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강’ 일본을 꺾고 짜릿한 대역전승을 거둔 한국 간판 선수에 눈길이 쏠렸다.
그 정체는 바로 동계아시안게임 사상 처음으로 남자 피겨 첫 금메달을 따낸 차준환(고려대)이다.
차준환은 지난 13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총점 281.69점을 기록하며 정상에 올랐다. 앞선 쇼트프로그램에서 2위에 머물렀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서 완벽한 연기를 펼치며 ‘아시아 최강’ 가기야마 유마(일본·272.76점)를 제쳤다.
차준환은 지난 11일 열린 쇼트프로그램에서 94.09점을 받아 1위 가기야마에게 9.72점 뒤진 2위에 머물렀다. 뒤집기가 쉽지 않은 점수 차이였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99.02점, 예술점수(PCS) 88.58점을 합해 187.60점을 획득하며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두 사람의 최종 점수 차이는 8.93점이었다.
이번 우승으로 금메달리스트가 된 차준환은 병역 특례 혜택도 받게 됐다. 2001년생으로 올해 만 23세인 차준환은 이제 더욱 안정적으로 선수 생활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도전도 한결 수월해질 전망이다.
특히 이번 대회는 한국 피겨 역사상 최초로 남녀 싱글 동반 우승이라는 쾌거도 이뤘다. 여자 싱글에서 김채연(수리고)이 세계선수권 3연패를 달성한 사카모토 가오리(일본)를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한 데 이어, 차준환도 정상에 오르며 일본의 아성을 무너뜨렸다.
이런 성과에 일본 언론도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닛칸스포츠는 “일본의 남녀 에이스가 나란히 역전을 허용해 뜻밖의 더블 은메달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차준환은 이번 우승으로 그의 화려한 경력에 또 하나의 금자탑을 더했다. 그는 2019년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한국 남자 최초로 메달을 획득했고, 2022년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2023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날 믹스트존 인터뷰 도중 금메달 확정 소식을 접한 차준환은 “근데 저 진짜로…”라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어 “제 경기에 너무 집중을 해서 사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상관 없었다. 좋은 경기로 좋은 결과도 얻을 수 있어서 기쁘다”며 소감을 전했다.
그는 “3년 전 올림픽에서 얻은 배움을 오늘 많이 실천하려고 했고, 그게 제 경기에서 나타났던 것 같다”며 “남자 피겨 첫 금메달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게 됐는데 너무 기쁘다”고 밝혔다.
‘피겨 신동’으로 불리며 한국 남자 피겨의 개척자 역할을 해온 차준환은 초등학교 때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트리플(3회전) 점프 5종을 완벽하게 소화했고, 2015년부터는 쿼드러플(4회전) 점프까지 구사하며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차준환은 다음 주 열리는 4대륙 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앞으로도 계속 열심히 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한국 피겨의 새로운 역사를 쓴 그의 다음 행보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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