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식물타자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KIA 타이거즈 상남자 포수 김태군(36)은 작년 한국시리즈 4차전서 결정적인 좌월 만루포를 때리고 데일리 MVP가 된 뒤 위와 같이 말했다. 김태군은 오랫동안 수비형 포수로 인식돼왔다. 실제 공격력보단 안정적안 수비력과 공수의 작전수행능력, 투수리드능력이 돋보였다.
그러나 김태군은 삼성 라이온즈에서 뛴 시절을 포함해 최근 1~2년간 만루에서 성적이 나쁘지 않았다.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는 기간 가진 인터뷰서도 자신에게 만루에 찬스가 걸리면 좋겠다고 했다. 실제 스윙 한방으로 말의 힘을 증명했다.
김태군은 올해 36세다. 적은 나이는 아니다. 그러나 기량이 쇠퇴할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한국시리즈의 거의 모든 순간을 홀로 책임질 정도로 이범호 감독으로부터 강한 신뢰를 받았다. 올 시즌에도 기본적으로 주전은 김태군이다.
김태군은 2024시즌 105경기서 타율 0.264 7홈런 34타점 24득점 OPS 0.711 득점권타율 0.221을 기록했다. 여기서 볼륨이 조금만 더 올라가면 완벽한 공수겸장 포수로 거듭날 전망이다. 이럴 경우 지난 시즌 폭풍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 한준수도 출전시간을 장담할 수 없다.
2018년 1차 지명자 한준수는 지난해 마침내 포텐셜을 터트렸다. 아직 수비, 투수리드. 볼배합 등에서 김태군에 비하면 노련미는 부족하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다. 어깨도 좋은 편이다. 송구 정확성이 살짝 떨어지긴 했지만, 개선 가능한 대목이다.
결정적으로 한준수는 타격이 너무나 매력적이다, 115경기서 타율 0.307 7홈런 41타점 39득점 OPS 0.807 득점권타율 0.267을 기록했다. 일발장타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홈런 개수는 7개지만, 지난해 88안타 중 2루타가 22개였다.
오픈스탠스라는 자신만의 무기가 확고하다. 거의 투수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타격 타이밍을 잡는다. 바깥쪽 컨택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3할을 친 것을 보면 컨택에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장, 단점이 있는 스탠스지만, 본인이 편하다고 하니 코칭스태프도 전적으로 신뢰한다.
김태군의 공격력, 한준수의 수비력이 조금씩 더 올라오면, 올 시즌 KIA 안방은 정말 더욱 강력해질 수 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포수 걱정을 하며 막대한 출혈에도 타 구단 주전포수를 영입하던 팀이 맞나 싶을 정도다.
여기에 어바인 스프링캠프에 제3의 포수 한승택도 있다. 한승택은 수비력과 어깨가 여전히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타격이 약한 게 흠이지만, 어차피 제3의 포수로 뒷받침하는 역할이라면 타격보다 수비가 훨씬 더 중요하다.
이범호 감독은 지난 시즌 포수를 거의 김태군-한준수 2인체제로 운영했다. 그러나 한승택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면 3인 체제로 갈 가능성도 있다. 한승택을 1군에서 기용할 계획이 아예 없다면 어바인에 데려올 리 없다.
KIA는 1군 밖에서도 유망주 이상준, 김선우 등 키워볼 만한 포수가 적지 않다. 김태군 트레이드와 연장계약을 시작으로 안방왕국으로 가는 길을 탄탄하게 만들어나가고 있다. 심재학 단장은 김태군과 3년 25억원 비FA 계약을 맺으면서 2년차, 그러니까 올해까지 김태군이 어떻게든 끌어주면 그 다음에는 해볼 만하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 행보를 보면 기대이상이다. 무엇보다 김태군이 식물포수를 청산한 이상 한준수의 건전한 반격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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