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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에서 ‘더비’는 언제나 선수들과 팬들의 심장을 뛰게 만든다. 그라운드와 응원석을 가리지 않고 상대를 제압하기 위한 ‘전쟁’이 펼쳐진다. 지금까지 K리그1 최고의 더비는 FC서울과 수원 삼성의 ‘슈퍼 매치’였다. GS와 삼성이라는 모기업의 라이벌 의식에 더해 양팀 서포터즈 간의 언쟁 등이 대결 양상에 불을 붙이며 매번 치열한 경기가 펼쳐졌다. 국제축구연맹(FIFA)까지 나서 K리그를 대표하는 더비로 소개할 정도였다.
수원의 2부 강등으로 일단 올 시즌 ‘슈퍼 매치’는 사라졌지만 시즌 초반 더 강력한 더비가 펼쳐진다. 지난 시즌 K리그2에서 1위를 차지하며 승격한 FC안양과 서울의 ‘연고 더비’가 바로 그것이다.
‘연고 더비’는 말 그대로 연고지로 얽힌 서울과 안양의 불편한 관계에서 탄생한 단어다. 서울은 1983년 ‘럭키금성 황소’로 창단한 이후 여러 곳을 전전하다 1990년 서울에 터를 잡았고 1991년 팀명을 LG 치타스로 바꾼 후에도 서울에 남아 리그 경기를 소화했다. FC서울과 안양시의 인연이 시작된 건 1996년이다. 당시 LG 치타스는 당시 서울 공동화(空洞化) 정책으로 인해 안양으로 ‘안방’을 옮겼고 이후 8년 간 안양을 연고지로 삼았다. 이 기간 팀은 K리그1 우승(2000년)과 FA컵 우승(1998년), 슈퍼컵 우승(2001년) 등 많은 영광을 누렸다.
하지만 2004년 이후 FC서울과 안양시의 관계는 악연으로 바뀌어 버렸다. FC서울이 안양을 떠나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보금자리를 옮겼던 것. 서울로 연고지 이전을 하며 FC서울로 간판까지 바꿔 달았다.
동고동락한 안양시의 축구팬들은 이전 발표에 즉각 반발했다. 일방적 연고지 이전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지만 끝내 이전을 막지는 못했다.
이후 안양 축구팬들은 꾸준히 새로운 구단의 창단을 안양시에 요구했고 시는 2013년 모두의 염원을 담아 시민구단 FC안양을 창단했다. 그로부터 11년 후인 지난해에 안양은 K리그2 우승을 차지하며 K리그1 승격에 성공했다. 안양의 구단주인 최대호 안양시장은 승격 확정 후 “FC서울과의 경기에서 안양 시민들과 함께 승리의 함성을 높이는 그날을 기대한다”며 서울에 대한 라이벌 의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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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얽힐 대로 얽힌 두 팀의 올 시즌 첫 대결이 22일 오후 4시 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다. 두 팀은 지난 2017년 코리아(FA)컵 32강전(서울 2대0 승)에서 사상 처음으로 맞붙은 바 있지만 1부리그 경기에서 경기를 펼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최저 기온 -7도의 강추위가 예보돼 있지만 두 팀의 첫 1부리그 맞대결을 보기 위해 ‘구름 관중’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원정 길에 나서는 안양 서포터즈의 감회는 남다르다. 안양의 한 서포터는 “(서포터 내부에서는) 더 이상의 미련도 원망도 없다는 분위기가 크다. 이번 경기를 통해서 묵은 감정들을 청산하는 계기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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