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혹시 양파?
KIA 타이거즈 새 외국인타자 패트릭 위즈덤(34)은 처음엔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에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 연속 20홈런에, 통산 88홈런을 터트린 거포로 알려졌다. 미국에선 볼삼비가 안 좋았는데, 메이저리그보다 5~10km 느린 KBO리그의 패스트볼에 맞춰 타이밍을 늦추면 변화구에 속는 비중도 눈에 띄게 줄어들 것이란 이범호 감독의 분석에 한국야구의 웃픈(?) 현주소까지 접했다.
그걸로 끝인 줄 알았다. 미국 어바인, 일본 오키나와로 이어지는 스프링캠프와 국내 시범경기를 무사히 마치고 ‘본 게임’에 돌입하면 어느 정도의 생산력을 낼 것인지에 대해서만 주목했던 게 사실이다. 지금도 여전히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그러나 끝이 아니다. 알고 보니 위즈덤은 까도까도 매력이 계속 나오는 선수다. 아직 스프링캠프 극초반이긴 하지만, 외신 보도와 구단 유튜브 채널 갸티비를 통해 위즈덤의 다양한 매력이 계속 확인된다. 그냥 홈런타자로 알면 섭섭한 수준이다.
시작은 곽도규의 발언이었다. 갸티비 영상을 통해 위즈덤이 정말 멋있는 선수라고 치켜세웠다. 곽도규가 우연히 위즈덤과 함께 웨이트트레이닝을 했는데, 영어 구사가 자유로운 곽도규가 위즈덤과 대화를 해보니 2024시즌 시카고 컵스의 로베르토 클레멘테 어워드에 노미네이트 된 사실이 밝혀졌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매년 선행왕을 한 명씩 뽑는다. 구단들은 1명씩 후보를 낼 수 있는데, 컵스의 2024년 후보가 위즈덤이었다. MLB.com의 작년 가을 보도를 보면 위즈덤은 마이너리거 시절부터 미국 전역에서 봉사활동을 펼쳐왔다. 2017년엔 뇌암 투병 중인 6살짜리 야구팬 브랙스턴 푸쿠아를 위한 일일 야구교실을 열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후 꾸준히 소아암 돕기 모금에 앞장섰다.
지난 1월에는 로스엔젤레스 산불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위해 로스엔젤레스 푸드뱅크를 방문해 감자와 사과 포장을 하며 지역주민들을 돕기도 했다. 비록 위즈덤은 클레멘테 어워드를 받지는 못했지만, 마음 씀씀이가 남다른 선수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위즈덤은 갸티비와의 인터뷰서 ‘타투 마니아’임을 밝혔다. 왼 팔엔 유방암에 걸렸던 외할머니와 할머니의 완쾌를 기원하는 타투를 새겼다. 취미이기도 하지만, 의미까지 더했다. 오른팔엔 본인이 방문했던 국가를 상징하는 타투를 새겼다. 이제 곧 한국의 상징이 위즈덤의 팔에 들어간다. 불닭라면 타투라고 미리 예고까지 했다. 라면을 즐기는 모양이다.
끝이 아니었다. 최근 갸티비는 야수들의 웨이트트레이닝 현장을 담았다. 예상대로 웨이트트레이닝 전문가 나성범이 후배들을 집중 교육시켰다. 여기서 위즈덤의 매력이 또 확인됐다. 역시 메이저리그에서 88홈런을 그냥 친 게 아니었다. 이우성은 위즈덤을 두고 “몸이 살벌하다”라고 했다.
나성범과 위즈덤은 양 팔에 40kg까지 덤벨을 들고 업드린 채 팔을 들었다가 올린 뒤 푸시업까지 이어가는 동작을 반복했다. 나성범조차 정말 힘들다고 토로했는데, 위즈덤 역시 표정하자 변하지 않고 거뜬히 해냈다. 전완근과 악력을 강화하는 훈련 또한 흐트러지지 않는 자세를 뽐내며 완벽하게 해냈다.
결국 야구선수는 야구로 말해야 한다. 위즈덤이 매력이 넘쳐도 야구가 KIA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 위즈덤도 KIA도 곤란해진다. 그러나 오프시즌은, 이런저런 이슈로 시끌시끌한 게 좋다. 자세히 보면 위즈덤이 좋은 선수, 잘 하는 선수가 될 수 있는 단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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