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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그야말로 폭풍 질주였다. 아주 말끔한 안타는 아니었지만, 김혜성(LA 다저스)이 시범경기 데뷔 첫 안타를 뽑아냈다.
김혜성은 24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카멜백랜치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맞대결에 대타로 출전해 2타수 1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김혜성은 2024시즌이 끝난 뒤 3+2년 최대 2200만 달러(약 317억원)의 계약을 통해 다저스 유니폼을 입었다. 다저스는 김혜성을 영입한 직후 주전 2루였던 개빈 럭스를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하며, 김혜성에게 주전 자리를 꿰찰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하지만 아직 김혜성은 안심 할 수 없는 단계다. 토미 에드먼, 키케 에르난데스, 미겔 로하스, 크리스 테일러 등 여전히 경쟁해야 할 상대들이 너무나도 많은 까닭이다.
일단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김혜성이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은 경기에 출전시켜 기회를 줄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지난 21일 시범경기 개막전에 김혜성이 2루수, 8번 타자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김혜성은 첫 타석에서 무사 2, 3루의 기회를 살리지 못하며 아쉬움을 삼켰으나, 두 번째 타석에서는 볼넷을 얻어냈다. 특히 두 타석에서 총 13구를 지켜봤다는 점은 분명 인상적이었다.
이에 김혜성은 하루 휴식을 취한 뒤 23일 캔자스시티 로얄스를 상대로 다시 선발 라인업에 포함됐는데, 이번엔 유격수 포지션이었다. 당초 김혜성이 다저스 유니폼을 입을 때부터 ‘유틸리티’ 자원으로 평가됐던 만큼 여러 포지션에서 테스트 과정이 시작된 셈이었다. 그런데 너무나도 오랜만에 유격수로 나섰던 탓일까. 김혜성은 경기 시작과 동시에 실책을 범하더니, 타석에서도 단 한 개의 안타도 생산하지 못하고 침묵했다. 이에 김혜성의 얼굴에서 웃음기는 완전히 사라진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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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버츠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김혜성을 다음 경기에는 중견수로 기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 선발 라인업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곧바로 김혜성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김혜성이 투입된 시점은 다저스가 3-2로 앞선 4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였다. ‘3억 6500만 달러(약 5251억원)’ MVP 무키 베츠를 대신해 투입된 김혜성은 샌디에이고의 에두아니엘 누네즈를 상대했다.
김혜성은 2B-1S의 매우 유리한 카운트에서 97.1마일(약 156.3km)의 싱커가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로 몰리자, 거침없이 방망이를 내밀었다. 그리고 이 타구는 1루수와 2루수 방면으로 굴렀다. 이때 김혜성이 자신의 장기인 폭발적인 스피드를 바탕으로 1루를 향해 내달렸고, 투수가 커버를 들어오기 전에 베이스를 밟으며 내야 안타로 시범경기 첫 안타를 만들어냈다. 다만 이후 토미 에드먼이 삼진, 마이클 콘포토가 땅볼로 물러나면서 득점과는 연이 닿지 못했다.
활약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김혜성은 6회말 2사 2루의 득점권 찬스의 두 번째 타석에서는 바뀐 투수 프란시스 페냐를 상대로 스트레이트 볼넷을 얻어내며, 멀티 출루를 기록했다. 그리고 김혜성은 7회초 수비부터 중견수로 포지션을 변경했고, 8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클레이 던간이 친 타구가 91.2마일(약 146.8km)의 속도로 뻗어나갔다. 이때 김혜성이 안정적인 포구로 아웃카운트를 만들어내며 중견수로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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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마지막 타석에서의 결과는 아쉬웠다. 4-3으로 다저스가 근소하게 앞선 8회말 무사 1, 2루에서 김혜성은 메이저리그 통산 6시즌 동안 4승 10홀드를 기록 중인 오스틴 데이비스와 격돌했다. 그리고 2B-2S에서 6구째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난 높은 패스트볼에 방망이를 내밀었으나,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경기 마지막까지 김혜성의 존재감은 확실했다.
김혜성은 9회초 1사 1, 2루에서 트렌트 브룩스가 친 타구도 말끔히 처리하며 중견수로만 두 개의 아웃카운트를 생산했고, 이날 다저스는 8-3으로 샌디에이고를 격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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