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글렌데일(미국 애리조나주) 박승환 기자] KBO리그 시절 특별한 연은 없었지만, 공통점은 있었다. 바로 센터 내야를 맡았다는 것. 이 때문이었을까. LA 다저스 김혜성과 시카고 컵스 딕슨 마차도가 메이저리그 그라운드에서 뜨겁게 재회했다.
김혜성은 21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카멜백랜치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시카고 컵스와 홈 맞대결에 2루수, 8번 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지난 2017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7순위로 넥센(現 키움) 히어로즈의 유니폼을 입은 김혜성은 통산 8시즌 동안 953경기에 출전해 1043안타 37홈런 386타점 591득점 타율 0.304 OPS 0.767의 성적을 남긴 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노크했다. 그리고 포스팅 데드라인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3+2년 최대 2200만 달러의 계약을 통해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게 됐다.
KBO리그에서는 무려 8시즌을 뛴 만큼 중·고참에 속한 김혜성이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이제 갓 데뷔한 ‘루키’와 다름이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적응은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는 중. ‘이도류’ 오타니 쇼헤이를 비롯해 ‘MVP’ 무키 베츠, ‘경쟁자’ 미겔 로하스, ‘한국계’ 토미 에드먼 등 수많은 선수들이 김혜성이 빠르게 팀에 녹아들고, 메이저리그 무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몸값만 ‘3억 6500만 달러(약 5240억원)’를 자랑하는 베츠는 김혜성의 ‘특급도우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김혜성은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뒤 타격폼을 완전히 뜯어고치는 중이다. KBO리그 시절부터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던 김혜성은 다저스가 그동안 고민을 거듭했던 부분을 제대로 짚어내자, 타격폼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이제 갓 빅리그에 입성, 입지가 탄탄하지 않은 선수로는 쉽지 않은 결단이었다.
이 부분에서 베츠는 김혜성에게 엄청난 도움을 줬다. 김혜성에 따르면 베츠는 “아무래도 지금은 연습기간이다. 결과에 집착하지 말고, 앞으로 시범경기를 할 때도 너무 안타가 안 나온다고 해서, 지금 수정하고 있는 부분을 신경 쓰지 않으면 안 된다. 결과보다는 수정하고 있는 부분에 신경을 쓰면서 네 것을 했으면 좋겠다”는 조언을 건넸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베츠는 김혜성이 팬들에게 주목을 받을 수 있게 해주고 있으며, 타격에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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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프링캠프가 시작된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만큼 팀에 대한 적응은 많이 진행됐으나, 경기 만큼은 이날이 처음이었던 만큼 긴장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김혜성에게 다가온 반가운 인물이 있었다. 바로 2020-2021시즌 롯데 자이언츠에서 유격수로 뛰었던 딕슨 마차도였다. 롯데에서 ‘복덩이’로 불렸던 마차도는 KBO리그를 떠난 후 시카고 컵스에 입단했다가, 지난해에는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소속됐고, 올 시즌에 앞서 다시 한번 ‘친정’ 컵스로 복귀했다.
현재 마차도의 신분은 메이저리거가 아닌 마이너리거. 하지만 초청 선수로 메이저 스프링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됐고, 이날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개막전인 다저스와 맞대결을 위해 카멜백랜치를 방문했다. 그리고 경기에 앞서 양 팀 선수들이 몸을 푸는 과정에서 누군가가 2루 베이스 뒤쪽으로 향했다. 이를 본 김혜성도 발걸음을 2루 베이스 뒤쪽으로 옮겼고, 컵스 선수와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그 인물이 바로 마차도였다.
포옹을 나눈 김혜성과 마차도는 통역을 통해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마차도는 이날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으나, 김혜성은 경기를 준비해야 했기에 대화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그리고 김혜성과 마차도는 서로 모자를 벗고 허리를 숙이며 악수를 나누는 등 ‘한국식’ 인사로 만남을 마무리했다.
메이저리그 계약인 김혜성과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은 마차도. 신분은 달랐지만, 목표는 같다. 바로 올해 개막 로스터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다. 이날 김혜성은 안타를 기록하진 못했지만 볼넷을 얻어내며 1타수 무안타 1볼넷을 기록했고, 경기 중반 크리스 프랭클린을 대신해 투입된 마차도는 1타수 1안타 1타점 1득점으로 활약했다. 김혜성과 마차도가 같은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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