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언젠가 10번에서 바꾼다면 너에게 물려준다.”
KIA 타이거즈 특급루키 김태형(19)은 작년 덕수고 3학년 시절 정현우(키움 히어로즈)와 원투펀치였다. 등번호 10번을 달고 고교 최고 우완투수로 거듭났다. 고향팀 KIA에 1라운드 5순위로 지명되는 기쁨도 누렸다.
그런데 김태형은 등번호 10번을 쓰지 못할 수도 있었다. 지난 시즌까지 KIA의 10번 주인공은 우완 유승철(27)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태형에게 행운이 따랐다. 오랫동안 주춤한 유승철이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올해부터 10번이 아닌 50번을 달기로 했다. 50번의 원래 주인공 장현식(LG 트윈스)이 팀을 떠난 상황.
그렇게 10번이 극적으로 비었고, 김태형은 데뷔하자마자 고교 시절에 사용한 등번호를 계속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등번호와 경기력에 직접적 상관관계는 없다고 해도, 선수의 심리와 멘탈 측면에서 완전히 무시할 순 없는 요소다.
김태형은 4일 구단 유튜브 채널 갸티비를 통해 “고교 시절에 10번을 달고 잘 해서 KIA에 왔다. 여기서도 잘하려고 10번을 선택했다. 승철이 형이 등번호를 바꾸기 전에 ‘언젠가 10번에서 바꾼다면 너에게 물려준다’고 했다. 바로 올해 기회가 돼서 빨리 받게 됐다”라고 했다.
김태형은 근래 KIA가 뽑은 오른손투수 중 가장 잠재력이 뛰어난 선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작년 가을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서 이미 이범호 감독과 심재학 단장을 놀라게 했다. 스스로도 “멘탈이 내 장점”이라고 했다. 프로에서도 그 멘탈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대성할 수 있다.
150km대 초반의 패스트볼에 슬라이더와 커브 등을 고루 구사한다. 제구, 커맨드, 경기운영능력은 고교 최고 수준이었다. 고교와 프로의 차이가 분명히 있는 만큼, 어느 시점에서 분명히 어려움은 찾아올 전망이다. 그걸 잘 넘기면 KIA를 대표하는 오른손 선발투수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범호 감독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태형을 불펜이 아닌 선발로 보직을 유지하게 한다. 그리고 1~2군을 오가며 활용하려고 한다. 양현종의 이닝 제한, 여름에 복귀하는 이의리의 철저한 관리 등 올해도 KIA 선발진에는 크고 작은 이슈들이 있다. 기본적으로 2군에서 선발수업을 받되, 1군에서도 기용해 동기부여를 주는 방식이 유력하다.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서 성과가 좋으면 어떤 파격적인 반응이 나올지 알 수 없다.
신인상 경쟁에도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 현 시점에선 드래프트 1~2순위 정현우와 정우주(한화 이글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쏠리지만, 3~5순위 배찬승(삼성 라이온즈), 김태현(롯데 자이언츠), 김태형까지 투수 5인방은 누가 신인상을 받아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전부 올해 1군에서 한 자리씩 차지할 수도 있다.
KIA의 신인상은 1985년 이순철과 2021년 이의리가 전부였다. 슈퍼스타로 떠오른 김도영도 신인상을 받지 못했다. 김태형이 KIA와 유독 인연이 없는 신인상에 도전한다면 큰 의미가 있다. 일단 원하는 등번호부터 달고 뛰는 건 긍정적인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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