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경현 기자] “흥미로운 도박이다”
설 연휴 막바지 김하성이 야구팬에게 선물을 줬다. 탬파베이 레이스와 계약한 것. 계약 조건을 살펴보면 양측에게 윈윈으로 남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MLB.com’은 30일(한국시각) “탬파베이가 라인업을 개선하기 위해 김하성과 2년 계약을 체결했다”라고 전했다.
현지 언론의 보도를 종합하면 김하성의 계약 규모는 2년 2900만 달러(약 419억원)다. 2025시즌이 끝나면 기존 계약을 파기하고 새로운 계약·새로운 팀을 찾을 수 있는 옵트아웃 조항이 포함됐다. 2025시즌은 1300만 달러(약 188억원)를 받고, 옵트아웃을 선언하지 않고 탬파베이에 남는다면 이듬해 1600만 달러(약 231억원)를 받을 수 있다. MLB네트워크 ‘존 헤이먼’에 따르면 타석 수에 따라 최대 200만 달러(약 29억원)의 보너스도 있다. 최소 기준은 325타석이며, 더 많은 타석을 소화할 때마다 보너스가 추가 지급되는 구조다.
이모저모 따져봐도 선수와 팀 모두에게 좋은 계약이다. 동기부여와 안전장치도 충분히 되어 있다. 메이저리그 이적 소식을 주로 다루는 ‘메이저리그 트레이드 루머스(MLBTR)’는 “흥미로운 도박”이라고 평했다.
김하성 입장에서는 금전적 이득을 챙겼다. 2024시즌 전 미국 ‘디 애슬레틱’은 김하성이 최대 7년 1억 5000만 달러(약 2172억원)의 계약을 맺을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어깨 부상 이후 가치가 뚝 떨어졌다. 2024시즌 종료 후 ‘MLBTR’은 김하성이 1년 1200만 달러(약 173억원)에 불과한 계약을 맺을 것이라 봤다. 스포츠 연봉 분석 사이트 ‘스포트랙’은 4년 4900만 달러(약 707억원)에 사인한다고 예상했다.
모든 예상을 깨고 2900만 달러로 나쁘지 않은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현지 매체의 예상보다 연평균 금액이 높다. 거기에 건강을 입증한다면 옵트아웃 후 대박 계약을 노릴 수 있다.
팀 내 입지도 단단하다. 2900만 달러 계약은 프랜차이즈 역사상 5번째로 큰 규모의 계약이다. 또한 현재 구단을 기준으로 ‘연봉왕’에 해당한다. 탬파베이 입장에서는 김하성을 최대한 사용해야 한다.
탬파베이 입장에서도 잃을 것이 없는 계약이다. 김하성의 수비력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2023시즌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를 차지했고, 2024시즌 유격수 자리에서도 여전한 수비력을 뽐냈다. 최근 3시즌 타율 0.250 OPS 0.721 OPS+ 103으로 리그 평균 급 타격력을 보여줬다. ‘MLBTR’은 “김하성이 건강하게 복귀하고 예전 기량을 유지한다면 1300만 달러라는 금액은 상당히 저렴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구멍 난 유격수 자리도 보강할 수 있게 됐다. 탬파베이는 완더 프랑코의 성추문 사건 이후 유격수 자리에서 골치를 앓고 있다. 테일러 윌스, 호세 카바예로, 오슬레이비스 바사베 등이 후보로 꼽혔지만, 공격력이 아쉽다. 대형 유망주 카슨 윌리엄스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윌리엄스는 2024시즌 내내 더블A에서 뛰었고, 타율 0.256으로 컨택에 약점을 보였다.
계약 조건을 통해 확실한 동기부여책도 마련했다. 김하성 입장에서는 최대한 좋은 성적을 거둬서 옵트아웃을 신청하는 게 이득이다. 그러려면 건강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또한 타석 옵션을 통해 최대한 경기를 뛰도록 독려했다.
김하성이 1년 만에 팀을 떠나도 마냥 손해는 아니다. 옵트아웃을 선언했다는 것은 괜찮은 성적을 기록했다는 뜻으로, 탬파베이에도 이득이다. 또한 퀄리파잉 오퍼를 제시하고, 김하성이 이를 거부하고 FA로 이적한다면 드래프트 보상 지명권을 받을 수 있다.
‘MLBTR’은 “탬파베이가 FA 시장에서 김하성을 선택한 것은 제한된 예산 내에서 최대한의 가치를 찾기 위한 시도다. 만약 김하성이 건강을 되찾고 좋은 성적을 낸다면, 탬파베이는 저렴한 비용으로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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