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글렌데일(미국 애리조나주) 박승환 기자] “마음이 아프고 속상하다”
LA 다저스는 21일(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카멜백랜치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시카고 컵스와 맞대결에서 아찔한 일을 겪었다. 상황이 일어난 순간 야구장은 그야말로 ‘침묵’에 빠졌다.
상황은 이러했다. 다저스가 3-0으로 앞선 3회초 세 번째 투수로 바비 밀러가 마운드에 올랐다. 밀러는 선두타자 비달 브루한에게 볼넷을 내주며 불안한 스타트를 끊었다. 그리고 후속타자 마이클 부시를 상대로 2B-1S의 불리한 카운트에서 4구째 80.4마일(약 129.4km)의 커브를 던졌고, 이를 부시가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방망이를 휘둘렀다. 그런데 이때 무려 105.5마일(약 169.8km)의 속도로 뻗어나간 타구가 밀러의 얼굴 쪽으로 향했다.
엄청난 속도로 뻗어나간 타구에 밀러는 미처 공을 피하지 못했고, 결국 부시의 타구는 밀러의 우측 이마 부위를 강타했다. 타구에 맞는 밀러는 그대로 그라운드에 쓰러졌고, 카멜백랜치는 그야말로 침묵에 잠겼다. 부시 또한 타격 직후 배터 박스에서 좀처럼 움직이지 못했다. 의도했던 상황도, 일부러 이러한 일을 일으킬 수도 없는 사고였다.
그래도 다행이었던 점이 있다면, 그라운드에 쓰러져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던 밀러가 스스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는 점이다. 다행히 밀러는 별다른 부축을 받지 않고 스스로 걸어 3루 더그아웃으로 몸을 옮겼고, 밀러가 큰 부상을 피한 것처럼 보이자, 카멜백랜치에는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그리고 밀러는 곧바로 야구장을 빠져나가며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밀러는 메이저리그를 즐겨보는 팬이라면 한번 쯤은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선수. 지난 2020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9순위로 다저스의 지명을 받은 특급유망주다. 밀러는 지난 2023시즌 처음 빅리그의 부름을 받았고, 23경기에 등판해 11승 4패 평균자책점 3.76이라는 엄청난 성적을 남겼으나, 지난해에는 13경기에서 2승 4패 평균자책점 8.52로 아쉬운 한 해를 보냈다. 그리고 올해 빅리그 로스터 입성을 위해 경쟁을 펼쳐야 하는 시기에 불운한 사고를 당했다.


이날 시범경기지만,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른 김혜성은 경기가 끝닌 뒤 취재진과 클럽하우스 인터뷰에서 “그렇게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빠른 공에 맞았다. 정말 빠른 타구였을 텐데 마음이 아프고 속상하다”고 밀러의 상태를 걱정했다.
일단 경기를 치르던 중과 끝난 시점에서 밀러의 상태는 105.5마일의 공에 맞은 것 치고는 나쁘지 않아 보였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일단 밀러는 재정비를 할 것이고, 괜찮은지 확인을 할 것이다. 주님의 뜻대로라면 밀러는 괜찮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와 대화를 나눌 것이다. 밀러는 다시 경기에 나가고 싶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밀러가 타구를 맞는 장면을 바로 옆에서 지켜봤을 다저스 주전 3루수 맥스 먼시는 “다행히 밀러는 괜찮아 보였다. 트레이너가 나와서 ‘여기가 어딘지 알겠느냐’고 물었을 때, 밀러는 커브볼을 던진 것에 대해서 농담을 했다. 그때 밀러가 괜찮다는 것을 어느 정도 알았다”고 설명했다.
밀러도 곧바로 SNS를 통해 상태를 전했다. 밀러는 “연락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정말 큰 의미가 있다. 무서운 순간이었지만, 나는 괜찮다. 다시 마운드에 오르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단 타구가 머리를 직격한 만큼 지금 당장은 괜찮을지 모르지만, 추후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다저스는 당분간 밀러의 상태를 주시하고, 그에 따라 추가 조치를 취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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