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바둑 교류가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중국 위기협회(중국바둑협회)가 다음 달 6일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바둑대회(제1회 쏘팔코사놀 세계최고기사 결정전)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는 중국의 바둑기사인 커제 9단이 최근 LG배 기왕전 결승에서 기권 패한 것에 대한 반발로 나타났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커제는 지난 23일 한국기원 주최 LG배 기왕전 결승 3국에서 사석 관리 규정을 위반해 심판의 경고를 받았다.
이날 커제는 사석을 탁자 위에 두었다가 경고를 받았고, 이는 지난해 11월 한국기원이 신설한 사석 관리 규정에 위배되는 행동이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사석은 반드시 사석 통에 넣어야 하며, 한국 바둑에서는 사석도 집으로 계산하지만, 중국 바둑에서는 바둑판에 놓인 돌만 계산하기 때문에 사석 관리 규정이 따로 없다.
커제가 반칙 선언에 불복하고 대국을 재개하지 않자 기권패가 결정됐다. 이에 대해 중국 위기협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중국 선수단은 결승 최종국 이튿날 열린 시상식에도 참석하지 않았으며, 준우승 상금 1억원을 받게 된 커제도 불참했다. 이후 중국 위기협회는 25일 중국 바둑리그에 외국인 선수가 참가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28일에는 다음달 6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1회 쏘팔코사놀 세계최고기사 결정전 불참을 선언하면서 대회는 무기 연기됐다.
이 대회에는 커제를 포함한 중국 선수 4명이 출전할 예정이었다. 커제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프로필을 ‘세계대회 8관왕’에서 ‘세계대회 9관왕’으로 수정하며, 기권 패한 LG배 우승자가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SNS 라이브방송에서 “한국에서 모욕당했다”며 “절대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한 입장을 밝혔다.
중국 바둑 원로인 녜웨이핑 9단 등 중국 프로기사들도 LG배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중국 누리꾼들은 커제의 웨이보에 ‘9관왕’이라는 댓글을 달며 그를 응원하고 있다. 중국 매체들은 “경기에서 진짜로 이기지 않은 변상일이 우승을 차지했다”며 “한국은 경기에서 승리를 가져가는 대신 체면을 잃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국기원은 설 연휴 이후 사석 관리 규정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본래 사석 관리 규정은 국제대회에서 중국 선수들이 따낸 돌을 여기저기 던져놓아 형세 판단에 혼란을 겪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중 바둑 교류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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