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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정원 기자] 또 한 번 자신과의 싸움에 들어간다.
페퍼저축은행 미들블로커 염어르헝은 최근 팀 훈련 도중 부상을 입었다.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는데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바로 좌측 무릎 전방십자인대 및 내측측부인대 파열. 또 한 번의 수술이 불가피했다.
페퍼저축은행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염어르헝 선수는 지난 17일에 수술을 받았다. 퇴원 후에 광주로 다시 내려왔다. 보조기 착용과 함께 기초 재활 운동에 매진할 예정이다”라고 이야기했다.
2019년 한국과 처음 인연을 맺은 몽골 출신 염어르헝은 2021년 8월 국가대표 세터 염혜선(정관장 레드스파크스) 아버지 염경열씨 호적에 등록됐다. 2022 KOVO(한국배구연맹)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페퍼저축은행에 입단했고, 2022-2023시즌 시작 전에 귀화 문제도 해결됐다. 무엇보다 194cm 신장이 돋보이는 선수였다. 외국인 선수 제외, V-리그 국내 선수 가운데 키가 가장 크다.
그러나 풀타임 시즌을 소화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이유는 부상 때문이었다. 2022년 11월 우측 내측 반월상 연골 봉합술 및 외측 반월상 연골 절제술, 2023년 3월 좌측 연골판 절제술, 2023년 12월 우측 무릎 골연골상으로 인한 외측 반월상 연골 절제술까지. 이번이 프로 데뷔 후 4번째 수술이었다. 1년에 한 번꼴로 수술을 받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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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역시 기대에 비해 초라하다. 2022-2023시즌 2경기(3세트) 0득점, 2023-2024시즌 9경기(9세트) 6득점에 그쳤다.
올 시즌은 달랐다. 드디어 알에서 깨어나오는듯했다. 1월 9일 IBK기업은행전에서는 2023년 11월 19일 2라운드 IBK기업은행전 이후 417일 만에 선발 출전 기회를 얻는 등 조금씩 출전 시간을 늘려갔다. 주전 미들블로커 하혜진이 발목 부상으로 나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장소연 페퍼저축은행 감독은 염어르헝에게 기회를 줬다.
많은 득점을 올린 건 아니지만 건강하게 코트에 있는 것만으로도 페퍼저축은행으로서는 큰 의미가 있었다. 10경기 35점. 올 시즌을 건강하게 마무리한 뒤, 비시즌 밀도 있는 훈련을 통해 다음 시즌에는 더 많은 기회를 줄 예정이었다.
염어르헝도 지난 1월 기자와 인터뷰에서 “무릎 상태는 괜찮다. 지금까지 나를 기다려 주시고, 아낌없이 응원을 보내주신 팬들에게 너무나도 감사하다. 더 좋은 모습 많이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며 “혜진 언니가 없는 동안, 언니만큼은 아닐지라도 그 자리를 잘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의지를 다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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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부상으로 모든 게 무산됐다. 장소연 감독은 최근 “어르헝에게 운동에만 집중해달라고 말했는데,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 경험치를 쌓으며 실력을 성장해야 한다. 장위와 같이 중앙에서 같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컸는데, 아쉽다”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페퍼저축은행 관계자는 코트 복귀까지 최소 9개월, 최대 12개월은 걸릴 거라 보고 있다. 물론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재활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긴 싸움에 들어간 염어르헝이 건강하게 돌아오길 페퍼저축은행 팬들은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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