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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카운트가 불리하면 저렇게 된다”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는 1일(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카멜백랜치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LA 에인절스와 홈 맞대결에 1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1홈런) 1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시범경기가 시작된지 꽤 긴 시간이 흘렀지만, 오타니는 이날 경기 전까지 단 한 번도 타석에 들어서지 않았다. 지난해 월드시리즈(WS)에서 도루를 하던 중 어깨 부상을 당했고, 이로 인해 수술대에 오른 여파 때문이었다. 스프링캠프 일정이 시작된 직후 취재진들과 인터뷰에서 여전히 왼쪽 어깨에 불편함이 있다는 것이 오타니의 설명이었다.
구단의 배려 속에서 오타니는 2월말 또는 3월 초부터 본격 시범경기에 출전할 예정이었고, 1일 처음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시작부터 ‘괴물’이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모습을 선보였다. 상대 투수는 하나마키히가시 고교 ‘선배’ 기쿠치 유세이. 그동안 오타니는 기쿠치에게 매우 강했다. 2019시즌 메이저리그에서 처음 맞붙은 이후 지난해까지 3홈런 5타점 타율 0.304(23타수 7안타)를 기록 중이었다.
이 천적 관계는 시범경기 첫 번째 타석에서도 이어졌다. 0-0으로 맞선 1회말 3B-2S 풀카운트에서 기쿠치가 93.9마일(약 151.1km)의 패스트볼을 스트라이크존 한 가운데보다는 조금 높은 코스를 향해 뿌렸다. 이때 오타니의 방망이가 매섭게 돌았다. 풀 스윙을 통해 기쿠치의 6구째를 힘껏 밀어쳤고, 이 타구는 방망이를 떠남과 동시에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려 107마일(약 172.2km)의 속도로 뻗은 타구는 좌측 담장을 넘어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시범경기 첫 출전의 첫 타석에서 첫 안타를 홈런으로 만들어낸 괴물같은 오타니. 하지만 이후 타석에서 추가 안타를 만들어내진 못했다. 오타니는 2-4로 뒤진 2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다시 한번 기쿠치와 맞붙었고, 이번에는 1B-1S에서 3구째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 코스로 형성되는 커브에 방망이를 내밀었으나, 유격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이어 오타니는 3-4로 근소하게 뒤진 5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세 번째 타석에서 에인절스의 바뀐 투수 체이스 실세스와 맞붙은 결과 5구째 몸쪽 싱커에 삼진에 그쳤다. 추가 타석에서 안타를 생산하지 못했지만, 첫 타석에서 짜릿한 손맛을 본 오타니는 첫 시범경기 일정을 3타수 1안타(1홈런) 1타점 1득점으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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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주니치 스포츠’에 따르면 기쿠치는 “전체적으로 모든 구종을 시험할 수 있었다. 직구도 스트라이크존 안에서 승부할 수 있었고, 95마일(약 152.9km)이 나온 것도 여러 번있었다. 현시점에 95마일이 나온다는 것은 순조롭다고 볼 수 있다”고 시범경기 첫 등판에 대해 전체적으로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오타니에 대한 질문이 나왔고, 기쿠치는 리벤지를 다짐했다.
기쿠치는 오타니와 맞대결을 묻자 “독특하진 않았다…”면서 “3B-2S에서 직구가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로 가면 놓치지 않는다. 카운트가 불리하면 저렇게 된다. 첫 타석에서는 카운트가 불리했다. 오타니와 같은 수준이면 당연한 결과”라고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이내 두 주먹을 힘껏 쥐었다. 기쿠치는 ‘정규시즌을 통해 리벤지?’라는 물음에 “그렇다”고 힘주어 말하며 “오타니가 올해도 작년과 같은 홈런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렇다면 기쿠치와 마찬가지로 첫 시범경기 출전이었던 오타니는 어땠을까. 오타니는 “스케줄대로 3타석을 채운 것이 가장 좋았다. 투수 공도 보면서 스윙도 하고, 몸에도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좋은 하루였다. 몸 상태와 움직이는 방식이 비례하기 때문에 스윙도 더 좋아지고 있다. 오늘은 어깨의 불편함도 없었다. 내일 반응을 보면서 재활훈련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타니 또한 기쿠치에 대한 질문을 피해가지 못했다. 오타니는 “3B-2S였기 때문에 단순히 스트라이크가 오면 휘두르고, 볼이면 안 치려고 했었다”며 ‘기쿠치를 상대로 성적이 좋다’는 말에 “우연인 것 같다”며 웃었다.
오타니는 지난해도 올해도 부상으로 인해 시범경기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다저스는 올해 도쿄에서 개막전을 치르는 만큼 오타니에게 시즌을 준비할 시간은 그렇게 많지 않다. 하지만 오타니는 “매년 첫 타석에서 완변한 스윙 궤도로 진입하는 것도 아니다. 서서히 이상적인 궤도로 만들어가는 기간”이라며 “작년도, 올해도 조금 늦긴 했는데, 그걸 감안해도 50타석 정도만 채우면 될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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