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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전훈 리포트] “상위 스플릿 진출…안양 더비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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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훈 FC안양 감독/ 사진=전형찬 기자

유병훈 FC안양 감독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다. 프로 감독 1년차에 1부 승격이라는 업적을 냈다. 1부 승격 경험이 없던 구단이 K리그 1으로 올라간 건 FC안양이 처음이다. 그래서 더 각별하고 상징적이며 역사적이다. 태국 촌부리에서 새 시즌 준비에 여념이 없는 유 감독을 만났다.

– 승격 축하한다.

“감사하다.”

– 승격 순간 든 생각은.

“꿈같았다.”

– 고교 시절 축구를 그만 둘 뻔 했다.

“제가 실력이 없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문일고 시절 축구를 그만두고 2개월 쯤 일반 학생으로 학교를 다녔다. 원주공고 창단 감독인 왕선재 감독님이 다시 해보자고 하셔서 바로 원주로 갔다.”

– 프로 입단도 우여곡절이 많다.

“프로 지명을 못 받고 부산에 연습생으로 입단했다. 부산 MBC 고교대회 때 와서 보셨다고 했다. 테스트를 거쳐 부산 대우로열즈로 갔다. 1995년이다.”

– 당시 부산 대우는 멤버가 어마어마했다.

“김주성, 조덕제, 하석주 같은 전설적인 분들과 훈련하면 그 자체가 배움의 연속이었다. 데뷔 시즌 2경기 출전하고 10년 동안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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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찬(왼쪽)과 FC안양 감독과 장원재 선임기자/ 사진=전형찬 기자

– 프로통산 단 한 골이지만 그 골이 역사적이다.

“1997년 최종전 포항과의 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었다. 그 골로 대우가 우승했다. 김상문의 크로스를 정재권(현 한양대 감독)이 헤딩 어시스트 해줬다. 오른발 하프 발리로 찼는데 기가 막히게 들어갔다.”

– 당시 대우그룹 사정이 안 좋을 때라 우승 보너스 뒷얘기가 있다. 현금이 아니라 자동차로 줬다는 얘기가 있다.

“맞다. 기여도에 따라 나오는 차종이 달랐다. 라노스, 루비라, 레간자였다. 우승하면 딜러들이 숙소로 와서 현금 주고 차를 가져갔다.”

– 2005년부터 2010년까지 FC안양의 전신인 고양 국민은행에서 뛰었다.

“3번의 무릎 수술로 병역 면제받고 은퇴를 생각 중이었는데 국민은행에서 불러주셨다.”

– 은퇴 후 2012년까지 국민은행 코치를 하다 바로 FC 안양 창단멤버 코치를 했다.

“창단팀이라 열정은 넘쳤는데 체계가 잡혀있지 않았다. 세세한 운영세칙 등을 조언하며 구단 운영을 도왔다.”

지난 시즌 FC안양 감독 제의를 받았으 때 심정은.

“제 나름대로 지도자 준비를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몹시 부족하다고 생각했자. 정말 불안했다.”

– FC안양 수석 코치를 하던 2022, 23년 안양은 2년 연속 플레이오프에서 떨어졌다.

“2023년이 정말 힘들었다. 수원삼성 오현규 선수에게 극장 골 먹고 비겨서 떨여졌는데, 승부차기로 가면 우리가 올라가는 분위기였다.”

– 작년 시즌 중간에 승격 고비가 한 번 있었다. 3경기 연속 무득점 패배에 7경기 연속 무승이었다.

“그때가 작년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다. 저도 경험이 없는 초보 감독 아닌가. 제가 선수들을 잡아주지 못했다. 솔직히 상대팀에게 밀려서 진 것이 아니라 우세한 경기를 하면서도 패하니
미칠 지경이었다. 인정상의 문제도 있었다.”

– 뭔가.

“2위팀 충남아산 전 홈경기 전날 야고 선수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선수들이 자기 찬스에서 슛을 안하고 야고 선수에게 몰아주더라. 그래서 0-1로 졌다. 팀이 이겨야 야고 선수 어머니도 하늘에서 좋아하실 거라고 했다. 경기는 졌지만, 우리 선수들의 가족처럼 끈끈한 동료애를 확인한 경기였다. 그 이후로 다시 연승을 했다.”

– 영화 ‘수카바티 안양’은 봤나.

“시장님과 선수단 전체가 단체 관람 했다. 팀이 다소 부진했을 때 영화가 개봉해서 선수단 힘을 모으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영화를 보면서 구단 역사도 생각하고, 꼭 승격해야 한다는 각오도 다졌다.”

– 부천에서 0-0으로 비기고 승격 확정 순간 선수들이 서로 끌어안고 다 울더라.

“저도 울고 코치들도 울고 다 울었다. 더 감동했던 건 그날 저녁이었다.”

– 안양 경기장으로 귀환했을 때 이야기인가.

“맞다. 버스를 타고 안양 경기장으로 들어오는데 엄청난 팬들이 홍염을 터뜨리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개선 장군 맞이하듯이 함성을 지르시더라. 1부 승격을 실감했다. 선수들도 버스 안에서 바깥을 보고 어안이 벙벙해 했다. 저도 메가폰 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감사 인사를 했다. 놀랍고 황홀한 밤이었다.”

– 시즌 막판에는 팬들 응원 구호가 ‘안양 승격!’ 딱 하나였다. 유 감독은 최대호 시장이 ‘승격 시 머리 볼라색 염색 공약’을 진짜 지킬까봐 걱정스럽다고 했다.

“우리 시장님은 말하면 지키는 사람이다. 설마 했는데 진짜 염색하셨다. 그만큼 정말 축구에 진심인 분이다.”

– 최대호 시장을 평하는 축구계 여론이 있다. ‘시장을 하기 위해 구단주를 하는 건지, 구단주를 하기 위해 시장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라는 이야기다.

“임기 내내 홈경기는 일단 개근이시다. 원정 경기도 오신다.”

– 부담스럽지는 않나.

“전혀. 지금은 절대 부담스럽지 않다.”

– 처음에는 좀 부담스러웠나.

“처음엔 관심이 지나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몇 년째 한결같으시니 이거야말로 축구를 향한 진정한 사랑이 아닌가 생각한다. 선수단 전체에 큰 동기부여가 된다. 구체적인 시장님만의 노하우도 있다.”

-뭔가.

“신인선수가 입단하면 직접 면담을 하신다. ‘반갑다, 잘해보자’가 아니고 그 선수의 플레이 스타일을 파악해서 대화를 나눈다. 지난 시즌 크로스가 특히 좋았으니 우리 FC안양에서도 그 장점을 꼭 공유해야 한다, 이런 식이다. 선수들이 깜짝 놀란다.”

– 그런 관심과 열정이 실제로 경기력을 끌어 올리나.

“히딩크 감독님이 그러셨다. 감독의 역할은 선수들에게 ‘내가 이 사람을 위해서라면 죽어도 좋다’라는 생각을 갖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이 사람을 위해서라면 죽어도 좋은’ 사람이 늘어나면 그만큼 전력은 탄탄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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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안양 승격이 확정된 후 최대호 안양시장은 팀의 상징색인 보라색으로 머리카락을 염색했다./ 안양시 제공

– 시장님과는 언제 통화했나.

“오늘 아침이다.”

– 격려 이외에 구체적인 요청 사항도 있었나.

“있었다. 선수단 등번호 빨리 달라고 하셨다. 매 시즌마다 ‘밤 새워’ 외우신다. 수원 삼성에게 플레이오프 마지막 경기 지고 시민들과 붙들고 마구 우셨다. 승격 확정 후 응원석 앞에서 한참 신나게 웃고 함성 지르시다가 갑자기 혼자 구석으로 가시더라. 뒤돌아서서 우시는 모습 보고 저도 ‘이런 시장을 위해서라면 죽어도 좋다’라는 마음이 들었다.”

– 내년 시즌 목표는.

“일단 상위 스플릿 진출이다. 기존 전력은 우리가 최하위권이다. 인정한다. 하지만 축구라는 것이 객관적 전력 그대로 성적이 나는 종목이 아니다. 예를 들면 2부에서도 우리는 전력만 놓고 보자면 그리고 연봉 총액을 따지자면 1위를 하면 안 되는 팀이었다.”

– 유병훈의 ‘꽃봉오리 축구’란.

“전환을 빠르게 하고, 모이고 흩어지기를 자유자재로 하는 축구다.”

– FC안양의 강점은.

“가족적인 분위기다. 누구나 안양에 오면 따뜻하고 편안해 한다. 그것이 팀에 대한 헌신으로 이어진다. 팬들도 마찬가지다.”

– 팬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작년에 저희 선수단만 노력한 것이 아니다. 팬들도 같이 노력해서 같이 큰 결과를 냈다. 그래서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진짜 염원하던 K리그 1에 올라간 만큼 잘 준비해서 FC 안양이 절대 호락호락 하지 않다는 걸 보여드리겠다. 계속 뜨거운 성원 부탁드린다.”

– FC 서울과의 ‘안양 더비’에 임하는 각오는.

“우리 팀의 창단 이유가 뭔지를 안다. 상암에서, 안양에서 우리 팬들이 목놓아 ‘수카바티 안양!’을 외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아시아투데이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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