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6번 타자를 하고 싶다.”
KIA 타이거즈 타격장인 최형우(42)는 2022년 전임 감독 취임식 직후 취재진에 대뜸 이렇게 얘기했다. 그러나 전임 감독은 웃더니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 정말 그랬다. 이적생 나성범이 3번으로 자리 잡았고, 최형우가 4번을 쳤다. 소크라테스 브리토가 어차피 4번 타입은 아니었다.
사실 최형우가 2021~2022년엔 워낙 부진해 타순을 논할 상황은 아니었다. 그러나 2023년에 거짓말처럼 부활했다. 이러니 4번타순을 더욱 벗어나기 어려웠다. 더구나 나성범이 2023년과 2024년에 종아리, 햄스트링으로 합계 160경기밖에 못 뛰었다. 최형우가 도저히 6번 타순으로 갈 여유가 없었다.
그런 최형우는 지난 2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 스프링캠프로 떠나면서 3년 전 소망이 유효하다고 했다. 자신이 부담을 덜고 편하자고 6번 타자를 하고 싶다고 했던 게 아니다. KIA의 미래를 위해 젊은 타자들이 중심타선을 이끌어가고, 자신 같은 베테랑이 뒤에서 받쳐주는 게 이상적이라는 생각이다.
심지어 그날 인천공항에서 “늙은이가 거기(4번타자) 차지하고 있으면 안 돼요. 나 같은 타자는 잘하든 못하든 물러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이범호 감독이 4번타순에 자신의 이름을 넣으면 당연히 나가겠지만, 본인의 희망사항과 견해는 확고하다.
올해 최형우의 꿈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 KIA가 외국인타자를 중거리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에서 오른손 거포 1루수 패트릭 위즈덤(34)을 영입했기 때문이다. 위즈덤은 전형적인 한 방 잡이타자다. 이범호 감독은 위즈덤을 4번 후보로 여기되, KBO리그 적응이 늦어질 경우 6번 배치도 고려한다고 밝혔다.
최형우 역시 위즈덤이 4번 타순에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위즈덤은 메이저리그에선 88홈런에도 삼진율이 높았다. 그러나 KBO리그 투수들의 투구 스피드가 7~10km 이상 차이가 나는 만큼, 이범호 감독은 위즈덤이 타격 타이밍을 조금 늦춰 대응하면 자연스럽게 변화구에도 속지 않고 좋은 타격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비슷한 유형의 맷 데이비슨(34, NC 다이노스)이 2024시즌 46홈런으로 홈런왕에 올랐다.
김도영과 위즈덤이 3~4번을 고정하면, 최형우가 6번에 들어갈 여지가 생긴다. 나성범은 5번을 치면 되기 때문이다. 좌우 지그재그를 고려한다면 김도영~나성범~위즈덤~최형우로 3~6번 타순이 꾸려질 수도 있다. 나성범은 자신 앞에 발 빠른 타자가 치면 좋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형우의 6번타자 예찬론 및 그 효과는, 사실 자신이 삼성 라이온즈 시절 느꼈던 그것이기도 했다.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현역 말년이던 2014~2015년에 6번 타자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당시 삼성은 야마이코 나바로~최형우~박석민~이승엽으로 3~6번타순을 꾸렸다. 채태인이 컨디션이 좋을 때 3번이나 5번에 들어가기도 했다. 이승엽이 굳이 전통의 3번을 고수할 필요가 없었다. 당시 류중일 전 감독은 6번 타순이 ‘폭탄 타순’이라며 중요성이 크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이승엽 감독은 진짜 은퇴를 앞두고선 다시 3~4번으로 복귀해야 했다. 박석민이 NC 다이노스로, 최형우가 KIA로 떠났고, 채태인도 트레이드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천하의 이승엽이 6번을 치는 삼성 타선은 정말 무서웠다.
2025년 KIA 타선이 최형우가 6번을 쳐도 될 정도로 가공할만한 위력을 보여줄까. 가능성은 충분하다. 올해도 타선 최강이 KIA라는데 이견을 보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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