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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정원 기자] 이래서 명장을 데려왔나.
필립 블랑 감독이 지휘하는 현대캐피탈은 22일 서울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남자부 5라운드 우리카드와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5-27, 25-23, 25-18, 25-21) 승리를 챙겼다.
승점 3을 챙긴 현대캐피탈은 승점 76(26승 4패)을 기록, 남은 6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2017-2018시즌 이후 7년 만에 정규리그 1위를 확정 지었다. 통산 6번째 정규리그 1위다.
현대캐피탈은 V-리그 남자부 역대 통틀어 가장 빠르게 우승을 확정 지은 팀이 되었다. 역대 V-리그 남자부에서 정규리그 1위를 가장 빠르게 확정했던 팀은 2012-2013시즌 삼성화재였다. 30경기로 치러졌던 때인데, 삼성화재는 정규리그 5경기를 남겨둔 2013년 2월 23일 1위에 오른 바 있다. 현대캐피탈은 36경기 체제에서 6경기를 앞두고 우승을 했으니 놀라울 수밖에 없다.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즈(등록명 레오)가 트리플크라운과 함께 22점, 허수봉이 28점, 전광인이 10점을 올렸다. 캡틴 최민호도 블로킹 5개 포함 8점으로 팀 승리에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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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을 이끄는 블랑 감독은 오자마자 2024 통영·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에 이어 정규리그 1위까지 석권했다. 이제는 챔피언결정전 우승과 함께 트레블에 도전한다. 현대캐피탈의 마지막 챔피언결정전 우승은 2018-2019시즌이며, 남자부 트레블은 2022-2023시즌 대한항공이 처음으로 달성한 바 있다.
블랑 감독은 세계 배구가 인정하는 명장 중 한 명이다. 현역 시절 세계적인 아웃사이드 히터로 이름을 날린 블랑 감독은 아름다운 선수 생활을 보낸 후 이탈리아, 프랑스, 폴란드리그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다. 2001년부터 2012년까지는 프랑스 대표팀 감독을 맡았으며, 2022년부터는 일본 대표팀 감독직을 역임했다. 물론 그 사이 폴란드 대표팀 수석코치(2013~2016), 일본 배구 대표팀 수석코치(2017~2021)직을 맡는 등 대륙을 가리지 않고 커리어를 쌓았다.
특히 일본 대표팀 감독을 맡는 동안 2023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3위, 2024 VNL에서는 결승까지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그런 감독이 V-리그에 오게 됐으니 모두가 놀랐다.
블랑 감독은 빠르게 자신의 배구를 현대캐피탈에 이식시켰다. 잠재력을 뽐내지 못하던 정태준이 자리를 잡았고, 수련선수 출신 이준협도 백업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에이스였던 전광인을 웜업존에서 두면서도 중요한 상황에서는 기용해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줄 수 있도록 했다. 최민호, 허수봉, 레오, 박경민 등 각 포지션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선수들도 물론 빼놓을 수 없다. 그 결과 16연승이라는 놀라운 연승 질주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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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전에 기자와 이야기를 나눴던 블랑 감독은 “V-리그는 다른 리그와 다르다. 오랫 시간을 거쳐 팀을 만들고 선수들을 성장시켜야 한다. 젊은 선수들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을 통해 선수의 능력치, 강한 마음을 성장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우승은 내 프로젝트의 마지막 과제다. 첫 시즌 어떤 성적을 낼지 모르겠지만 코트 위에서 좋은 배구를 선보일 것이다”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프로젝트에 한 걸음만 남겨둔 블랑 감독이다.
현대캐피탈은 최근 리그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2020-2021시즌 6위, 2021-2022시즌에는 7위에 머물렀다. 2022-2023시즌에 준우승을 기록했으나 지난 시즌에는 4위라는 아쉬운 성적을 거뒀다.
블랑 감독이 온 후 현대캐피탈은 우리가 알던 현대캐피탈로 돌아왔다. 이제 현대캐피탈은 V-리그 남자부 역대 두 번째 트레블에 도전한다. 또한 2005-2006시즌 이후 19년 만에 통합우승에 도전한다. 명장과 함께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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