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얼빈의 여왕’도 체력적인 부담은 이기지 못했다. 한국 쇼트트랙 간판 최민정(성남시청)을 비롯한 여자 대표팀이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 투어 마지막 대회를 노 메달로 마무리했다. 남자팀에서도 장성우(화성시청)만이 동메달 1개를 추가하며 체면을 세웠다.

최민정은 16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2024-25 ISU 쇼트트랙 월드 투어 6차 대회 여자 500m 준결승에서 43초544로 3위를 기록하며 파이널A 진출에 실패했다. 순위 결정전인 파이널B에는 출전하지 않았다. 1500m에서는 결승에 올랐지만 2분23초616을 기록하며 7명 중 6위로 메달을 놓쳤다. 김길리(성남시청)는 파이널B로 밀려 기권했다.
1000m에서도 한국 선수들은 고전했다. 노도희(화성시청)가 예선에서 탈락했고, 김길리는 준준결승에서 넘어지며 심석희(서울시청)와 함께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여자 3000m 계주에서도 최민정, 노도희, 심석희, 이소연(스포츠토토)이 준결승 2조에서 네덜란드, 중국에 이어 3위로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5~8위 결정전인 파이널B에서는 박지윤(서울시청)이 대신 나서며 4분15초996으로 가장 빨리 결승선을 통과했다.
남자팀에서는 장성우(화성시청)가 유일하게 메달을 획득했다. 그는 남자 1000m 결선에서 1분23초220을 기록하며 5명 중 3위를 차지했다. 전날 1500m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데 이어 2개째 메달이다. 1000m 결승에서는 피에트로 시겔(이탈리아)에 0.001초 차로 밀리며 아쉽게 은메달을 놓쳤지만, 중국의 사오앙 산드로 류와 쑨룽을 제치고 동메달을 따냈다.
박지원(서울시청)은 500m에서 패자부활전 끝에 준준결승에 올랐으나 준결승 진출에는 실패했다. 남자 5000m 계주와 혼성계주 2000m 결선에서도 한국 대표팀은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남자 계주는 개최국 이탈리아가, 혼성 계주는 네덜란드가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의 테스트 이벤트 성격이 강했다. 쇼트트랙 대표팀은 2025 하얼빈동계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6개, 은메달 4개, 동메달 3개를 따내며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 최민정이 여자 선수 최초로 3관왕에 오르고 김길리, 박지원, 장성우 등이 2관왕에 오르는 등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하지만 이후 강행군으로 인해 체력적인 부담을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하얼빈 대회를 마치고 10일 귀국한 대표팀은 하루 만에 다시 이탈리아로 이동했고, 충분한 적응 없이 월드 투어 6차 대회에 임해야 했다.
월드 투어 6차 대회를 끝으로 올 시즌 월드 투어는 종료됐다. 종합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크리스탈 글로브’는 남자부에서는 윌리엄 단지누(캐나다), 여자부에서는 크리스틴 산토스-그리스월드(미국)에게 돌아갔다. 단지누는 총점 1184점, 산토스-그리스월드는 1120점을 기록하며 각각 1000점을 넘긴 유일한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2시즌 연속 종합 우승을 차지했던 박지원은 606점으로 6위에 그쳤고, 김길리는 713점으로 역시 6위에 머물렀다. 1시즌 휴식 후 복귀한 최민정은 760점을 기록하며 5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대표팀은 다음 달 1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ISU 세계 쇼트트랙 선수권대회를 끝으로 시즌을 마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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