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 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개막 미디어데이는 평소와는 다른 무거운 분위기로 시작됐다. 지난 10일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사건으로 희생된 김하늘 양(8)을 추모하며 차분하게 행사가 진행됐다.
특히 대전하나시티즌의 황선홍 감독과 주장 이창근은 왼쪽 가슴에 검은 리본을 달고 행사에 참석해 보는 이들을 숙연하게 했다. 황선홍 감독은 전날 고인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황선홍 감독은 추모의 뜻을 전하며 “여기 계신 모든 분들도 다 축구 가족이다. 김하늘 양도 축구 가족이라 생각한다. 축구 가족은 행복했으면 좋겠는데 나이도 어리고, 축구를 사랑하는 아이가 하늘로 가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고인의 명복을 빌고, 좋은 곳에서 밝은 모습으로 지냈으면 좋겠다. 마음 한 켠이 무거운데 경기장 안에서 최선을 다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함께 참석한 이창근 역시 “이런 말을 하는 것 조차도 죄송스럽다”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운동장에서 좋은 경기로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 더 책임감을 갖고 시즌을 치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K리그1 승격팀 FC안양의 유병훈 감독도 새 시즌 출사표를 던지기에 앞서 추모의 마음을 전했다. 유 감독은 “딸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마음이 아프다. 김하늘 양에게 애도를 전한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김하늘 양은 대전 서포터스 ‘유토피아 대전’에서 축구를 좋아하는 아버지와 함께 연고지 팀을 응원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하나시티즌 구단은 지난 11일 공식 SNS를 통해 검은 배경의 국화 이미지를 게시하며 애도를 표했고, 주민규를 비롯한 선수단도 개인 SNS 계정을 통해 이를 공유하며 추모에 동참했다.
이날 미디어데이는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으로 인해 지난 5일 먼저 행사를 진행한 울산 HD, 전북 현대, 광주FC, 포항 스틸러스를 제외한 K리그1 8개 팀의 감독과 대표 선수들이 참석했다.
한편, 김하늘 양은 10일 오후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 건물 시청각실에서 40대 교사 A 씨가 휘두른 흉기에 피살됐다. 부검 결과 날카로운 도구에 의한 다발성 손상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해 교사 A 씨는 평소 정신 질환을 앓아왔으며, 지난해 12월 질병을 이유로 휴직한 후 조기 복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하늘 양의 발인은 14일 오전 9시 30분이며, 대전 추모공원에 안치될 예정이다. 대전하나시티즌은 15일 포항 원정 경기를 치른 뒤, 23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울산 HD와의 홈 개막전을 앞두고 있다. 구단과 서포터스는 홈 개막전 당일 추모 행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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