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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규의 직설] 언제까지 국민 혈세와 기업 자금으로 운동선수 지원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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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배드민턴의 와타나베 유타./게티이미지코리아
일본 배드민턴의 와타나베 유타./게티이미지코리아

“국가대표만 은퇴하겠다.” 아예 선수 생활을 그만두는 것이 아니다. 한창 뛰면서도 국가대표 활동은 그만하겠다는 것. 한국의 일부 유명 선수들에게서 번진 유행이다.

그러나 같은 ‘국가대표만 은퇴’라도 한국과 일본이 다르다. 그 차이는 두 나라 스포츠 환경이 얼마나 다른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정부나 협회가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다는 불평·불만이 많은 한국보다 훨씬 더 어려운 상황을 일본 선수들은 감당하고 있다.

■ 일본 간판 배드민턴 선수의 ‘국대만 은퇴’ 선언한 이유는?

최근 일본 배드민턴의 와타나베 유타 선수(28)가 ‘국가대표만’ 은퇴했다. 그는 전영 오픈에서만 5번 우승했다. 전영 오픈 혼합 복식·남자 복식 첫 일본인 우승, 아시아 선수권 남자 복식 첫 일본인 우승, 도쿄·파리 올림픽 혼합 복식 연속 동메달 등 뛰어난 성적을 일궈냈다. 일본의 간판선수 가운데 한 명.

그러나 와타나베는 국가대표 실력이 모자라, 국가대표가 힘들거나 싫어서 그만두지 않았다. 은퇴로 몰렸다. 물러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국대 은퇴에도 선수 생활은 이어간다. 국제대회에도 여전히 참가하나 더는 ‘일본 국가대표’로 뛰지 않는다. 정부가 갈수록 지원을 줄이는 일본 스포츠의 냉엄한 현실 탓이 크다. 정부가 국가대표를 다 함 없이 지원하는 한국과는 다르다.

일본 배드민턴의 와타나베 유타.파리 올림픽서 혼합복식에 출전했을 때 모습이다./게티이미지코리아
일본 배드민턴의 와타나베 유타.파리 올림픽서 혼합복식에 출전했을 때 모습이다./게티이미지코리아

24년 8월까지 일본 배드민턴 협회는 국제대회에 대표를 보낼 때 참가비를 선수 소속 실업 단에서 내면 항공비·숙박비·현지 각종 준비 비용 등을 부담해 주었다. 그러나 협회 재정이 나빠지면서 24년 9월 이후부터 일본 대표라도 세계 순위가 낮은 선수는 자비로 원정을 다녀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와타나베 말처럼 “선수들에게 힘든 현실.”

올해 협회는 국가대표를 ‘협회 파견 선수’와 ‘그 외 선수’로 구분했다. 세부 종목을 따지지 않고 24년 11월 기준 세계 15위 이상인 선수만 협회 경비로 국제대회에 보내기로 했다. ‘그 외 선수’는 소속사나 선수 개인이 원정 비용을 전부 부담토록 했다.

혼합 복식 세계 1위에 오르기도 했던 와타나베는 현재 30위. ‘협회 파견 선수’로 뽑히지 못했다. 대표 선수를 계속하려면 원정 비용을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프로 선수라 소속사가 없어 국제대회 참가비를 지원받지 못하는 탓.

“국제대회를 내 돈으로 참가하니 대표 활동이 힘들었다. 국가대표는 선수복·경기 용품 등에 여러 제약이 따른다. 원정 비용 마련을 위해 후원사 상표 노출과 활동, 행사 참가를 자유롭게 하려면 대표를 그만두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

와타나베는 실업 연봉·지원보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프로를 선택했다. 그러니 제약 많은 국가대표는 포기하는 대신 각종 행사로 번 돈으로 국제대회에는 참가, 상금 버는 선수 활동은 계속하겠다는 뜻. ‘국가대표’ 명예보다 실리가 먼저였다. 협회 지정 국가대표 선수복보다 더 많은 돈을 주는 회사의 옷을 입겠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돈을 밝히는 선수로 보이기 쉽다.

그러나 와타나베가 돈에 눈이 멀어 이기심 부리는 것이 아니다. 협회의 어려운 살림살이를 알면서 특별대우해 달라고 요구할 수도 없다. 겸손하게 국대 은퇴를 하면서 자구 방안을 찾은 것. 순위가 올라 ‘협회 파견 선수’가 돼도 프로 아닌 선수에게 그 자리를 양보하겠다 했다.

■ 체육 단체에 대한 정부 보조금 줄이는 일본…우리는?

한국의 국가대표 현실을 보면 일본이 그 지경인가? 믿기 어렵다. 만약 어떤 종목이든 한국의 협회가 그렇게 한다면 난리 났을지 모른다.

와타나베가 국대 은퇴를 밝히자 일본 매체들이 협회 책임으로 몰았다. 22년 협회 직원의 공금 유용이 드러났다. 정부는 그 처벌로 지원금을 크게 깎았다. 이 때문에 대표 강화훈련 비용이 줄어들어 선수만 피해 본다는 주장.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본 체육의 전반 상황을 분석하면서 피할 수 없는 어려운 현실 때문이라 인정했다. 벌칙 탓도 있으나 도쿄 올림픽 이후 체육 단체에 대한 정부 보조금이 줄고 있어 배드민턴 협회는 계속 적자다. 그래서 대표 강화 비용도 8억 원에서 3억 원으로 줄었다.

파리 올림픽 전 박주봉 전 일본 대표 감독은 “‘국립훈련센터’ 합숙 훈련이 축소됐다. 충격이다”고 밝혔다. 그러니 국가대표 선수들을 협회 돈으로 해외 원정 보내기조차 버거운 것.

배드민턴뿐 아니다. 파리 올림픽 펜싱 플뢰레 여자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딴 미야와키 카린 역시 해외 원정 대부분을 협회 경비가 아닌 소속사 지원으로 참가했다.

일본은 올림픽 대비 등 국가대표 합숙 훈련 때 경비는 정부·올림픽위원회 지원 외에 해당 협회가 일부 감당해야 한다. 협회 형편에 따라 정부 지원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 예산이 모자라면 선수나 소속사 또는 특정 기업이 일부 부담하는 수도 있다.

만약 한국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일부나마 자기 돈이나 소속사 경비로 진천선수촌에서 훈련을 하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

스포츠 세계 최강인 미국은 올림픽 훈련이나 참가 경비도 전부 올림픽 위원회와 종목 협회가 해결한다. 정부 지원이 한 푼도 없다. 그것을 자랑으로 여긴다. 정부가 모든 것을 지원하는 세계 최고 훈련장인 ‘진천선수촌 같은 곳이 미국·일본에는 없다.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은 그런 나라들과는 비교할 수 없이 유복한 환경에서 운동한다.’(24년 8월23일 칼럼)

협회가 얼마나 독립 조직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가 일본 스포츠의 중대 과제다. 육상 남자 400m 허들에서 올림픽 3회 연속 출전한 다메스에 다이는 “앞으로 협회에 대한 정부 보조금은 줄어드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협회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변화하든지, 아니면 개인 선수들이 자체 방안을 마련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냉정한 현실 진단.

한국 스포츠도 풀어야 할 심각한 문제다. 언제까지 국민 세금과 기업 자금으로 스포츠를 끌고 갈 것인가? 정부·협회·선수 모두 의식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몸값 줄이고, 덩치를 줄여야 한다.

배드민턴 강국 일본의 실업 소속 선수는 200여 명. 카미이리 사타다타카는 17년부터 쿠노 금속공업 선수. 그는 오후 5시까지 일반 직원으로 금속 절삭, 금형 가공 등 일을 한다. 퇴근 후 4시간씩 집중 훈련. 그는 “혹독한 일정이지만 선수 생활 이후 인생을 위해 그렇게 한다”고 말했다. 주 1~2일만 일하는 선수도 있으나 실업의 많은 선수가 매일 일하며 운동한다. 배드민턴만 그런 것이 아니다.

노동하는 선수. 자비로 해외 원정 가는 올림픽 메달리스트. 협회나 선수도 돈을 내는 국립훈련센터 합숙. 프로든 아마추어든 한국의 운동선수들도 깊이 생각해 봐야 할 일본의 현실이다. 큰돈 벌며 “국가대표만 은퇴”한 선수들은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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