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원이 논란이 된 사석 규정을 개정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1월 신설된 해당 규정은 ‘따낸 돌을 사석 통에 넣지 않을 경우 경고와 함께 2집을 공제하고, 경고 2회가 누적되면 반칙패를 선언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달 열린 LG배 결승전에서 중국의 커제 9단이 이 규정 위반으로 반칙패를 당하며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따라 한국기원은 지난 3일 운영위원회를 열고, 사석 보관 규정을 두 차례 위반하면 반칙패로 처리하는 조항을 삭제하기로 했다.
단 한 차례 위반 시 기존처럼 경고와 벌점(2집 공제)을 유지할 것인지, 단순히 구두 경고만 줄 것인지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에 대한 최종 결정은 오는 17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3라운드 전까지 이뤄질 예정이다.
LG배 결승전에서 벌어진 논란은 한국과 중국 바둑계 사이의 규칙 차이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 한국에서는 사석을 정확히 관리해야 계가 과정에서 혼선을 방지할 수 있다고 본다. 반면 중국은 바둑판 위의 돌만으로 계가를 진행하는 문화가 있어, 사석 보관에 대한 개념이 다소 다르다. 이에 따라 중국 측에서는 해당 규정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특히 LG배 결승 제2국에서 커제가 사석을 보관하지 않아 경고를 받은 뒤, 동일한 실수를 반복해 반칙패가 선언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후 제3국에서도 같은 이유로 경고를 받자 커제는 대국을 포기하고 기권을 선언했다. 그는 경기 후 자신의 SNS를 통해 강한 불만을 표출하며, 해당 규정이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중국 바둑계에서도 큰 파장을 일으켰고, 중국기원은 즉각 한국기원에 공문을 보내 규정 개정을 요구했다.
중국기원의 반발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중국 측은 한국 기사들의 국제 대회 참가를 제한하는 보복 조치를 검토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이로 인해 일부 국제 대회 일정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압박 속에서 한국기원은 결국 반칙패 조항을 폐지하기로 했지만, 이를 두고 무조건 항복이나 다름없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한국기원의 이번 규정 개정은 바둑계의 국제적 규정 통합 필요성을 다시금 제기하는 계기가 됐다. 바둑은 나라별로 규칙과 문화가 조금씩 다르지만, 국제 대회에서는 보다 명확하고 공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향후 한국기원을 비롯한 각국의 바둑 단체들이 어떤 방향으로 규정 정비를 진행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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