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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더 잘할 수 있는데 놔 버리는 경우가 있다.”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은 기본적으로 선수들의 편에 서서, 선수들이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도록 지원하는 사령탑이다. 선수들과 직접 소통을 적극적으로 하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변우혁(25)에 대한 접근법은 확실히 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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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개개인마다 접근법이 다 다르다는 이범호 감독의 과거 설명이 있었다. 그러나 변우혁에 대한 그것은 확연한 차이가 있다. 기본적으로 당근보다 채찍을 가한다. 작년에 홈런 한 방을 쳤음에도 칭찬보다 “중요할 때 잘 쳐야 한다”라고 했다.
이범호 감독은 비활동기간에 변우혁을 두고 더 잘할 수 있는 선수인데 어느 정도 선에서 ‘놓는’ 경우가 있다고 아쉬워했다. 한화 이글스가 2019년에 1차 지명한 선수다. 군 복무까지 일찌감치 마쳤다. 트레이드 후 KIA에서 2년을 보내면서, 조금씩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그러나 2024시즌 성적은 69경기서 타율 0.304 5홈런 21타점 OPS 0.839였다. 물론 규정타석에 아니어도 생애 첫 3할을 쳤다는 것에 의미를 둘 수 있다. 그리고 한화 시절의 평가와 달리 수비력이 꽤 안정적이다. 1루 수비는 팀에서 가장 낫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아주 잘 하는 수비는 아니지만, 주전으로 뛰어도 손색없는 수준을 자랑한다.
그렇게 변우혁은 2024시즌 사실상 1군 붙박이 백업 코너 내야수가 됐다. 올해도 작년과 롤은 같다. 주전 1루수가 이우성에서 패트릭 위즈덤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변우혁은 1루수 위즈덤과 3루수 김도영을 백업하되, 대타 롤을 소화한다.
스프링캠프 연습경기 두 경기를 치렀다. 위즈덤은 전부 결장했다. 김도영은 25일 한화 이글스전에 나가지 않았다. 변우혁으로선 이범호 감독에게 달라진 자신을 어필할 절호의 기회였다. 22일 히로시마 도요카프전서는 3회 선제 1타점 좌측 2루타를 뽑아냈다. 25일 한화전서는 3타수 무안타에 삼진만 두 차례 당했다.
김도영과 위즈덤이 현실적으로 시즌에 들어가면 쉴 시간이 거의 없을 가능성이 크다. 중심타선에서 두 자리를 책임지는 두 사람을 쉽게 빼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형우의 존재감 때문에 지명타자 로테이션이 힘든 팀 사정상, 백업 야수들이 기회를 잡기 어려운 구조인 건 맞다.
그러나 바늘구멍을 통과하면 경쟁력은 더 탄탄해질 수 있다. 내야에서 갑작스럽게 부상자, 혹은 부진한 선수가 나올 경우 포지션 연쇄 이동 등의 변수로 기회가 찾아올 수도 있다. 우선 대타로 나갈 때마다 임팩트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현실적으로 매 타석 홈런을 치기 힘든 만큼, 상황에 맞는 타격이 중요하다는 이범호 감독의 지적도 있었다.
탄탄한 수비력도 경쟁력으로 삼아야 한다. 구단 사진자료실을 보면 히로시마전서 변우혁의 하의 유니폼이 더러워진 게 보인다. 몸을 날려 수비했거나, 주루를 했다는 얘기다. 몸을 사리지 않고 팀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선수를 싫어하는 감독은 없다. 사실 지금도 워크에식이나 팀 퍼스트 마인드는 아주 좋은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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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날 KIA가 외국인타자를 외야수로 뽑으면 변우혁에게 주전 1루수 도약의 찬스가 찾아올 수도 있다. KIA는 마침 올 시즌을 마치면 최형우, 박찬호, 최원준 등 주전 일부가 FA 자격을 얻는다. 팀 재편의 시기가 찾아올 수도 있다. 그럴 때 가장 눈에 띄는 선수가 되려면 올 시즌을 잘 보내는 게 중요하다. 변우혁이 김도영과 위즈덤 틈 속에서 어떻게든 생존본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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