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말이 170이닝이지. 엄청난 건데.”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이 7일 유희관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의 유튜브 채널 ‘유희관희유’를 통해 대투수 양현종(37)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감독으로 1년간 마운드를 운영해보니, 점수를 좀 주더라도, 이닝을 많이 먹어주는 양현종이 최고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이범호 감독은 현역 시절 부상 없이 꾸준히 선발등판한 유희관 해설위원을 칭찬하다 자연스럽게 양현종 얘기로 넘어갔다. “내가 감독이 되면서 느낀 게, 제일 고마운 투수는 양현종이다. 10년 동안 170이닝을 던지는데 좀 두드려 맞는다고 ‘쟤는 이제 안 돼’ 이런 말을 할 때 보면 난 ‘아, 그래도 양현종이란 선수가 없으면 KIA가 지금까지 이런 성적을 낼 수 있었을까’ 생각하지”라고 했다.
양현종은 2014년 171⅔이닝을 시작으로 2015년 184⅓이닝, 2016년 200⅓이닝, 2017년 193⅓이닝, 2018년 184⅓이닝, 2019년 184⅔이닝, 2020년 172⅓이닝, 2022년 175⅓이닝, 2023년 171이닝, 2024년 171⅓이닝까지 10시즌 연속 170이닝 이상 투구했다. 미국에 진출한 2021년을 제외했다. 국내에서 그 누구도 하지 못한 대업이다.
이 기간 잔부상으로 빠진 적은 있었지만, 팔꿈치나 어깨에 칼을 댄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양현종은 아직도 선수생활을 하면서 팔과 어깨 수술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한국시리즈 우승 직후 비결에 대해 “부모님에게 좋은 몸을 받아 감사하다”라고 했다.
타고나기도 했지만, 양현종의 확고한 루틴과 철저한 관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시즌 중에 실시하는 루틴과 비 시즌용 루틴이 따로 있다. 시즌 중 등판 없는 날 외야에서 달리기를 하는 등의 루틴은 몇 차례 공개됐다.
최근엔 구단 유튜브 채널 갸티비를 통해 스프링캠프에서 훈련량이 동료 투수보다 훨씬 많다고 고백했다. 남들보다 시즌에 많이 던지고, 비활동기간에 더 많이 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스프링캠프 훈련량이 많다고 했다. 이 역시 양현종만의 루틴이다.
덕분에 양현종은 송진우의 통산 3003이닝을 넘어설 유일한 후보로 꼽힌다. 통산 2503⅔이닝이니, 앞으로 3~4년간 아프지 않으면 추월할 수 있다. 이범호 감독이 올해부터 더 이상 170이닝씩 맡기지 않기로 했지만, 큰 문제는 없다. 규정이닝을 조금 넘는 수준으로만 던지면 선수생명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봤다.
이범호 감독은 “170이닝이라는 게 말이 170이닝이지, 엄청난 건데. 안 아프고 150이닝 이상 던진 투수는 지금은 모셔와야지”라고 했다. 실제 2020년부터 작년까지 최근 5년간 양현종 외에 170이닝 이상 던진 국내투수는 2022년 안우진(키움 히어로즈, 196이닝), 2022년 고영표(KT 위즈, 182⅓이닝), 2022년 김광현(SSG 랜더스, 173⅓이닝), 2022년 소형준(KT 위즈, 171⅓이닝), 2023년 고영표(174⅔이닝), 2024년 박세웅(롯데 자이언츠, 173⅓이닝)이 전부다.
이들 중 2년이라도 연속으로 170이닝 이상 던진 투수는 고영표가 유일하다. 고영표조차 2024시즌엔 잔부상으로 100이닝 소화에 그쳤다. 1~2년도 아니고 10시즌 연속 170이닝 이상 던진 양현종은 철인이라고 봐야 한다. 정말 양현종이 없었다면 하위권 시절의 KIA는 더 처참했을 것이고, 우승 포함 상위권 시절의 KIA는 그만큼 경쟁자들을 따돌리기 어려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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