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쇼헤이(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전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가 오타니를 사칭하여 그의 돈을 자신의 계좌로 송금하려 한 정황이 담긴 음성 파일이 공개되었다. 디애슬레틱은 25일(한국시간) 미국 법무부로부터 입수한 ‘미즈하라와 은행원의 통화 음성 파일’을 발표하며 이 사건의 전말을 조명했다.
공개된 음성 파일에서 은행원이 미즈하라에게 “지금 나와 통화하는 사람이 누구인가”라고 묻자, 미즈하라는 “오타니 쇼헤이”라고 답했다. 이후 은행원은 ‘2단계 인증 절차’를 요구하며 미즈하라에게 휴대전화로 전달된 6자리 숫자를 요청했다. 오타니의 계좌에 연결된 전화번호는 미즈하라의 휴대전화 번호와 일치했다.
2단계 인증을 통과하자 은행원은 “최근 사기 문제로 온라인 거래를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온라인 송금의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미즈하라는 “자동차 구입 문제”라고 답하며, 수취인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내 친구다. 자주 만나는 사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 수취인은 미즈하라 본인이었다.
미국 연방 검찰은 이 음성 파일을 증거로 법원에 제출하며 미즈하라가 오타니의 온라인 계좌 정보를 자신의 이메일과 전화번호로 등록한 뒤, 반복적으로 송금을 요청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미즈하라는 오타니가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할 때부터 인연을 맺고, 2018년부터는 그의 전담 통역사로 일해왔다.
하지만 미즈하라는 지난해 3월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서울시리즈 기간 중 불법 도박과 절도 의혹이 불거져 해고당했다. 이후 미국 검찰 조사에서 미즈하라는 오타니의 계좌에서 약 1천700만 달러(약 243억 5천만원)를 빼내 불법 스포츠 도박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미즈하라는 오타니에게 도박 대금 1천700만 달러를 반환하고, 미국 국세청에는 114만 9천 400달러(약 15억 8천만원)의 세금과 이자, 벌금을 납부해야 한다. 미국 연방 검찰은 지난 24일 미즈하라에게 4년 9개월의 금고형과 3년의 보호관찰처분을 구형했다.
미즈하라의 변호인은 법정에서 “나와 아내는 미행당하고, 협박을 받는 등 일을 할 수 없는 상태다. 간호사로 일하던 어머니도 실직했다”고 호소하며 “당장은 돈을 갚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미즈하라가 18세부터 도박 중독에 시달렸다”고 설명하며, 그의 급여가 낮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 연방 검찰은 “미즈하라의 급여는 2022년 25만 달러, 2024년 50만 달러였다”며 반박했다. 또한 오타니가 미즈하라에게 추가로 돈을 주고 포르쉐 카이엔을 선물한 사실도 언급했다. 미즈하라는 “나는 야구 선수이자 인간으로서 오타니를 진심으로 존경한다. 오타니를 위해 내 인생을 바치기로 결심했다. 신뢰를 저버린 행동에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반성의 뜻을 밝혔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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