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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글렌데일(미국 애리조나주) 박승환 기자] LA 다저스 블레이크 스넬은 한국인 메이저리거들과 유독 인연이 많다. 탬파베이 레이스 시절에는 최지만과 한솥밥을 먹었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는 김하성,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는 이정후와 함께했다. 그리고 올 시즌부터는 김혜성과 함께 하게 됐다. 그런데 스넬이 김하성에 대해 섭섭함을 토로했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지난 2011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에서 탬파베이 레이스의 지명을 받은 스넬은 2016년 처음 빅리그에 입성했다. 데뷔 첫 시즌 19경기에서 6승 8패 평균자책점 3.54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스넬은 이듬해 풀타임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했는데, 24경기에서 5승 7패 평균자책점 4.04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3년차 때 스넬이 ‘정점’을 찍었다.
스넬은 2018시즌 무려 31경기에 등판해 180⅔이닝을 먹어치우더니, 21승 5패 평균자책점 1.89로 폭주했다. 당시 스넬은 아메리칸리그 최다승 타이틀과 함께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최고의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이영상’을 품에 안았다. 하지만 이 영광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스넬의 가장 큰 단점은 들쭉날쭉한 제구력, 이는 당연히 경깅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고, 2019시즌 6승 8패 평균자책점 4.29로 추락했다.
코로나19로 단축시즌이 열린 2020시즌 11경기에서 4승 2패 평균자책점 3.24로 부활한 스넬은 이듬해 트레이드를 통해 샌디에이고에 입단하면서 김하성과 한솥밥을 먹게 됐다. 샌디에이고에 입단한 이후 ‘퐁당퐁당’ 시즌을 보내던 스넬은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앞둔 2023시즌 32경기에서 180이닝을 소화, 14승 9패 평균자책점 2.25를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평균자책점 1위에 올랐고, 이번에는 내셔널리그에서 사이영상을 품에 안았다.
하지만 퐁당퐁당의 시즌과 안정적이지 못한 제구력 등으로 인해 스넬은 2023-2024년 스토브리그에서 크게 인기를 끌지 못했다. 실력에 비해 너무 과한 몸값을 요구한 것이 치명적이었다. 이에 스넬은 정규시즌 개막이 임박해서야 샌프란시스코 자이이언츠에 입단했는데, 시즌 초반 부상으로 인해 장기간 이탈하면서 ‘최악의 먹튀’로 불리기 일쑤였다.
그래도 사이영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투수는 달랐다. 지난해 부상에서 돌아온 뒤 그야말로 ‘압권’의 시즌을 보냈고, ‘옵트아웃’을 통해 새로운 행선지를 찾아나선 스넬은 이번 겨울 5년 1억 8200만 달러(약 2619억원)의 계약을 통해 ‘디펜딩 챔피언’ 다저스 유니폼을 입게 됐다.



스넬은 탬파베이-샌디에이고-샌프란시스코-다저스 유니폼까지 입으면서 현역 커리어 내내 코리안 빅리거들과 만남을 갖게 되면서, 한국인 선수들에 대해 상당히 좋은 인식을 갖고 있다. 특히 샌디에이고에서 김하성과 비시즌에 서로 연락을 주고 받을 정도로 매우 가깝게 지냈고, 이는 자연스럽게 이정후와 김혜성에게도 연결됐다. 특히 이번 겨울 스넬은 이정후를 통해 김혜성을 소개받아 식사도 함께 했을 정도다.
이정후는 “(김)하성이 형이 스넬과 너무 잘 지낸다. 스넬이 우리 팀에 왔을 때 한국 선수에 대한 인식이 좋은 상태로 왔고, 스넬이 먼저 다가와 줘서 나 또한 다가가다 보니 친해졌다”고 스넬과 가까워진 배경을 밝혔다. 이런 스넬이 최근 한국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김하성을 향해 섭섭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유는 김하성이 좀처럼 연락을 받지 않아서였다.
최근 스프링캠프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난 스넬은 김하성, 이정후, 김혜성까지 한국인 트리오에 대한 물음에 “하성, 혜성, 정후 모두 좋은 사람들이며, 야구에 진심인 선수들”이라며 “(김)하성은 3년 동안 함께 지냈다. 오랫동안 김하성과 친구로 지냈고, 서로가 겪은 일을 이해하고 도움을 주기도 했다. 특히 김하성은 3년차에 멋진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올해는 겨기를 많이 보지 못할 것 같다. 그래도 김하성의 야구 방식은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부상 기간이 엇갈리면서 함께 경기에 나서는 시간은 많지 않았지만, 이정후도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다. 계속해서 스넬은 “이정후는 젊고,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증명하고자 했다. 작년에 펜스에 부딪히면서 부상을 당했지만, 정말 좋은 야구를 했다. 정후는 그걸 통해 많은 것을 배웠을 것이다. 나는 이정후에 대해 많은 기대를 했다. 그의 재능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렇다면 짧지만 한솥밥을 먹게 된 김혜성은 어떨까. 스넬은 “김혜성은 정말 좋고, 강한 선수다. 김혜성이 스프링캠프지에 일찍 왔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배울 수 있었다. 김혜성이 올해 어떠한 활약을 펼칠지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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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 대해 한참 동안 이야기를 하던 중 스넬이 대뜸 김하성에게 섭섭함을 드러냈다. 스넬은 “나는 전화로 예의를 판단하는 사람인데, 김하성이 내 전화를 진짜 받지 않는다”고 폭로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어 스넬은 “(이)정후와 (김)하성이는 항성 전화를 안 받는다”며 “김하성은 너무 열심히 운동을 한다. 그에게 야구는 전부”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스넬은 한국인 트리오에게 메시지도 보냈다. 한국식 바비큐를 사달라는 것이었다. 스넬은 “그들(김혜성, 김하성, 이정후)에게 한국식 바비큐를 사달라고 전해달라”며 “기다리고 있다. ‘블레이크가 한국 바비큐집에 가야 한다’고 전해줘”라며 돈독한 우애를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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