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최상의 시나리오는 2009년 아귈리노 로페즈와 릭 구톰슨이다.
예나 지금이나 KBO리그 구단들에 외국인선수들의 중요성은 엄청나다. 더구나 올 시즌 KIA 타이거즈는 FA나 트레이드에 의한 전력이 도드라지지 않는다. 조상우를 트레이드로 영입했으나 FA 시장에서 장현식이 LG 트윈스로 빠져나갔으니 전력의 전체적인 무게감은 작년과 비슷하다.
그래서 외국인선수들의 활약이 중요하다. 아무래도 구단들은 외국인타자보다 투수 2명의 안정적인 활약을 좀더 중시한다. 장기레이스가 곧 마운드 싸움, 선발 원투펀치 싸움에서 갈린다는 걸 역사를 통해 학습했기 때문이다.
KIA는 2024시즌에 이례적으로 무려 5명의 외국인투수를 썼다. 제임스 네일과 윌 크로우로 시작했으나 크로우가 5월에 팔꿈치 통증으로 퇴단했다. 캠 알드레드와 에릭 스타우트 역시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정식 외국인투수로 뽑은 에릭 라우어는 화려한 스펙에도 결과적으로 임팩트는 없었다.
5명의 외국인투수가 총 23승을 합작했다. 나쁘지 않았으나 외국인투수를 5명이나 뽑은 것 자체가 성공적이라고 보긴 어렵다. 역대 타이거즈 외국인투수 한 시즌 최다승은 2017년 헥터 노에시의 20승이다. 2004년 다니엘 리오스(17승), 2016년 헥터 노에시(15승) 등 15승 투수를 세 차례 배출했다.
그러나 15승도 좋지만, 두 외국인투수 모두 10승 이상씩 해내는 게 벤치의 장기레이스 운영에 가장 용이하다. KIA 외국인투수들의 역대 시즌 최다승은 2017년 헥터와 팻딘(9승)의 29승이었다. 그러나 20승 투수가 정말 나오기 쉽지 않은 걸 감안해야 한다.
그래서 2017년 다음으로 외국인투수들의 합계 승수가 가장 많은 2009년의 아귈리노 로페즈(14승), 릭 구톰슨(13승)의 27승이 가장 이상적이었다고 봐야 한다. 그해 KIA는 로페즈, 구톰슨, 양현종(12승), 윤석민(9승)이 48승을 합작하며 정규시즌 우승을 이끌었다.
이밖에 2016년에도 헥터(15승)와 지크 스프루일(10승)이 25승, 2020년에도 드류 가뇽(11승)과 애런 브룩스(11승)가 22승을 합작했다. 외국인투수 2명이 10승 이상 합작한 건 이렇게 딱 세 차례였다. 2009년엔 V11을 달성했고, 2016년에도 포스트시즌에 갔다.
KIA는 올 시즌 통합 2연패를 노린다. 타선과 불펜의 힘 역시 리그 최고다. 2년차를 맞은 제임스 네일과 새롭게 영입한 아담 올러가 나란히 10승 이상 따낼 능력이 있다. 이들이 중심을 잡고 양현종, 윤영철, 김도현 혹은 황동하, 돌아올 이의리가 뒷받침하면 역대급 선발야구도 가능하다.
네일은 지난해 시즌 중반 주무기 스위퍼와 투심이 조금씩 타자들에게 공략당하면서 어려움을 겪었으나 스스로 해결했다. 결과적으로 턱 수술로 휴식하면서 한국시리즈서 최상의 구위를 뽐냈다. 올해 풀타임 소화 시 퍼포먼스가 기대된다. 9개 구단 타자들도 네일을 파악했지만, 네일도 그들을 파악한 상태다.
네일에게 스위퍼가 있다면 올러에겐 슬러브가 있다. 아직 국내에선 미지의 구종이다. 오른손타자 기준 몸쪽으로 날아가다 바깥쪽으로 사선을 그렸다. 종과 횡의 움직임을 모두 보여주면서, 타자들에게 애를 먹일 준비를 마쳤다. 김태군과 한준수가 잘 잡아주기만 하면 KBO 연착륙은 무난할 듯하다.
KIA는 작년에 V12에 성공했지만, 10승 이상 외국인투수는 네일이 유일했다. 올해 네일과 올러가 나란히 10승 이상 따내면 V13으로 가는 길이 수월해진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