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껌 씹는 게 뭐가 문제야? 라고 말할 수 있지만…”
강백호(26, KT 위즈)에게 국가대표팀이란 좌절과 아픔의 무대였다.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제외하면 전부 그랬다. 특히 2020 도쿄올림픽 껌 사건과 2023 월드베이스볼 클래식 세리머니사는 야구선수를 떠나 인간 강백호가 더 성숙해져야 함을 느낀 시간이었다.
강백호는 지난 24일 이대호의 유튜브 채널 이대호[RE:DAEHO]를 통해 아픔을 스스로 끄집어냈다. 한때 멘탈 이슈가 있었던 것도 그 두 사건과 무관하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어쨌든 강백호가 잘못한 일이었고, 스스로 일어서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강백호는 이대호의 질문에 차분하게 답변했다. 껌 사건은 도쿄올림픽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동메달결정전서 나왔다. 6-10으로 뒤진 8회초 2사 1루였다. 마침 강백호가 껌을 씹는 모습이 중계방송 카메라에 정면으로 잡혔다. 이때 코리안특급 박찬호가 그러면 안 된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강백호는 “일단 지금 와서 보면 잘못했다. ‘껌 씹는 게 뭐가 문제야’라고 말을 하시지만 그렇게 생각 안 한다. 나라를 대표해서 나갔고 그런 모습이 방송에 비춰졌다는 것 자체가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내가봐도 불순하고 좀 안 좋다고 생각한다. 무조건 제 잘못이라고 생각을 하고 좀 많이 배웠던 것 같다”라고 했다.
태극마크의 의미를 되새겼다. 강백호는 “그냥 혼자의 강백호가 아니라 한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좀 더 책임감이 있어야 되겠다고 배웠다. 심적으로 그때보다 그 후에 좀 더 힘들었다. 감당하기 어려웠다”라고 했다.
껌 사건 당시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강백호는 “사실 그것도 핑계인데 그날 너무 긴장을 많이 해서 회당 2개씩 씹었다. 그런데 동메달결정전인데 1회에 5점을 줬는데 7회에 내가 역전타를 쳤다. 7회까지 2개씩 씹으면 이만큼(14개) 차 있었던 거예요. 8회에 16개가 됐는데 역전이 돼서 멘탈이 아예 터져서 그러고 있었던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봐도 안 좋은 건 남이 보면 다 안 좋다. 좋지 못했다”라고 했다.
WBC 호주와의 2루타 이후 세리머니를 하다 양발 모두 베이스에서 떨어진 건 팩트였다. 당시 분위기가 넘어가 있어서 장타가 나왔으니 큰 세리머니로 분위기를 올릴 필요는 있었다. 강백호는 “도쿄올림픽에서 안 좋은 모습을 보여드렸기 때문에 WBC서 너무 잘 하고 싶었다. 더 잘 해야 되겠다는 생각에 오버하다 좀 그랬던 것 같다”라고 했다.
솔직한 심정도 털어놨다. 강백호는 “계속 잘 하고 싶었고 한 나라의 선수로 나갔기 때문에 책임감을 갖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계속 준비하고 플레이를 했다. 항상 결과가 안 나오다 보니까 너무 속상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했다고 말할 수 있었다. 누구보다 열정 있게 했는데 어긋나다 보니까 속상했다”라고 했다.
이후 언행이 많이 성숙해졌다. 강백호는 “처음엔 상처를 받았는데 두 번째는 자책을 많이 했다. 죄송했죠. 그냥 계속 죄송했다”라고 했다. 아픈만큼 성숙해진다고, 강백호는 인생에서 큰 배움을 얻은 도쿄올림픽과 WBC였다. 2022년과 2023년 타격 침체를 2024시즌에 해결했고, 올해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시즌 후 꽃길을 걸을 전망이다. FA냐, 메이저리그 도전이냐. 행복한 갈림길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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