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경현 기자] 삼성 라이온즈의 좌타 거포 유망주 윤정빈이 드디어 껍질을 깨기 시작했다. 25세 시즌에 마침내 팀 내 입지를 다졌다. 공교롭게도 16년 전 삼성에도 뒤늦게 잠재력을 만개, 대타자로 거듭난 선배가 있다. 윤정빈도 이 길을 따라갈 수 있을까.
부천고를 졸업한 윤정빈은 2018 신인 드래프트 2차 5라운드 42순위로 삼성의 지목을 받았다. 지명 당시 삼성의 차세대 파워히터로 많은 이목을 끌었지만, 이른 1군 데뷔보다는 2군에서 인고의 세월을 보냈다. 상무에서 일찌감치 군 문제를 해결한 뒤, 2022년 처음으로 1군 무대를 밟았다.
프로의 세계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2022시즌 13경기 출전에 그쳤다. 안타는커녕 볼넷도 얻어내지 못했다. 2023시즌은 28경기로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잡았지만, 타율 0.147 OPS 0.561로 여전히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25세가 된 2024년 드디어 팬들에게 ‘윤정빈’ 이름 석 자를 알렸다. 69경기에 출전해 46안타 7홈런 20타점 타율 0.286 OPS 0.831로 훌륭한 기록을 남긴 것.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조정 득점 창조력(wRC+)도 커리어 처음으로 113.7을 기록, 처음으로 리그 평균보다 뛰어난 공격력을 보였다.
유독 강렬한 장면을 많이 만들었다. 지난해 6월 20일 SSG 랜더스전 솔로 홈런으로 팀 통산 5만 안타를 장식했다. 6월 25일 LG 트윈스전 9회 선두타자 안타를 치며 케이시 켈리의 퍼펙트게임을 무산시켰다.
포스트시즌에서도 활약이 대단했다. LG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 2번 타자로 출전해 4타수 3안타 3득점 맹타를 신고했다. 생애 첫 포스트시즌 출전이었지만 2번 타순에서 뇌관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이번 시즌 활약을 바탕으로 연봉이 크게 늘었다. 윤정빈의 연봉은 3700만원에서 7400만원으로 100% 상승했다. 100% 인상률은 팀 내 3위다.
16년 전인 2008년, 25세 최형우도 그간 설움을 씻어내며 KBO 최고 타자로 발돋움을 시작했다. 그전까지 최형우는 1군 6경기에 출전해 2안타에 그쳤다. 이후 삼성에서 방출됐지만, 설움을 딛고 경찰청 야구단에서 다른 선수가 됐다. 삼성에 다시 입단한 최형우는 2008년 126경기 106안타 19홈런 71타점 타율 0.276 OPS 0.851로 펄펄 날았다. 이후 삼성의 4번 타자로 활약하며 최형우 전성시대를 열었다.
물론 최형우에 비하면 윤정빈의 활약은 아직 부족하다. 하지만 2024년 보인 가능성은 무시할 수 없다. 2023년 22.7%에 그친 뜬공 타구 비율이 2024년 44.0%로 상승했다. 드디어 공을 띄우기 시작하면서 성적이 급상승한 것. 우완 상대 성적도 주목할 만하다. 윤정빈은 우완 투수 상대로 타율 0.299 OPS 0.887로 매우 강했다.
약점도 분명한 선수다. 좌완 상대 성적은 타율 0.208 OPS 0.509로 아쉽다. 그러나 후반기로 한정한다면 좌완 상대 타율 0.357 OPS 0.829로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수비력도 담금질이 필요하다. 한국시리즈 1차전 팀이 1-0으로 앞선 7회 실책성 플레이를 저지르며 역전의 빌미를 제공했다. 수비보다는 공격에 강점이 있는 선수지만, 박진만 감독의 눈에 들려면 수비는 필수다.
윤정빈과 최형우는 공통점이 많다. 25세 시즌에 성적을 내기 시작했고, 수비보다는 타격에 강점이 있는 우투좌타 외야수다. 대선배 최형우는 26세 시즌인 2009년 23홈런을 터트리며 완벽하게 삼성 4번 타자로 자리 잡았다. 역시 26세가 되는 윤정빈의 2025년은 어떨까. 선배처럼 삼성의 대들보로 성장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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