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패트릭은 멋있다.”
KIA 타이거즈 학구파 스리쿼터 곽도규(21)는 영어를 잘 한다. KIA 어바인 스프링캠프에서 훈련 중인 곽도규는 26일 구단 유튜브 채널 갸티비를 통해 외국인타자 패트릭 위즈덤(34)과 대화를 해보고 위와 같이 얘기했다. 곽도규가 위즈덤을 그렇게 느낀 건 이유가 있다.
그는 “패트릭을 어제 웨이트트레이닝장에서 만나 같이 운동했다. 아들에게 공감해주는 모습을 보고 나도 저런 아빠가 돼야겠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클레멘테 어워드라고 선행상 같은 게 있다. 그게 진짜,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멋진 건데 그 후보에 있었다”라고 했다.
곽도규의 말대로 위즈덤은 2024시즌 시카고 컵스를 대표해 로베르토 클레멘테 어워드 후보에 올랐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1973년에 재정했다. 클레멘테는 메이저리그 최초의 히스패닉 선수였다. 1972년 니카라과 대지진 당시 현장에 구호물자를 전하려고 이동하다가 악천후에 의한 비행기 추락으로 생을 마감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그의 이름을 본 따 매년 사회공헌활동에 앞선 선수에게 클레멘테상을 수여한다. 30개 구단 모두 후보자를 배출할 수 있다. 2024년 수상자는 살바도르 페레즈(캔자스시티 로열스)였다. 메이저리거들에겐 후보에만 올라도 큰 영광으로 여긴다.
위즈덤은 2018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시작으로 2024년 시카고 컵스까지 7년간 메이저리그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갸티비와 MLB.com에 따르면 위즈덤은 이미 메이저리거가 되기 전부터 미국 전역을 돌며 봉사활동을 해왔다.
특히 MLB.com에 따르면 위즈덤의 사회공헌은 2017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산하 트리플A에서 뛸 때 6살이던 야구팬 브랙스턴 푸쿠아를 도운 게 시작이었다. 그는 뇌암을 앓고 세인트 주드 아동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다. 위즈덤은 하루종일 그와 함께 하며 클럽하우스도 보여주고, 타격연습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시카고 컵스 시절엔 세인트 주드 홍보대사를 맡아 소아암 가족을 돕기 위한 치료비, 여행비, 주거비, 식비를 모금하기도 했다. 시카고 지역 자선단체들과도 협력해왔다. 최근엔 댄스비 스완슨, 숀 암스트롱(이상 컵스)과 함께 로스엔젤레스의 푸드뱅크를 방문해 감자와 사과 포장에 앞장섰다. 로스엔젤레스 산불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도왔던 것 같다.
위즈덤은 MLB.com을 통해 “세상에 긍정과 선함을 전파하기 위해 그렇게 할 뿐인데, 정말 재밌다”라고 했다. 로베르토 클레멘테상 노미네이트에 대해 “영광스럽고 감사하다. 인정받기 위해 그러는 게 아니다. 사람들이 알아보니 멋있다”라고 했다.
푸쿠아는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듯하다. 위즈덤은 “그의 얼굴에서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뇌암의 모든 치료는 정말 어렵다. 그가 밖에서 웃는 모습을 보고, 주변 사람들과 함께 하는 모습을 보고, 경기장에서 자유를 느낄 수 있다는 것에 기뻤다”라고 했다.
위즈덤은 메이저리그에서 88홈런을 친 거포다. 올 시즌 KIA 타선에서 김도영, 나성범, 최형우와 엄청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 선수가 그라운드 밖에선 10년 가까이 지역사회에 봉사했다. 좋은 선수이기 이전에 좋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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