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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6년째 키스톤 호흡을 본다.
KIA 타이거즈 수비왕이자 골든글러버 박찬호(30)가 본격적으로 1군에서 많은 경기를 뛰기 시작한 건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2019년이었다. 그러나 2019년엔 내야 전 포지션을 돌며 133경기에 나섰다. 당시 KIA는 유격수 김선빈-2루수 안치홍(한화 이글스) 체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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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홍이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하면서, 2020년부터 지금의 유격수 박찬호-2루수 김선빈 체제가 본격적으로 정착했다. 두 사람은 작년까지 5년간 키스톤 콤비를 이뤘다. 그리고 올해 6년째 호흡을 맞춘다. 이는 KIA의 엄청난 강점이다. 두 사람은 서로 투덜대면서도 눈빛만 보면 다 아는, 심지어 오프시즌 개인훈련도 함께 하는 사이다.
그런데 야구도 인생도 영원한 건 없다. 박찬호-김선빈 키스톤 체제도 언젠간 끝이 난다. 빠르면 올 시즌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 박찬호가 올 시즌을 마치면 FA 자격을 얻기 때문이다. 박찬호는 KIA에 대한 로열티, 이범호 감독에 대한 존경심이 대단한 선수다.
그러나 3할이 가능한, 리그 최강의 수비력을 자랑하는 공수겸장 박찬호를 올 겨울 노리는 팀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FA 시장에선 늘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올 겨울 박찬호가 떠나면 두 사람의 키스톤 호흡도 막을 내린다.
사실 김선빈도 나이가 적은 편이 아니다. 올해 36세다. 아직은 운동능력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크게 티 나지 않아도 꽤 안정적인 2루 수비력을 보유했다. 그러나 서서히 미래를 생각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온 것도 사실이다. 3년 30억원 FA 계약의 두 번째 시즌이다. 다음 FA까지 2년 남았다.
KIA는 미리 그 어떤 상황에도 대비할 수 있게 움직인다. 그동안 차곡차곡 내야 유망주를 잘 뽑아왔다. ‘김도영 라이벌’로서 올해 본격적으로 내야 전천후 백업으로 도약할 윤도현을 시작으로 작년에 그 역할을 한 홍종표, 수비력이 좋은 박민과 김규성이 있다. 이들은 미래의 주전을 위해 지금 미국 어바인에서 구슬땀을 흘린다.
미래를 위해 이들의 포지션을 좀 더 구체화하는 작업은 필요해 보인다. 예를 들어 박찬호가 올 겨울 빠져나가면 유격수 1순위, 김선빈이 몇 년 뒤 나이를 먹고 운동능력이 떨어지면 2루수 1순위를 어느 정도 정리해놓는 것이다. 그 작업이 돼야 최악의 상황이 닥칠 때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자연스럽게 넥스트 스텝을 밟을 수 있다.
가장 좋은 건 올 겨울 박찬호를 무조건 FA 시장에서 잡는 것이다. 최대 7명이나 되는 예비 FA의 일부를 비FA 다년계약으로 묶는 건 팀 케미스트리 차원에서 쉬운 일은 아니다. 올해 통합우승을 위해 달리는 KIA로선 더더욱 민감한 대목이다. 7명의 예비 FA 모두 안 아까운 선수는 없다. 그래도 박찬호만큼의 무게감을 지닌 유격수를 당장 대체하는 건 불가능하다. 선수가 있어도, 박찬호의 아우라를 메우는 건 시간이 필요하다.
김선빈도 우선 이번 FA 계약과 다음 FA계약까지 달리도록 유도한 뒤 서서히 리빌딩을 하는 게 자연스러워 보인다. 내년에 FA 일부가 빠져나가서 전력이 약화되더라도, 키스톤만큼은 두 사람이 지켜주는 게 KIA가 중심을 잡을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하고 쉬운 방법으로 보인다. 두 사람이 안정적으로 중앙내야를 지켜왔기 때문에 통합우승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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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은 비활동기간 윤석민의 유튜브 채널 사이버 윤석민에 출연, 박찬호가 올 겨울 이적하면 KIA가 나중에 절대 우승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수년간 맞춰온 합이 있는데, 사람 한 명이 빠져나가면 다른 사람들끼리 결합해 다시 케미스트리를 올리는 작업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인생에 영원한 것은 없으니, 역시 야구는 늘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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