김혜성은 2일(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카멜백랜치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릭 시범경기 LA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라이벌’ 맞대결에 각각 중견수-3번 타자, 유격수-8번 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 선발 라인업
샌프란시스코 : 그랜트 맥크레이(우익수)-루이스 마토스(좌익수)-이정후(중견수)-해라르 엔카나시온(지명타자)-케이시 슈미트(3루수)-브렛 와이슬리(2루수)-데비이드 비야(1루수)-맥스 스태시(포수)-크리스티안 코스(유격수), 선발 투수 카슨 시모어.
다저스 : 크리스 테일러(3루수)-프레디 프리먼(지명타자)-테오스카 에르난데스(우익수)-제임스 아웃맨(중견수)-오스틴 반스(포수)-에디 로사리오(좌익수)-데이비드 보티(2루수)-김혜성(유격수)-그리핀 락우드-파웰(1루수), 선발 투수 맷 사우어.


프로 무대를 밟기 전 청소년 국가대표 시절부터 줄곧 한솥밥만 먹어왔던 ‘절친’이 메이저리그에서 드디어 만났다. 그리고 두 선수 모두 펄펄 날아올랐다. 이정후는 첫 타석부터 3번에서 ‘해결사’ 본능을 뽐내는 등 3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했고, 김혜성은 수비에서는 다소 아쉬운 플레이가 나왔었으나, 첫 손맛을 보는 등 1안타(1홈런) 1타점 3득점 1볼넷으로 활약했다.
먼저 시동을 건 쪽은 이정후였다. 이날 3번 타순에 배치된 이정후는 1회초 1사 3루의 득점권 찬스에서 다저스 선발 맷 사우어를 상대로 3구째 슬라이더에 방망이를 내밀었다. 이정후가 힘껏 잡아당긴 타구는 무려 109.6마일(약 176.4km)의 엄청난 속도를 바탕으로 우익수 방면으로 향했고, 테오스카 에르난데스가 잡아낼 수 없는 1타점 2루타로 이어졌다. 두 경기 연속 침묵을 끊어내는 순간.
이정후의 활약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정후는 2-0으로 앞선 3회초 1사 1루의 두 번째 타석에서 다시 한번 사우어와 맞붙었고, 이번에는 0B-1S의 불리한 카운트에서 2구째 체인지업을 공략해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로 연결시켰다. 단 두 번의 스윙으로 ‘멀티히트’를 만들어낸 이정후. 이후 장면에서는 이정후와 김혜성의 희비가 교차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2사 1, 2루에서 케이시 슈미트가 친 타구가 유격수 왼쪽 깊은 방면으로 향했다. 이때 타구를 잡은 김혜성은 언더 토스를 통해 2루로 향하던 이정후를 잡아내려 했는데, 이정후의 발이 더 빠르게 도착했다. 이정후의 스피드가 돋보이는 상황이었지만, 여유 있게 타구를 처리하려던 김혜성의 수비가 아쉽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다행이었던 것은 이 수비가 실점으로 연결되진 않았다.
이정후의 세 번째 타석에서 결과는 아쉬웠다. 이정후는 다저스의 바뀐 투수 에드가르도 엔리케스라는 시속 100마일(약 160.9km)의 강속구를 뿌리는 투수와 맞붙었는데, 초구 98.1마일(약 157.9km)의 강속구를 지켜봤다. 그리고 2구째 슬라이더에 힘차게 방망이를 휘두르면서 0B-2S의 불리한 카운트에 몰렸는데, 피치클락을 위반하면서 허무하게 삼진으로 물러나며 이날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수비에서는 조금 아쉬운 모습이었으나, 공격에서 김혜성은 모처럼 1루 베이스를 밟았다. 3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첫 번째 타석에 들어선 김혜성은 샌프란시스코의 바뀐 투수 트리스탄 벡을 상대로 5구 승부 끝에 볼넷을 얻어내며 시범경기 세 번째 출루에 성공했다. 그리고 김혜성은 후속타자 그리핀 락우드-파웰의 적시타에 홈까지 내달리며, 첫 득점까지 손에 쥐었다.
그리고 분위기를 탄 김혜성은 시범경기 2호 안타를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다저스가 1-2로 근소하게 뒤진 5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김혜성은 샌프란시스코의 바뀐 투수 메이슨 블랙과 맞붙었다. 이어 초구 91.6마일(약 147.4km)의 직구가 한가운데로 몰리자, 이를 놓치지 않았다. 이 타구는 방망이를 떠남과 동시에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었고, 좌측 담장을 넘어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이로써 김혜성은 샌프란시스코를 상대로 첫 홈런과 타점까지 확보했다.
이날 경기 중반에 교체된 이정후와 달리 김혜성은 경기 후반부까지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7회말 무사 1루의 세 번째 타석에서 트레버 맥도날드를 상대로 2B-0S의 매우 유리한 카운트에서 3구째 바깥쪽 스트라이크존 낮은 코스에 형성되는 싱커를 공략했으나, 2루수 땅볼에 머물렀다. 그래도 빠른 발을 바탕으로 김혜성은 1루 베이스에 안착했고, 추가 적시타에 또다시 홈을 밟으면서 3득점 경기를 펼쳤다. 그리고 김혜성은 8회초 수비에 앞서 교체돼 이날 코리안 빅리거들은 모두 기분 좋은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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